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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은 지금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 정상화 본격 카운트다운 '제2의 창업' 승부수 던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5년여의 기나긴 워크아웃(기업 회생 절차) 터널을 통과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그룹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나아가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을 되찾으며 그룹 재건의 신호탄을 쏘았다. 과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의 캐치프레이즈인 ‘아름다운 기업’으로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까?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올해는 제2의 창업을 완성하고 더욱 강하고 힘 있는 멋진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자강불식(自强不息, 자기를 강하게 하는데 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의 사자성어)의 자세로 노력합시다.”

올 초 공개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신년사에는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특히 ‘ 재건’ 이라는 단어를 수 차례 반복했다. 박 회장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워크아웃과 자율협약 졸업을 달성한 데는 그룹의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임직원들의 노력이 컸다”며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재계 7위까지 성장시킨 저력을 발판으로 그룹의 재건을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내자”고 말했다.

박 회장의 말처럼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주력 계열사들이 잇따라 워크아웃을 졸업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경영실적이 호전되며 그룹 경영 정상화의 9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반전에는 그룹 재건이라는 당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박삼구 회장의 뚝심 있는 경영 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박삼구 회장 그룹 재건에 사활
지난해 초, 박삼구 회장은 2014년 금호아시아나의 키워드로 ‘그룹 재건’을 선정했다. 주력 계열사의 워크아웃 졸업을 앞당기고 채권단에 넘어갔던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을 다시 확보해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의지였다.

박 회장의 공약은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을 선언했다. 수출입은행을 포함한 8개 시중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 역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율협약 경영체제 종료를 발표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의 주력 계열사가 워크아웃 조기 졸업이라는 성과를 달성한 데는 박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 2009년 이른바 ‘ 형제의 난’ 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박 회장은 4년 후인 2013년 금호산업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박 회장은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연봉을 1원만 받겠다”며 파격적인 ‘무임금 경영’ 선언을 했다. 또 지난 2010년 금호산업의 100대1 감자를 실시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금호석유화학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일체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 자금으로 내놨다. 약 3,000억 원에 달하는 사재를 회사를 위해 사용한 것이다. 채권단에서도 회사를 살리기 위한 이 같은 박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룹 정상화의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과거 금호아시아나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금호산업의 인수였다. 박 회장은 지난 9월 금호산업 채권단이 제시한 지분 매각대금 7,228억원에 금호산업 지분 50%+1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매각대금을 완납하면 박 회장은 2009년 12월 이후 약 6년 만에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의 최대 주주로 복귀하게 된다.

금호산업 인수 과정도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사실 채권단에서 금호산업의 유력한 새 주인으로 꼽은 기업은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이었다. 호반건설은 장기간에 걸친 건설경기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이어온 회사였다. 도급순위 역시 지난 2014년 기준 15위로 금호건설(20위)보다 높았다. 당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현금 동원력은 충분하다. 무조건 단독입찰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더욱 절박한 쪽은 박삼구 회장이었다.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아시아나에어포트 등 여객 관련 계열사의 지분을 100% 보유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금호산업 인수는 곧 항공 · 여객 등주력 사업의 정상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금호아시아나의 순환출자구조의 한 축을 담당해온 금호산업의 인수는 박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필수 선택이었다.

결국, 박 회장의 바람대로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 인수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오는 12월30일까지 인수금을 채권단에 납입하면 금호산업을 최종 인수하게 된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된 채권단과의 협의가 마무리된 뒤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수년 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 진정 아름다운 기업이 될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또 이번 금호산업 인수를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더 낮은 자세로 금호아시아나가 국가 경제 발전에 작지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여생을 바치겠습니다.”


주력 계열사 경영실적 호전
지난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금호아시아나는 과감한 베팅을 통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곧 ‘유동성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금호아시아나가 승자의 저주(기업 인수 · 합병에 성공하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비용 투입으로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에 걸렸다”고 평가했다.

무려 10년여간 이어진 승자의 저주가 서서히 끝나간다. 금호아시아나와 박삼구 회장은 경영 정상화와 ‘제2의 도약’을 위해 주력 사업을 앞세운 과감한 전략을 세우고있다.

우선 금호아시아나 경영 정상화의 중심에 서 있는 금호산업의 성과가 눈에 띈다. 계속된 건설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청신호를 켠 것이다. 특히 박 회장의 금호산업 지분 인수 결정 전후로 이뤄진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큰 규모의 수주는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3단계 저장탱크 공사다. 단일공사로는 올해 수주한 공공부문 사업 중 가장 큰 2,197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이번 프로젝트는 인천 신항에 있는 가스공사 인천기지에 20만 ㎘급 가스저장탱크 3기를 시공하는 플랜트 공사다. 이번 프로젝트에 금호산업은 진흥건설과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공사를 공동 수주했다. 이밖에 서울 서대문구 수색로 모래내 · 서중 양대시장 도시환경정비사업과 전북 군산 나운주공 2단지 재건축사업도 각각 1,361억 원과 1,064억원에 수주했다. 업계에서는 금호산업이 이번 수주를 계기로 사회간접자본(SOC) 공사와 재건축 · 재개발 등 건축사업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앞둔 가운데 신규수주가 증가하면서 경영실적이 뚜렷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민자사업, 해외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금호타이어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할 채비를 마쳤다. 전진기지는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공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조지아주 메이컨에 약 4억1,300만 달러( 한화 약 4,627억 원)를 투입해 연간 약 400만 개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16년 초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조지아 공장은 완성차용 타이어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밖에 금호타이어는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전기차용 타이어 ‘와트런’을 앞세워 유럽시장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가 자체 개발한 와트런은 기존 제품 대비 25% 감소한 무게와 탁월한 제동력, 저소음으로 글로벌 타이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를 대표하는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 LCC, Low Cost Carrier) 신규 설립과 차세대 항공기 투입을 통한 장거리 노선 강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3월 에어부산에 이은 두 번째 LCC인 ‘ 에어서울’ 설립을 결의한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초 에어서울의 연내 출범을 목표로 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 히로시마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와 6월 발생한 메르스(MERS ·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금호산업 인수전 등으로 출범 시기를 늦춘 바 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금호산업 인수 등 그룹 이슈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면서 에어서울 출범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미 에어서울은 류광희 전 아시아나항공 여객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국토부 국제항공운송 사업면허 신청요건인 자본금 150억 원도 확보했다.

에어서울의 주력 노선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운영 중인 저수익 중 · 단거리 노선이 될 전망이다. 사업면허 승인 및 국내외 운항증명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임차받은 A321-200 기종을 활용해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중 · 단거리 노선뿐 아니라 중 · 장거리 노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 오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차세대 항공기 ‘A350XWB’ 3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 중 · 장거리노선에 투입한다. 에어버스의 A350XWB는 동급 항공기 대비 넓고 쾌적한 객실 공간과 뛰어난 연료 효율성, 소음과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항공기로 현재 주요 글로벌 항공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기종이다.

이밖에 지난 5월과 6월 각각 A380 3~4호기를 도입한 아시아나항공은 내년에 동일 기종 2대를 추가 도입해 뉴욕, 홍콩, 방콕 등 장거리 노선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금호산업 인수자금 조달 방식에 관심
금호산업 인수를 기반으로 그룹 재건에 청신호를 밝힌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이지만 여전히 고민거리는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가장 유력했던 금호고속 매각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은 ‘금호산업 인수에 계열사를 동원하지 말라’는 채권단의 권고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현재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외부의 재무적 투자자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그럴 경우 금호고속 지분 100%를 매입한 칸서스자산운용이 가장 유력한 파트너로 떠오른다. 칸서스자산운용이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에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방안에서도 칸서스자산운용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향후 박 회장이 넘겨받을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금호산업 인수에 금호산업 지분을 활용한다면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 스스로 무리한 인수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은행권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이미 주요 은행들이 금호산업 채권단에 속한 상황에서 금호산업 인수 자금을 빌려주기는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며 “박 회장 자신도 인수자금 마련 과정에서 잡음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은행권을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동의하에 보유하고 있던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을 결정하며 약 4,000억 원의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추가로 필요한 3,000억 원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지난 10여 년간 계속된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암흑기는 금호아시아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박 회장도 한 공식 석상에서 “금호아시아나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때마다 더욱 강해졌다”며 이 같은 세간의 평가를 뒷받침했다. ‘승자의 저주’ 종식과 함께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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