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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국내 상륙 9개월 가구업계에선 무슨 일이…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가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의 일이다. 당시 시장에선 이케아의 한국시장 진출을 두고 국내 가구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질 것이란 긍정적인 의견과 영세한 국내 가구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부정적인 의견이 엇갈려 나타났다. 이케아 상륙 이후 9개월이 흐른 현재, 이케아는 국내 가구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지난 8월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의 반기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들 반기보고서는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 국내 가구업체들의 높은 성장세가 재조명되면서 이들 기업의 실적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었다.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좋은 성적표를 내놓았다. B2B 거래 비중이 높아 다른 가구업체들과 구별되는 업계 2위 현대리바트만이 소폭의 역신장을 기록했을 뿐, 업계 1, 3위인 한샘과 에넥스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0.3%, 27.1%, 영업이익 42.2%, 79.5%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이번 반기보고서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 ‘가구 공룡’ 기업 이케아 IKEA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첫 번째로 나온 국내 가구업체들의 반기보고서였기 때문이었다. 2011년 이케아의 한국시장 진출 선언 이후 국내에선 여러 엇갈리는 전망이 나왔다. 이들 전망은 크게 ‘영세한 국내 가구시장이 글로벌 가구 공룡 기업의 등장으로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부정적인 의견과, ‘이케아 진출로 인한 주거 인테리어 관심증가로 오히려 국내 가구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질 것’이란 긍정적인 의견으로 나뉘었다. 좋든 나쁘든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케아 상륙 이후 9개월이 흐른 현재, 이케아는 국내 가구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처음 예상한 것만큼 국내 가구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섣부른 판단은 금물
지난해 12월 경기도 광명점을 오픈하며 국내 영업을 시작한 이케아는 국내 실적과 관련한 일체의 내용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실적을 확인할 순 없지만, 지난 3월 오픈 3개월여 만에 누적 방문객 수가 220만 명을 넘어섰다는 이케아 측의 발표와 13만 1,550㎡에 달하는 매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르포 기사 등의 내용을 근거로 세간에선 이케아가 올해 상반기 상당한 매출을 올렸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나온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의 반기보고서에서 해당 기업들의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좋게 나오자, 언론에선 ‘이케아 진출 이후 가구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다뤄졌다.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과의 윈윈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 소비 데이터들을 보면 주거 관련 소비가 증가한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이케아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선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이케아 관련 데이터가 너무 없거든요.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상품 구색이 가구 외에도 워낙 다양해 어떤 카테고리에서 어느 정도의 매출을 올렸는지 확인이 되어야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통계청의 가계수지 조사에 따르면 국내 2인 이상 도시 가구의 올해 상반기 주거( 수도 및 난방 등을 포함) 부문 평균 소비 지출은 61만 3,891원이었다. 지난해 58만 1,460원보다 5.6% 늘어난 수치로 언뜻 보면 이케아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통계다. 그러나 이전 수치들을 확인해 보면 ‘주거 부문 평균 소비 지출 증가는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져 온 소비 흐름’ 이라는 해석이 더 옳은 것처럼 보인다. 최근 5년간 연도별 상반기 주거 부문 평균 소비 지출을 살펴보면 2011년 53만 6,911원, 2012년 56만 1,045원, 2013년 58만 6,605원으로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을 제외하곤 매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케아 효과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케아 효과’에 붙은 의문 부호
가구업계 현장에선 이케아 효과에 대해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서울 아현동 가구단지에서 15년째 중소형 가구 브랜드 매장을 운영 중인 방 모 씨는 말한다. “이케아 때문에 갑자기 장사가 잘된다거나 못 된다거나 하는 건 없어요. 여기 가구단지 어디를 가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실제로 체감하는 영향이 전혀 없거든요.” 같은 곳에서 메이저 브랜드 매장을 운영 중인 다른 관계자 역시 이와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케아 매장이 들어선 광명 지역에서나 좀 영향이 있을까, 여기에선 거의 영향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이 들어온다니까 여기에서도 반짝 관심을 가지긴 했는데, 이제는 그냥 무덤덤해진 상황이에요.”

거래소에 상장된 가구업체들의 실적이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이케아와는 무관하다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용원 한국가구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말한다. “상장 가구업체들의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졌던 현상이라 이케아 효과로 보기엔 부적절한 면이 있습니다. 또 주의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 하나 있어요. ‘ 이들 가구 업체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으니 국내 가구시장도 엄청나게 커졌겠구나’하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최근 가구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입니다. 메이저 브랜드들은 엄청나게 잘나가는데 중소형업체들은 죽어 나가고 있어요. 상장된 메이저 업체들만 기업 실적을 공개하다 보니 마치 국내 가구업계 전체가 다 잘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착시효과입니다.”

실제로 국내 메이저 가구업체들은 이케아가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국내 가구업계 1위 기업인 한샘을 예로 들어보자. 2011년 7,128억 원이었던 한샘의 매출은 2012년 7,832억 원, 2013년 1조 69억 원, 2014년 1조 3,250억 원으로 매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2013년과 2014년의 매출 성장률은 각각 28.6%와 31.6%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 성장률 30.3%는 절댓값으로만 보면 서프라이즈 수준이지만, 최근 몇 년의 추세로 볼땐 평범한 수준인 셈이다.

김동성 한샘 홍보팀장은 말한다. “이케아 효과 운운하는데 실제로 이케아가 한샘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케아가 들어선 경기도 광명 근처의 한샘 매장조차도 별 타격을 받지 않았어요. 이케아가 들어와서 국내 소비자들이 가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거나 국내 가구시장의 파이가 커졌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케아 덕분에 커튼 같은 소품 인테리어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하겠지만 가구시장 전체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입장에선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희가 국내 가구업계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국내 가구시장이 커졌는지 작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가구업계에선 무슨 일이?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취재 중 만난 한 전문가는 ‘고가의 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메이저 가구업체와 상대적으로 저가를 취급하는 이케아가 서로 다른 소비자층을 상대하다 보니, 국내 메이저 업체들의 이케아 효과 체감도가 낮아 생겨난 현상’ 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 이케아와 소비자층이 겹치는 국내 중소형 가구업체에는 이케아 효과가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나름의 추측도 덧붙였다. 이는 최근 중소형 가구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용원 한국가구산업협회 사무국장의 언급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업계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중소 가구업체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어렵죠. 정말 많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 중소 가구업체들이 어려워진 건 이케아 때문이 아닙니다. 국내 메이저 브랜드들 탓이 크죠. 최근 몇 년간 국내 메이저 가구업체들이 직영점이나 대형 플래그 숍들을 많이 냈잖아요. 이 플래그 숍들이 들어간 곳은 상권이 많이 죽었습니다. 플래그 숍들이 안 들어간 곳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고요. 국내 대형업체들이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곳도 신규로 론칭한 플래그 숍이나 직영점들이지 기존의 대리점들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중소형 브랜드에서 빠진 소비가 대형 브랜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요.”

또 다른 중소 가구업체 관계자는 말한다. “저희도 최근 이케아 매장에 가서 나름의 분석을 해보았는데, 저희가 내린 나름의 결론은 한국의 이케아가 딱히 위협적인 경쟁 상대는 아니라는 거였어요. 이케아는 가구 외에도 리빙스타일이나 식음료 같은 것들을 같이 팔잖아요. 저희가 관찰한 바로는 이케아 광명점에서 올리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가구외의 상품에서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중국이나 일본 등에 있는 이케아 매장의 가구와 비( 非)가구 매출 비중이 4대 6 혹은 5대 5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한국에선 이 비중의 차이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것 같습니다.”



한국 이케아의 성공 가능성
한국 이케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인 의견이 더 우세한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이케아의 DIY(Do It Yourself·조립가구) 상품 전략이 국내시장에선 성공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밥 한 끼 만들어 먹는 것도 귀찮아서 밖에서 사 먹는 판국에 그게 되겠어요. 우리나라에서 DIY는 일부 개인의 취향이 될 순 있어도 주류의 취향이 될 순 없다고 봅니다. 이케아에는 조립까지 해주는 시스템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가격이 올라가잖아요. 저가 전략을 추구하는 이케아의 장점이 사라지게 되는 거죠. 국내에도 수입 가구를 유통하는 업체들이 널렸는데, 해외풍 디자인을 이케아의 장점으로 보기에도 좀 어렵고요. 품질 문제도 비슷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안 좋다는 말이 나오는데 국내라고 다르겠습니까. 과거 영국의 유명 DIY 가구 업체인 B&Q도 국내에 들어온 적이 있었지만, 초기에만 반짝하고 2년 만에 철수했어요. 이케아도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B&Q의 사례와는 구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B&Q와 이케아는 기업 성격 자체가 많이 다릅니다. 이케아는 가구 외에 밥그릇, 숟가락 등 온갖 생활용품을 다 파는 복합쇼핑몰 형태의 기업이지만, B&Q는 가구와 건자재 위주의 상품만 파는 회사거든요. 굳이 가구가 아니더라도 이케아에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른 아이템이 많다는 거죠.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에서 생각한 것만큼 이슈가 되지 못하더라도 이케아 매장 자체는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B&Q가 국내에 들어온 2005년과 지금은 시장 환경이 많이 다릅니다. 예전보단 현재가 DIY 수요가 훨씬 더 많잖아요. 시장 환경도 다르고 기업 내용도 다른 만큼, B&Q의 사례를 빗대어 이케아의 한국시장 정착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건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케아 성공엔 한국 이사문화가 걸림돌?
취재 과정 중 만난 어느 가구 설치 업자(가구단지에서 판매되는 가구를 배송·설치해주는 개별 업자)는 이케아가 한국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든 이유로 독특한 이유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이사 문화가 발달해 이케아가 성공하기 힘들 거예요. 한국 사람들은 전·월세를 많이 살다 보니 이사를 많이 다니잖아요. 그렇다 보니 가구들도 이사 한두 번 정도는 너끈히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야 하는데, 이케아 제품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더라고요. 얼마 전 이케아 매장에 가봤는데, (이 업계에서 수년간 일해 온) 제 입장에서 봤을 때 제품들이 굉장히 약해 보이더군요(실제로 최근 중국 및 대만에선 이케아 제품들의 낮은 내구성 문제가 언론에서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지금이야 한국에서 영업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아직 판 물건들이 쌩쌩해 티가 안 나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물건이 약하다고 엄청나게 불만이 터져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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