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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한계 봉착한 TV 홈쇼핑 업계 1,2위 업체의 엇갈린 활로 뚫기


국내 홈쇼핑업계가 시린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국내 1, 2위 홈쇼핑 사업자인 GS홈쇼핑과 CJ오쇼핑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최근 소비 위축 및 경쟁 채널 등장으로 인한 위기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GS홈쇼핑은 모바일 커머스 사업에, CJ오쇼핑은 상품 차별화 전략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쇼핑 업체들에게 올해는 시련의 시기로 기억 될 전망이다. 가짜 백수오 사태에 따른 환불 비용 증가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영향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혹독한 1, 2분기를 보낸 데 이어 3, 4분기 역시 계속되는 TV 채널 사업 부진과 판매관리비 부담 증가로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홈쇼핑 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지난해부터 상당 부분 예견돼 왔던 일이었다. 지난해 TV 채널 부문 취급고가 사상 처음으로 역신장을 기록하고 영업이익 역시 수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운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예상치 못한 두 악재가 없었더라도 홈쇼핑 업체들의 올해 실적은 안 좋았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홈쇼핑 업계는 장밋빛 일색이었던 과거와 전혀 다른 영업 환경을 마주하게 되면서 어려운 상황 타개를 위한 시장 전략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는 홈쇼핑 업계 1, 2위 사업자인 GS홈쇼핑과 CJ오쇼핑 역시 마찬가지다. 두 기업은 서로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달라진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GS홈쇼핑은 모바일 커머스 경쟁력 확대에, CJ오쇼핑은 판매 상품 차별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혼선 빚는 모바일 커머스 사업
2010년 이후 홈쇼핑 업체들의 모바일 커머스 시장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다. 홈쇼핑 업체 중 초기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건 CJ오쇼핑이었다. CJ오쇼핑은 모바일 커머스 사업에 뛰어든 지난 2010년 이후 지난해 1분기까지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홈쇼핑 업체였다. CJ오쇼핑은 모바일 커머스 부문에서의 취급고 우위를 바탕으로 지난해 1분기 GS홈쇼핑을 제치고 홈쇼핑 1위 기업으로 반짝 올라서는 등의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지난해 후반기부턴 모바일 커머스 투자에 다소 시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CJ오쇼핑은 홈쇼핑 업계 모바일 커머스 부문에 가장 먼저 불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이게 투자를 하면 할수록 뭔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드는 분야거든요. 많이 팔리긴 하는데 손에 남는 게 없으니까요. 처음엔 취급고 규모가 작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연간 취급고 규모가 6,000억 원이 넘어가도 마찬가지니까 지난해 하반기부턴 보수적인 관점으로 전략을 수정한 겁니다. CJ오쇼핑에선 외형 경쟁보단 투자 효율을 챙기겠다고 하더군요. 모바일 커머스 사업을 수익 비즈니스 모델로 가져가기에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CJ오쇼핑이 모바일 커머스 사업에 다시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 시장 관계자들을 의아케 하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CJ오쇼핑이 2분기 들어 다시 모바일 커머스 사업 쪽에 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경영진 변화로 인한 혼선인지 아니면 아예 이쪽으로 가닥을 잡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시장에서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어요.”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별다른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던 CJ오쇼핑의 모바일 커머스 취급고는 올해 2분기 들어 갑자기 훌쩍 뛰었다. 올해 1분기 1,642억 원을 기록했던 CJ오쇼핑의 모바일 취급고는 2분기 1,926억 원을 기록하면서 직전 분기 대비 17.3%나 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 1년 동안(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모바일 커머스 취급고 성장률 2.8%를 한 분기 만에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는 CJ오쇼핑이 최근 모바일 커머스 관련 비용을 크게 늘렸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온리원 상품으로 차별화 시도
혼선을 빚고 있는 모바일 커머스 사업 전략과는 달리 CJ오쇼핑의 상품차별화 전략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CJ오쇼핑은 PB상품을 넘어서는 ‘ 온리원 상품’ 개념을 개발해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홍석우 CJ오쇼핑 홍보부장은 말한다. “CJ오쇼핑의 온리원 상품이란 PB상품 과 라이센스 브랜드 상품, 콜라보레이션 브랜드 상품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저희 채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들이죠. 그렇다 보니 온리원 상품들은 다른 상품들에 비해 마진율도 높고 트래픽 유발 효과도 큽니다. 덕분에 온리원 상품은 CJ오쇼핑의 수익성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CJ오쇼핑의 상품 차별화 전략은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궁극적으론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상품의 차별화가 업체 간 경쟁력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해요. 소비자들이 스마트해졌잖아요. 모든 채널, 모든 업체에서 취급하는 제품을 굳이 CJ오쇼핑에서 살 이유는 없거든요. CJ오쇼핑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체가 어느 정도는 이런 전략을 가져가야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시장 일부에선 CJ오쇼핑의 온리원 상품 전략을 두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순 없다는 것이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CJ오쇼핑 같은 경우 온리원 상품 전략 덕분에 취급 고 대비 영업이익률이 타사보다 높게 나오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차이가 아주 뚜렷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온리원 상품들은 재고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 환경이 안 좋을 땐 영업이익률이 더 많이 빠질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실제로 CJ오쇼핑도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고요. 시장 환경을 잘 체크해야 합니다.”



모바일 커머스 사업에 올인
GS홈쇼핑은 지난해 초부터 ‘모바일 퍼스트’라는 이름의 전략하에 모바일 커머스 사업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 연구원은 말한다. “그래도 모바일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홈쇼핑 업체들 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TV 채널 부문이 지금 많이 어렵거든요. 요즘 사람들이 예전처럼 TV를 많이 보지않다 보니, GS홈쇼핑은 이 같은 상황을 구조적인 문제로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트래픽은 모바일로 갈 수밖에 없으니 당장의 수익률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모바일 커머스에 집중하겠다는 거죠.”

과거 GS홈쇼핑의 모바일 퍼스트 전략에 ‘기대 반, 우려 반’ 의 시선을 보냈던 시장은 최근‘우려’ 쪽으로 분위기가 많이 기우는 모습이다.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수익성 문제에 더해 최근에는 쿠팡, 위메프 등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소프트뱅크나 넥슨 등의 거대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아 운영에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이들 소셜커머스 업체는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경쟁 시장 측면에서 보자면 GS홈쇼핑의 모바일 퍼스트 전략은 아주 단순하다. 수천억 원이나 되는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소셜커머스 업체들을 밀어붙여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적자상태를 면치 못해 자본잠식까지 들어간 상황이라 출혈경쟁을 각오하고서라도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하지만 곧 숨이 넘어갈 줄로만 알았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버텨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거대 자본이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뒤를 계속 봐준다면 최후의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로켓 배송 등의 서비스 혁신까지 추구하면서 경쟁력이 많이 향상된 점도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그 밖에도 채널 간 상품 차별화를 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GS홈쇼핑이 모바일 커머스에 올인하면서 고마진 채널인 TV 쪽의 수익성을 함께 깎아 먹은 측면이 있습니다. TV 홈쇼핑은 허가도 있어야 하고 방송 인프라도 구축해야 해서 굉장히 진입 장벽이 높아요.

고마진일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GS홈쇼핑이 모바일 커머스 사업에 열을 올리는 과정에서 TV 채널에서 팔던 상품을 모바일 채널로 그대로 끌고 와 TV 채널에서 판매하던 상품 마진을 스스로 깎아버렸어요. 소셜커머스에 몰려 있는 트래픽을 빼앗아오기 위해 소비자들이 혹할 만한 유인책을 만들어 주려다가 채널 간 상품 차별화를 포기하는 악수(惡手)를 둔 거죠. 이는 다른 홈쇼핑 업체들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시장 일부에선 ‘모바일 커머스 사업이 홈쇼핑 업체들이 영위하기에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인가’라는 근원적인 의문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GS홈쇼핑은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신진호 GS홈쇼핑 홍보팀장은 말한다. “저희는 아직도 모바일 커머스 시장이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서비스의 질을 올리다 보면 결국 이 시장에서도 변별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봐요. 프로모션만으로 어필하는 업체와 전체 서비스의 질로 어필하는 업체가 결국은 구별돼 시장이 정리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메르스와 홈쇼핑의 ‘묘한 상관관계 ’
중동호흡기증후군 이슈는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의 최대 악재로 꼽힌다. 하지만 홈쇼핑 업계마저 중동호흡기증후군을 상반기 실적악화의 주범으로 꼽는 데에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가 일견 홈쇼핑 업계에는 유리한 시장 환경을 조성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홍석우 CJ오쇼핑 홍보부장은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놓는다. “사람들이 외출을 안 한다는 건 그만큼 덜 꾸며도 된다는 얘기잖아요. 외출이 줄어드는 만큼 옷이나 화장품을 살구매 욕구도 함께 줄어드는 거예요. 옷이나 화장품은 홈쇼핑 업계에서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는 상품 카테고리이니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모바일 커머스 업계의 ‘제 살 깎아먹기’
모바일 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부분의 유통업체는 최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모바일 커머스 사업 부문에서 할인이나 미끼상품 같은 프로모션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비용을 들여도 취급 고 성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진호 GS홈쇼핑 홍보팀장은 말한다. “유통 업체들이 모바일 커머스 사업에서 프로모션을 남발해 생긴 현상입니다. 짠 음식도 계속 먹으면 둔감해지잖아요. 프로모션이 너무 만연해지니까 소비자들은 더 센 프로모션을 찾게 되고, 업체들은 어떻게 해서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계속 맞춰주다 보니 시장 전체가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지금 유통업계에선 제값 받고 물건 팔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입니다. 건강한 유통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모바일 커머스 프로모션이 정도껏 진행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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