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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시계들의 대향연 홍콩 W&W를 가다

제3회 워치스 앤드 원더스 Watches & Wonders 시계 박람회(이하 W&W)가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W&W는 아시아판SIHH(The 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국제 시계 박람회)로 불리는 고급시계 박람회로 2013년 9월 처음 개최됐다.

올해 W&W는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W&W가 홍콩 민주화 시위 기간 중에도 전년인 1회 행사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화려하게 꾸려졌었다면, 올해 워치스 앤드 원더스는 비교적 소박하게 진행됐다. W&W 현장 관계자는 위안화 가치 하락과 중국의 경기 둔화, 시진핑 정부의 부패척결 운동 등으로 홍콩 명품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체 방문객은 오히려 늘어 눈길을 끌었다. 행사 이틀째인 10월 1일에는 북적거리는 방문객들로 행사장이 시장통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주최 측인 리치몬트그룹에 따르면, 이번 W&W 행사에는 2만여 명이 넘는 일반인 방문객들이 찾았다고 한다. 전년인 2회 행사(1만 6,000명) 때보다 25%나 늘어난 수치다. 스위스 이외 지역에서 열리는 시계 박람회로는 W&W가 확고히 넘버원 자리를 굳히고 있는 모습이다.

행사 진행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방문객들의 관람을 도운 것도 눈길을 끌었다. W&W 측은 이번 행사를 위해 ‘스위스 뻐꾸기시계의 24시간’ 앱을 특별제작했다. 이 앱은 행사 관람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기호에 맞게 부스를 선택하고 행사장 동선을 정해주는 등의 기능도 장착했다. 행사장 곳곳에 그려진 QR코드를 통해 중요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것도 새로웠다.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의 행사 진행을 고수하는 여타 시계전시회와 구별되는 모습이었다.

각 시계 브랜드 부스에선 좀 더 화려해진 외관의 시계들이 많이 소개됐다. 이는 아시아시장 방문객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W&W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시계이야기의 저자이자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한국 전시회 오거나이저인 정희경 매뉴얼세븐 대표는 말한다. “이번 W&W에선 다른 전시회에서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여성 주얼리 시계들이 많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성 컴플리케이션 시계가 많이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하고요. 회중시계를 부각한브랜드가 많아진 것도 특징입니다.”

한편, 올해 W&W에는 바쉐론 콘스탄틴, 랑에 운트 죄네, 리차드 밀, 로저드뷔, 예거 르쿨트르, 피아제, 까르띠에, 파네라이, IWC, 몽블랑, 반클리프 아펠,보메 메르시에 등 12개 명품 시계 브랜드가 참여했다. 홍콩=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바쉐론 콘스탄틴 Reference 57260
Reference 57260은 올해 W&W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시계였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올해 자사 브랜드 탄생 260주년을 맞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를 모토로 만든 이 시계는 장착된 세부 기능만 57개에 달한다. 지난 9월 17일 처음 공개돼 일반 전시회로는 W&W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이 시계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처음부터 와우워치(Wow Watch·업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혁신적인 시계)를 목표로 만든 시계인 만큼 곳곳에 혁신적인 기술이 많이 쓰였다. 멀티플 캘린더와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등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컴플리케이션 기술들이다.


랑에 운트 죄네 Little Lange 1
올해 설립자인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 Ferdinand Adolph Lange 탄생 200주년을 맞아 몇몇 기념비적인 모델을 먼저 내놓았던 랑에 운트 죄네는 W&W에서도 새로운 버전의 Little Lange 1을 선보여 시계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았다. Little Lange 1은 Lange 1 컬렉션의 페어 컬렉션이다. Little Lange 1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Lange1 컬렉션의 여성용 라인으로 다이얼 구성이나 기능은 Lange 1과 동일하나 여성용 컬렉션답게 사이즈가 36mm로 줄고 디자인이 좀 더 화려해진 게 특징이다.


리차드 밀 RM 69 Erotic Tourbillon
RM 69 시리즈로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오가는 리차드 밀이 올해 W&W에서는 RM 69 모델치고는 점잖은 축에 속하는 RM 69 Erotic Tourbillon를 새로 선보였다. RM 69 시리즈는 다이얼 정면에 남녀의 적나라한 성교 장면을 그대로 형상화하는 등 에로틱 디자인의 선구자적인 컬렉션으로 이름이 높다. RM 69 Erotic Tourbillon은 다른 RM 69 시리즈처럼 자극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12시 방향 상단의 세 개 롤러 창을 통해 퇴폐적인 문장 조합을 보여줌으로써 시계 디자인에서 새로운 에로티시즘의 영역을 창조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아제 Palace Décor Adornsa Secret
피아제는 이번 워치스 앤드 원더스에서 새로운 하이주얼리 워치 컬렉션 Secrets & Lights를 론칭해 화제가 됐다. Secrets & Lights는 고대 실크로드 선상의 도시들이 보여줬던 신비로운 분위기와 눈부신 빛의 향연들을 형상화한 컬렉션이다. 컬렉션 정체성만큼이나 하위 모델들 모두 묘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자랑하지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시계는 Palace Décor Adornsa Secret이었다. 다이얼 덮개 케이스가 슬라이드 식으로 여닫을 수 있게 제작된 이 모델은 골드 크래프팅된 덮개 케이스와 마더 오브 펄 다이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한편 피아제는 이번 W&W에 참여한 12개 시계 브랜드 중에서 가장 많은 신모델(24개)을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예거 르쿨트르 Geophysic Universal Time
최근 여성 시계 컬렉션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예거 르쿨트르는 W&W를 위한 새로운 모델로 남성 시계만 두 피스를 내놓아 시계 마니아들의 허를 찔렀다. 이들 두 시계는 Geophysic이라는 새로운 독립 컬렉션의 하위 모델로 나왔다. 두 시계 중 좀 더 많은 관심을 받은 쪽은 월드타이머인 Geophysic Universal Time이었다. 월드타임 워치인 만큼 클래식 워치인 Geophysic True Second보다 눈에 띄는 다이얼 구성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시계는 블루 래커 처리된 다이얼에 입체적으로 형상화된 세계 지도가 인상적이다. 두 시계 모두 마스터 컴프레서 익스트림 랩 1에 적용됐던 비구형의 밸런스 휠 ‘자이로랩’이 장착됐다.


로저드뷔 Excalibur Spider Pocket Time Instrument
로저드뷔의 올해 W&W 테마는 ‘아스트랄 스켈레톤 Astral Skeleton ’이었다. 아스트랄 스켈레톤은 로저드뷔를 상징하는 별 모양의 구조물이다. 로저드뷔는 이번 W&W에서 아스트랄 스켈레톤을 네 가지 버전으로 재해석했다. 오토매틱 스켈레톤, 테크니컬 스켈레톤, 크리에이티브 스켈레톤, 하이주얼리 스켈레톤 등이다. 박람회장 현장에서는 네 가지 버전 중 테크니컬 스켈레톤 시계로 나온 Excalibur Spider Pocket Time Instrument가 유독 많은 관심을 받았다. Excalibur Spider Pocket Time Instrument는 스프링 밸런스를 4개나 장착해 론칭 당시 큰 화제가 됐던 Excalibur Quatuor를 회중시계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모델이다.


파네라이 Radiomir 1940 - 3 Days Acciaio
디자인의 전통성을 중시하는 파네라이가 올해 W&W에서는 직경 26.8mm의 새로운 무브먼트 P.1000을 새로 선보였다. P.1000은 빅 사이즈 시계가 주류를 이루는 파네라이 무브먼트치고는 크기가 줄어든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3 Days Acciaio는 3 Days Oro Rosso와 함께 P.1000 무브먼트를 탑재한 최초의 시계다. 인덱스의 가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파네라이의 독창적인 다이얼 디자인인 샌드위치 구조를 사용했다. 아랫면 디스크를 스트랩의 밝은 초록색과 조화를 이루도록 푸르스름한 빛을 띄게 해 스트랩이 다이얼 아래로 연결된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까르띠에 Clé de Cartier Mysterious Hour
리치몬트그룹의 대장 브랜드 까르띠에는 자사 브랜드의 두 가지 상징인 Clé de Cartier 컬렉션과 미스터리 컴플리케이션을 결합해 주목을 받았다. 미스터리 컴플리케이션은 시침과 분침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모델은 비대칭 로마자 숫자 인덱스와 오픈 워크 다이얼 처리를 통해 미스터리 컴플리케이션의 난해한 매력을 배가시켰다. 시스루룩으로 처리된 케이스 뒷면을 확인하더라도 미스터리 컴플리케이션의 작동 원리는 좀처럼 알기 어렵다. 비밀(Tip. 브릿지 안에 숨겨진 투명 회전 디스크)을 숨길 수 있도록 곳곳에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IWC Portofino Hand-wound Monopusher
IWC는 지난해 W&W에서 남성 전용 시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여성용 컬렉션인 Portofino Midsize를 론칭한 바 있다. IWC는 올해 역시 다양한 Portofino Midsize 컬렉션 모델들을 준비했으나, 완전히 새로운 모델들을 내놓기보다 다양한 시계 마니아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작은 변화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었다. 올해 W&W에서 주목받은 IWC의 신제품은 남성 시계인 Portofino Hand-wound Monopusher였다. 절제된 우아함이라는 Portofino 컬렉션의 모토에 맞게 다이얼에 많은 정보가 들어간 크로노그래프 모델임에도 반듯한 인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Portofino Midsize 컬렉션 시계들과 페어워치로 알맞은 시계로 주목을 받았다.


몽블랑 Villeret Tourbillon Cylindrique Geospheres VdG Nightsky
최근 시계 브랜드로서도 최전성기를 맞고 있는 몽블랑은 올해 SIHH에서 발표한 Villeret Tourbillon Cylindrique Geospheres Vasco da Gama의 W&W 버전인 Nightsky를 선보였다. 오리지널 버전이 18K 레드골드 소재였던 데 비해 두 번째 버전인 Nightsky는 18K 화이트골드 소재로 만들어져 좀 더 세련된 맛을 더했다. 다이얼 하단에 지구를 북반구와 남반구로 나눠 표시한 월드타임은 올해 시계 업계 최고의 아이디어라 칭할 만하다. 몽블랑은 지난해 W&W에서도 6시와 12시 창이 바뀌면서 두 개의 다이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던 독특한 아이디어의 Metamorphosis Ⅱ 시계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반클리프 아펠 Lady Arpels Martin-Pêcheur Azur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시계 장르를 만들어낸 반클리프 아펠은 이번 W&W에서 미니어처 페더 아트(Miniature Feather Art·깃털을 이용한 미니어처 공예 기법)와 스톤 마쿼터리(Stone Marquetry·각기 다른 강도를 가진 돌들을 자르고 연마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공예 기법)를 활용한 Oiseaux Enchant és Extraordinary Dials 컬렉션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컬렉션은 22개 하위 모델 하나하나가 전부 한 편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하다. Lady Arpels Martin-Pêcheur Azur는 바다 위를 나르는 호반새를 표현했다.


보메 메르시에 Clifton 1830 Pocket Watch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는 시계 브랜드 보메 메르시에가 브랜드 창립 185주년을 맞아 파이브 미닛 리피터 기능을 갖춘 Clifton 1830 Pocket Watch를 선보였다. 이 시계는 보메 메르시에 브랜드가 탄생한 19세기의 회중시계를 모티프로 삼았다. 그렇다 보니 미닛 리피터 기능 역시 최근 보편화한 원 미닛 리피터가 아닌 파이브 미닛 리피터 기능을 사용했다. 파이브 미닛 리피터는 이름처럼 미닛 리피터 타종 최소 단위가 5분인 미닛 리피터이다. 올 오아 낫씽 All Or Nothing 안전장치가 장착돼 4시 방향의 리피터 슬라이드가 제동장치에 닿아야만 미닛 리피터 기능이 작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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