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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를 잃으며...

대형 사모펀드 아폴로 Apollo와 TPG가 시저스엔터테인먼트 Caesars Entertainment를 인수한다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 수십억 달러를 날리는 낭패를 보았다. 시저스가 파산을 신청한 현재, 두 회사와 헤지펀드 채권자들 같에 날 선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역사적인 도박'이 실패한 사연을 추적했다. BY WILLIAM D. COHAN

지난 8년간,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싸고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제는 언제부터 일이 잘못되었는지 되짚기도 힘들 정도다. 라스베이거스 최대 카지노 업체로 손꼽히는 시저스가 184억 달러 규모의 파산신청을 제출하자 많은 이들이 원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상징성의 측면에선 단연 2012년 11월 17일 저녁에 있었던 사건이 첫손에 꼽힐 것이다.

이날은 사모펀드 TPG 캐피털 TPG Capital의 창립자인 억만장자 데이비드 본더먼 David Bonderman의 70세 생일파티 날이었다. 장소는 라스베이거스였다. 본더먼과 그의 아내는 친한 친구 1,000명과 함께하는 화려한 파티를 계획했다. 배우 겸 코미디언인 로빈 윌리엄스 Robin Williams가 사회를 맡았고, 전설적인 가수 폴 매카트니 Paul McCartney와 존 포거티 John Fogert y가 축하공연에 나섰다. 손님들은 본더먼이 좋아하는 노래가 든 아이팟과 함께 각자가 원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돈을 1인당 1,000달러씩 지급 받기도 했다.

특급 카지노에 가장 잘 어울릴 행사였다. 마침 본더먼은 특급 카지노 한 곳을 소유하고 있었다. 2008년 TPG는 드렉셀 버넘 램버트 Drexel Burnham Lambert *역주: 1994년 문을 닫은 월가의 대형은행 출신의 리언 블랙 Leon Black이 이끄는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Apollo Global Management와 함께 시저스를 인수했다. 4년 후 시저스는 막대한 채무 압박을 받았고 두 사모펀드는 투자금 6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시저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저스 팰리스 Caesars Palace 호텔에서 본더먼의 생일 파티가 열린다면 분명 홍보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될 터였다.

하지만 본더먼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시저스의 최대 라이벌 윈 리조트 Wynn Resort를 선택했다. 음식, 술, 숙박, 오락거리, 리무진까지 사고 한 번 없이 행사는 매끄럽게 진행됐다. 한 참석자는 “아름다운 밤이었다”며 “경비가 족히 700만~800만 달러는 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시저스의 매출이 될 수도 있었을 돈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시저스의 CEO 개리 러브먼 Gary Loveman(55)과 경영진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당시 시저스는 과도한 채무, 도박업계의 공급과잉, 2008년 경기침체의 여파로 카지노 방문자 및 베팅액수 감소가 겹치면서 이중손실을 입고 있었다. 경영진은 본더먼의 공개적 모욕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한 임원은 “쓴 약을 마셨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우리 대주주가 그렇게 큰 행사를 다른 곳에서 치른다는 사실이 직원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

본더먼은 본 기사를 위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시저스의 위기가 부실을 넘어 본격적인 대재앙으로 커지면서, 월가 최고의 거물들 간에 엄청난 판돈이 걸린 전쟁이 시작됐다. 한쪽에는 역사상 가장 영리하고 성공적인 사모펀드로 꼽히는 아폴로와 TPG가 있었다. 반대편에 선 헤지펀드들도 이들 못지않게 강력하고 의욕이 넘쳤다. 자산 230억 달러의 캐년 파트너스 Canyon Partners, 하워드 마크스 Howard Marks가 공동창업한 자산 1,000억 달러 규모의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 Oaktree Capital Management, 폴 싱어 Paul Singer가 이끌며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자산 250억 달러 규모의 엘리엇 매니지먼트 Elliott Management, 자산 200억 달러의 애팔루사 캐피털 Appaloosa Capital 등이 그들이었다. 애팔루사를 이끄는 데이비드 테퍼 David Tepper는 2013년 30억 달러 이상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전설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들의 다툼 사이에는 올해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328위를 차지한 시저스 엔터테인먼트가 있다. 한때 도박업계에서 고속성장의 신화를 썼던 이 기업의 현 상황은 엉망진창이라 할 수 있다. 지주회사 시저스가 보유한 카지노와 부동산 자산 현황이 계속 변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총 28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2013년보단 조금 나아진 실적이었다. 하버드대 교수 출신으로 시저스(원래 이름은 해라스 Harrah’s였으나 러브먼 재임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해 사명을 변경했다)의 고속성장을 이끈 CEO 러브먼도 비슷한 처지에 몰려있다. 흠 하나 없었던 그의 명성은 핵심사업의 하락세와 방만한 재무관리를 비난하는 채권자들에 의해 순식간에 빛이 바랬다.

양측의 대립은 지난 1월 15일 한층 격화됐다. 시저스의 도박사업 담당 자회사로 조직된 별도 그룹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사업회사(Caesars Entertainment Operating Corp. · CEOC)가 184억 달러 규모의 파산 신청을 제출했기 때문이었다(시저스의 기업 구조는 상당히 복잡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두 가지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CEOC가 미국 파산법 11장에 따라 재건 될 경우 기업 소유권이 누구에게 가야 하는지, 그리고 더욱 본질적인 질문으론 아폴로와 TPG가 시저스의 사업 운영과 투자금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과감성과 창의성이 너무 지나쳐 나머지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였다. 대부분 기회주의적 헤지펀드 성격을 가진 채권자들은 고전하는 기업의 채무를 헐값 매입 기회로 보고 현금화를 노렸다.

판돈도 크지만, 양쪽의 자존심은 더 크다. CEOC 같은 파산 사건을 집중 분석하는 뉴욕 소재 기업 리오르그 리서치 Reorg Research의 최고 법률담당 자문 주드 고먼 Jude Gorman은 “정말, 정말로 똑똑하고 승부욕도 대단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의 배후에는 거액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CEOC 파산 사건의 수임료는 향후 몇 년간 보너스가 더해져 최종적으로는 수억 달러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시저스 분쟁이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진 대결 중 가장 큰 주목을 끄는 사건으로 꼽히는 데에는 또 한 가지 이유가있다. 바로,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de *역주: 타인의 불행을 보며 기뻐하 는 심리다. 친밀한 관계의 월가 은행가와 법률가들은 그간 위세가 높았던 아폴로와 TPG가 마침내 천벌을 받는 날이 올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기업재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한 은행업계 임원은 “너무 영리했고 한계를 너무 많이 시험했기 때문에 이제 인과응보의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TPG와 아폴로가 사용한 수많은 금융기법에 대해선 결국 판사의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임원은 현 상황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물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에 대한 신탁 의무에 따라, 가치 보전을 위해 법적 · 윤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분명 타당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두 견해 중 어느 쪽이 옳은지는 뉴욕과 델라웨어 주 윌밍턴 Wilmington, 시카고 등에서 이뤄지는 법정 판결로 결론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은행업계 임원은 “‘너무 멀리 갔다는 게 어느 정도를 의미하느냐가 문제”라 설명했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가 탄생하기 전, 자신의 논문을 현실에서 시험해 보고 싶어 했던 한 학자가 있었다. 1990년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던 러브먼은 카지노를 비롯한 서비스 중심 기업의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고객 충성도 증가가 매출과 이익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어린시절 인디애나폴리스 Indianapolis의 수학 영재였던 러브먼은 웨슬리언 대학교(Wesleyan University)를 졸업한 후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선진국 실업 문제를 주제로 400쪽짜리 박사 논문을 제출했다). 하버드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며 그는 고객 충성도 개선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94년 러브먼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서비스이익 체인의 실현(Putting the Service-Profit Chain to Work)’이라는 제목의 공동 저술 기고문을 게재했다.

핵심내용으론 사우스웨스트 항공, 타코벨, 인튜이트 Intuit *역주: 재무 관리 소 프 트웨어 전문 기업 같은 기업이 직원과 소비자를 ‘ 최정상’ 에 둠으로써 ‘ 경영과 성공 측정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러브먼을 비롯한 공동 저자들은 ‘충성고객의 생애가치(lifetime value)가 천문학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알렸다. 기고문이 나간 이후 컨설팅 문의가 쇄도했고, 갑자기 러브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러브먼에게 컨설팅을 문의한 업체 중에는 카지노 업체해라스 엔터테인먼트도 있었다. 멤피스에 있던 당시 본사 건물은 남북전쟁 전에 지은 대저택이었다. 해라스의 보수적인 경영진은 처음에는 러브먼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카지노들이 대량으로 수집한 고객별 습관에 대한 자료를 고려했을 때, 도박업계야말로 최우량 고객들에게 각종 혜택(무료 식사, 쇼 관람권, 객실 업그레이드 등)을 제공해 충성심을 강화하는 실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믿었다. 러브먼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생각을 담은 편지를 써서 해라스 CEO 필립 새트르 Philip Satre에게 보냈다.

그는 새트르를 설득해냈다. 1998년 러브먼은 고객충성도 개선 계획을 실행에 옮겨 보라는 임무를 부여 받고 해라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올랐다. 임기는 2년. 멋진 실험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듬해 해라스는 본사를 라스베이거스로 옮겼고(사명을 시저스로 바꾼 것은 그로부터 몇 년 후였다), 러브먼은 개인 전세기로 보스턴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출퇴근을 했다.

COO로서 러브먼은 해라스의 우수고객 프로그램인 토털 리워드 Total Rewards의 전신을 개발하는 데 온 정성을 쏟았다. 도박꾼들은 최신 · 최고급 카지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짧은 기간 내에 성장한 해라스에겐 감당하기 힘든 경쟁이었다. 러브먼은 각 고객이 카지노의 이익에 기여 하는 정도에 따라 각종 특전을 (많은 경우 그 자리에서 직접) 제공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러브먼은 이를 “고객이 현재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큰 가치가 될 수 있을지를 알아낸 다음 이에 맞춰 대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멋진 아이디어에 기반한 프로그램은 결국 성공했고, 해라스는 도박업계의 시장 지배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러브먼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실험이 잘됐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너무나 잘 됐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토털 리워드 제도의 성공이 너무 대단했기 때문에 러브먼은 새트르가 2003년 은퇴하자 자연스럽게 그의 후임 1순위로 떠올랐다. 러브먼이 이끄는 해라스는 카지노 26곳을 운영하는 2류 업체에서 업계 선두권으로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이 같은 빠른 성장에는 잇단 인수합병과 모든 신규 카지노 업장에 토털 리워드 제도를 도입한 러브먼의 결정이 큰 몫을 했다. 2004년 한 해에만 해라스는 월드시리즈 오브 포커 World Series of Poker *역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열리는 포커대회와 비니언스 호스슈 Binion’s Horseshoe 소유 카지노 3곳을 15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 다음해에는 라스베이거스의 임페리얼 팰리스 Imperial Palace를 3억 7,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를 같은 해 93억 달러에 인수했다.

확장 전략의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2002년 각각 41억 달러와 7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던 시저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07년에 108억 달러와 17억 달러로 급증했다. 러브먼이 해라스에 입사했던 1998년에 약 22달러였던 회사 주가도 2005년 말에는 70달러를 돌파했다.

러브먼은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시장의 불일치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상당수 카지노 업체가 고급 호텔을 보유하고 있지만 호텔업체에 비해 카지노업체의 EBITDA- 이자 · 세금 · 감가상각비 이전 이익으로, 영업 현금흐름의 대략적인 측정 수준으로 널리 쓰인다-대비 주가 비율이 훨씬 낮았다. 러브먼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이후부터 이런 상황이었던 듯한데, 그래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러브먼은 해라스가 보유한 호텔 자산을 분리해 시장에서 공개 거래되는 부동산투자회사( REIT · 리츠)로 만들어 주주로부터 더 많은 가치를 끌어 들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는 사모펀드 대표의 노하우를 얻기 위해 데이비드 본더먼과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건 운명적 결정이었다.

그리고 2006년 또 하나의 계획이 탄생했다. 본더먼은 러브먼에게 리츠 대신 전면적인 차입매수(LBO) *역주: 인수할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 무렵 TPG가 150억 달러의 펀드를 조성한 터라, 본더먼은 돈을 굴릴 곳이 필요했다. 러브먼은 본더먼에게 이사회와 대화해 볼 것을 권유했다. 당시 해라스는 차입 비율 25%, 채무 110억 달러로 업계에서 유일하게 투자등급 재무제표를 유지하고 있었다. 러브먼은 회사의 성장궤도를 고려할 때, 차입을 늘리고 자기자본을 줄이면 회사를 더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러브먼은 “가치를 크게 늘려 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러브먼은 아폴로의 세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마크 로언 Marc Rowan의 전화를 받았다. 로언은 강한 자신감과 눈부신 지성을 가진 월가에서도 이름난 금융업자였다. 로언의 팀은 6개월간 해라스의 재무 상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토털 리워드 제도와 카지노 상황도 꼼꼼하게 살폈다. 그는 러브먼에게 식사를 제안했다. 뉴욕에서 저녁을 함께하며, 로언은 해라스의 비상장 부문을 인수하겠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로언 또한 카지노업체와 호텔업체 간의 평가 차이를 발견하고, 아폴로가 차익 거래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증가 추세인 해라스의 잉여현금 흐름(2005~2006년 기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과 러브먼이 만들어낸 성장 모델도 로언을 사로잡았다. 그는 러브먼이 “굉장히 수학적인 사람이며 훌륭한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저녁 식사는 거의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러브먼은 본더먼에게 그랬듯이, 로언에게도 이사회와 얘기를 해 보라고 권유했다.

결국 러브먼의 은근한 권유에 따라, 아폴로와 TPG는 협력을 결정하고 인수를 수차례 제안했다. 2006년 12월 해라스 이사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가 주당 90달러 가격으로 회사를 매각하는 데 동의했다. 두 헤지펀드가 최초로 제안하기 직전의 해라스 주가와 비교했을 때 35% 높은 수치였다. 인수가격은 해라스의 채무 추정액인 107억 달러를 포함해 총 307억 달러였는데, 당시 기준으로 역대 4번째 규모였다. 당시 해라스는 북미와 해외를 합쳐 총 51곳의 카지노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사들 중에는 회사가 대량의 채무를 추가로 안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 이들도, 오랫동안 지켜 왔던 이사직을 잃게 된다는 사실이 내키지 않았던 이들도 있었다. 이때 러브먼은 “66달러짜리 주식을 갖고 있는데 누가 현금으로 주당 90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하면 거절하기가 정말,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러브먼이 보유한 해라스 주식과 옵션의 세전 가치는 9,5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를 현금화하고 회사를 떠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러브먼은 아직 할 일이 더 남았다고 판단했다. 본더먼 · 로언과 함께 매출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9,500만 달러 중 어느 정도가 인수 건으로 들어갔는지 구체적으로는 밝히지 않았지만 절반 이하라는 귀띔은 해주었다. 그는 “정말 큰 돈이었다”고 말했다(두 헤지펀드의 인수 주식계좌 61억 달러가 정확히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는 한 번도 대중에 공개된 적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포춘의 공개 요청을 거절했다).

TPG와 아폴로는 해라스 2개 자회사를 100% 보유하는 지주회사 형태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두 자회사 중 하나는 45개 부동산과 카지노, 187억 달러의 은행채무 및 채권을 보유한 운영회사였다. 다른 하나는 주택담보증권 65억 달러로 자본 조달을 하는 부동산 회사로,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 주에 6곳, 뉴저지 주 애틀랜틱 시티 Atlantic City에 1곳의 카지노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6년 12월 인수가 공식 발표됐지만, 1년이 더 지난 2008년 1월 말에서야 인수 협상이 끝났다. 도박산업을 규제하는 당국이 아폴로와 TPG의 펀드 관리인을 상대로 실시한 장기간의 신원조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로언은 당시 “가족, 친구, 이웃까지 전부 대면 조사를 받았다”며 당국은 집에 와서 금고를 열어볼 권한까지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국의 인가를 받으려면 사생활을 침해받는 승인 절차를 장기간 받아야 하는데, 그 어떤 사모펀드도 이를 견딜 수 없다는 게 당시의 일반 상식이었다. 하지만 로언은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 자신만만한 성격의 그는 인수의 복잡성과 이에 수반되는 높은 규제 장애물들을 오히려 멋진 기회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아폴로와 TPG의 경영진이 갖고 있던 조물주와도 같은 엄청난 자신감은 훗날 몰락의 씨앗을 뿌리는 불씨로도 작용했다. 이들이 무심코 시저스에 수십억 달러의 채무를 안기던 바로 그 무렵, 바닥 없는 경제 추락이 시작됐고 시저스의 현금흐름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두 사모펀드는 잠재수익률 최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국 업장을 가진 쪽이 이긴다’는 라스베이거스 불변의 진리를 어겼다.

업장을 담보로 최대 한도까지 모기지 대출을 받았다. 아폴로와 TPG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EBITDA의 약 10배에 달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너무 높았던 것 아니었냐는 질문에 로언은 일단 반박을 했다. “너무 높았다고?” 그는 말했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했기 때문인가?” 로언은 당시 해라스가 라스베이거스의 중심가인 스트립 Strip의 최대 토지 보유주였기 때문에 서류상으론 매우 훌륭했다고 설명했다.

이 인수를 통해 두 사모펀드는 추가적인 지출 없이도 해라스의 현금흐름과 새 부동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로언은 당시는 대단한 시기였다”며 “시장은 대호황이었고, 라스베이거스 방문자 수도 엄청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도 아폴로와 TPG의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명백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무렵 인수는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러브먼은 모든 은행이 약속을 지킬지 “다소 확신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지만 은행들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이후로는 그 전만큼 상황이 좋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2008년의 재무 실적은 과거의 예상을 대부분 빗나가 있었다. 러브먼은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은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가을이 되자 위기의 절정이 찾아왔다. 매출이 갑작스럽게 20% 감소하고, 부유층 고객의 ‘ 플레이 수준(play level)’이 뚝 떨어졌다. 러브먼은 “블랙잭에 2만 달러를 쓰던 고객이 1만 달러만 쓰는 식”이라고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내 입장에선 매출이 반으로 떨어진다.”

사모펀드와 시저스 경영진 모두 새 경쟁자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측하지 못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시내 카지노 11곳 중 시저스 소속으로 개별 운영되는 카지노가 4곳(시저스, 밸리스 Bally’s, 쇼보트 Showboat, 해라스)인 애틀랜틱 시티에서 이런 흐름이 특히 두드러졌다. 코네티컷, 펜실베이니아, 뉴욕, 델라웨어, 메릴랜드, 그리고 애틀랜틱 시티에 카지노 수십 곳이 신규 개장하면서 대히트를 기록했다. 애틀랜틱 시티에 위치한 시저스 카지노 4곳의 2007년 EBITDA는 약 5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한 곳이 문을 닫고 남은) 3곳의 EBITDA는 약 1억 달러에 불과하다. 러브먼은 “애틀랜틱 시티 매출이 3분의 1 정도로 축소되고 끝났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4분기 사업이 곤두박질친 이유에 대해 러브먼과 로언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그들의 요지는 결국 숫자가 그들을 배신했다는 것이었다. 2007년 당시 28억 달러였고 2012년에는 40억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 예상됐던 EBITDA는 2008년 고작 18억 달러에 그쳤다. 러브먼은 “7~8배 정도였던 차입비율이 갑자기 13~14배로 올랐다”고 말했다. “제기랄.”

다른 많은 헤지펀드들이 그랬듯이, 아폴로와 TPG는 이 시점에서 사업중단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패배를 인정하고 기업을 채권단에 넘겨 부채를 장부에서 말소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로언은 그건 아폴로 방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좋은 결정도 나쁜 결정도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게 우리 사업”이라며 “가끔은 투자자의 돈을 일부라도 회수할 것인지, 아니면 다 잃을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TPG가 자금을 계속 끌어들이는 동안, 아폴로는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손실액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마음이 절박했던 로언과 직원들은 열성을 다해 일을 몰아부쳤다(TPG는 본 기사 작성을 위한 포춘의 파트너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2008년 가을 그 노력의 첫 일환으로 시저스는 후순위 채권자들에게 자발적 교환을 제안했다. 채무 1달러당 88센트를 지급한 후, 금리가 높고 상환 기간이 더 긴 채권을 발행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덕분에 2009년 초 시저스는 채무를 50억 달러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로언에게 이는 시작일 뿐이었다. 자발적 교환을 시작으로, 50가지도 넘는 각종 복잡한 거래가 이어졌다. 한 자회사에서 다른 자회사로의 반복적인 자산소유권 이전,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 John Paulson 보유 후순위 채권을 지주회사 자기자산으로 전환, 카지노 매출 감소를 일부 대체하기 위한 이스라엘 모바일 도박업체 인수 등 다양한 거래가 이뤄졌다. 새로 자회사를 설립한 후 이들 간에 자산을 거래하기도 했다.

과거의 일인데도 로언이 지휘한 온갖 거래를 떠올릴 땐 러브먼의 얼굴에 상기된 기색이 엿보인다. 모든 거래의 목표는 사업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리카드 몬테 three-card monte *역주: 카드게임의 일종에서 카드를 돌리듯 자산을 돌리는 것은 토털 리워드 제도를 키우는 것만큼 즐겁지 못했다. 러브먼은 “이런 걸 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던지, 2010년 11월 해라스는 사명을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조치는 아마도 몇 년 후 이뤄진 시저스의 기업공개일 것이다. 비상장 기업 시절 시저스를 인수한 두 사모펀드가 기대했던 ‘ 대박’ 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2년 2월, 지주회사(현재 파산한 CEOC와 부동산 자회사를 산하에 보유하고 있었다)는 소규모 기업공개를 통해 전체 주식의 2% 이하를 매각하고 1,63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시장 거래가 가능한 주식을 만들어 회사의 주식가치를 보여주고, 이 주식을 활용해 향후 필요할 때 출자전환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거래 첫날 주가가 71% 상승하면서 지주회사의 가치는 약 20억 달러까지 상승했다. 이후 시저스는 발행시장에서 주식을 두 차례 추가 발행, 약 2억 달러를 유치했다(현재 주가는 기업공개 당시 주가인 10달러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며 시가총액은 약 14억 달러다).

로언은 온갖 교묘한 조치를 취했지만, 시저스가 채무 부담으로 인해 파멸하지 않으려면 더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2013년 시저스는 (로언의 말을 빌자면) 주주들에게 최대한 시간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일련의 자산 판매를 시작했다. 로언은 “금융공학 활용을 절대 꺼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먼저 부동산을 소유한 자회사 이름을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부동산 (Caesars Entertainment Resorts Properties)으로 변경했다. 이 자회사는 (현재 파산한) CEOC를 새로 만든 2곳의 비(非)카지노 자회사에 매각했다. 부동산 업체인 이 두 회사 중 한 곳은 유통 · 외식 · 엔터테인먼트 개발 기업인 링크Linq로, 약 1억 3,300만 달러 상당의 세계 최대 페리를 보유하고 있다. 2013년에는 로언의 감독 아래 시저스 성장 파트너스(Caesars Growth Partners)라는 새자회사도 탄생했다. 이 회사는 CEOC가 보유한 6개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20억 달러가 넘는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주회사 산하에 3개의 기업이 남았다( 모두 한때 해라스가 보유했던 카지노나 기타 자산을 갖고 있었다). “논란의 여지는 있었지만, 이런 거래의 목적은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CEOC는 파산을 신청했다. 언급된 어느 자산도 제3자가 주관하는 공식 경매에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

시저스 경영진이 토털 리워드 네트워크에 속한 카지노 중 어느 것도 포기하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로언은 판매가가 공정했다고 주장했다. 에버코어 Evercore, 페렐라 와인버그 Perella Weinberg, 몰리스 앤드 컴퍼니 Moelis & Co.등 월가의 평판 높은 투자은행들도 적절한 가격이었다고 선언했다.

2013년 11월 시저스 성장 파트너스는 지주회사의 현재 주주들에게 회사 지분 매입권이 포함된 권리 매입을 제안했다. 아폴로와 TPG가 각각 2억 5,000만 달러, 다른 투자자들이 7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치열한 협상 끝에 시저스 성장 파트너스는 12억 달러를 끌어들였고, 새 투자자들은 회사 지분의 42%를 얻었다. 나머지 지분 (58%)은 여전히 지주회사의 소유였다. 로언은 “우리는 회사 평판을 위해 나쁜 돈, 좋은 돈을 가리지 않고 써버리는 일이 없도록 노력했다”며 “각 자회사는 우리의 허락을 받고 행동했다. 우리는 상생이라 생각되는 투자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CEOC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2013년 하반기엔 재앙 수준이었다. 라스베이거스 경기는 여전히 침체 상태였고, 애틀랜틱 시티는 무인지대로 변해 갔다. 지역 도박업의 부진은 계속됐다. 러브먼과 이사회는 2014년도 예산안을 함께 검토하면서 마침내 현실을 깨달았다.

그들에겐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다. 로언은 “회사를 돕고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면 모든 것을 모두 다 했다”고 말했다. 땜질 처방 대신 ‘ 완전한 해결책’ 을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CEOC의 후순위 채권은 회사 전망이 악화되면서 그 가치가 상당히 감소한 상황이었다(당시 액면가 1달러당 10센트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약 20센트에 거래 중이다). 아폴로와 TPG는 후순위 채권 최대 보유자 캐년, 오크트리와 재무개선약정을 맺을 수 있을지 알아보기로 했다. 로언이 이들에게 한 말의 요지는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너희도 무사할 수 없다’ 였다. 회사가 재무특약 *역주: 채무자가 지켜야 할 의무로, 추가 채무 부담 금지나 일정 재무비율 유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을 어기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은 것이었다.

이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CEOC의 감사인들이 ‘한정의견’ *역주: 재무제표에 회계기준 위반 사항이 일부 있다는 걸 표시한 감사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그럴 경우 CEOC는 ‘계속 기업’의 지위를 잃게 될 수 있었다. 로언은 재무특약 위반으로 인한 파산은 ‘복구가 가능(curable)’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감사에서 한정의견을 받았다고 해서 곧장 파산 신청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CEOC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한정의견을 받아들여 2014년 봄에 파산 신청을 하거나, 캐년 · 오크트리등 채권자들과 교환거래 협상을 하거나, 주식을 추가 발행해 만기가 다가오는 채무를 갚고 재무특약 불이행으로 인한 파산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이후 캐년과 오크트리는 아폴로의 주도로 CEOC와 후순위 채권의 새로운 채무계약을 위한 4개월간의 협상에 들어갔다(캐년과 오크트리는 보유 중인 CEOC 채권의 상태와 시저스 그룹의 다른 계열사와의 관계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했다). 차입매수(LBO) 실패 사례에선 이처럼 법원 밖에서 진행되는 협상이 상당히 흔한 일이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교환거래 협상은 실패로 끝났다.

로언은 “CEOC의 지급불능 가능성이 높아지고 파산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을 깨달았다”며 “그래서 경영진은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자금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파산법 11장에 따른 절차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CEOC는 카지노 4곳을 시저스 성장 파트너스에 매각해 18억 달러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매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선순위 채권은행들은 1달러당 100센트 전액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자회사의 채무 원금 및 이자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급보증 의무를 말소시켰는데 이 계획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특별위원회가 발족됐다. 여러 투자은행이 인수의 공정성에 대한 보증의견(fairness opinion)을 작성했다. 로언과의 인터뷰는 뉴욕 센트럴 파크가 보이는 그의 궁전 같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에 동석한 CEOC의 홍보대행사 테니오 스트래티지 Teneo St rategy의 매니징 디렉터 스티븐 코언 Stephen Cohen “그 때부터 사람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무렵 시저스는 채무의 대부분을 은행이 아닌 헤지펀드에 지고 있었다. 헤지펀드와 두 사모펀드 양측에 대한 외부의 인식이 점점 나빠지는 가운데, 양측의 대립 구도도 변해 갔다. 워너브러더스 의 만화영화 캐릭터, 늑대 랠프 Ralph E. Wolf 와 양치기견 샘 Sam Sheepdog은 평소에는 친구지만 일터에선 서로의 머리를 공격할 틈을 엿보는 앙숙이다. 양측의 ‘단지 업무상(just business)’ 관계도 이와 어딘가 비슷해지고 있었다.

CEOC의 후순위 채권자(캐년, 오크트리 등)들은 선순위 채무가 액면가로 지급된 반면 자신들의 채권은 헐값이 됐다는 데 격노했다. 이들은 CEOC, 러브먼, 아폴로, TPG 등 관련자들이 CEOC의 자산을 폭탄세일가에 팔아 치운 후 선순위 채무 지급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파산법에선 이런 행위를 ‘기만적 양도(fraudulent conveyance)’ 라 부른다. 사실로 증명될 경우 문제의 거래가 취소하고, 거래 전으로 원상 복구될 수도 있다(실제로 거래를 취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후순위 채권자들의 추정 손해액을 보상하기 위해 추가 금액을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다). 로언은 “모든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며 “자산 매각이 꼼꼼히 감독됐음을 이사회가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년과 오크트리는 거래를 막고자 규제당국에 승인 거부를 요청했다. 그러나 거래는 성사됐고 돈이 오갔다. 선순위 은행 채권자들 중 일부는 돈을 받았고, 나머지는 곧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혼란이 찾아왔다. 소송이 시작된 것이었다. CEOC의 선순위 보증채권 분할 발행분 일부의 사채수탁자(indenture trustee) *역주: 채권자의 이익을 보증는 권한을 갖는 법인 윌밍턴 저축펀드협회(Wilmington Savings Fund Society)가 2014년 8월 본더먼, 로언, 러브먼 등 인수를 주도한 기업과 인물 상당수를 고소했다. 지주회사 및 그 주주들의 이익을 목적으로 ‘ 일련의 자기거래’를 자행해 ‘CEOC에게 피해를 입히고, CEOC 자산을 채권자들이 접근 할 수 없도록 빼돌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원고는 피고가 ‘좋은 시저스’와 ‘나쁜 시저스’를 만들었고, 그중 ‘나쁜 시저스’가 2008년의 인수로 인해 발생한 채무의 절대 다수를 단독으로 떠맡았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 아침, CEOC도 윌밍턴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 다른 사채수탁자인 UMB 은행이 제기한 소송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원고는 ‘ 본 사건은 개선이 불가능할 정도로 혼란에 빠진 경영진에 의해 자행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뻔뻔스러운 기업적 약탈(corporate looting)이자 권력의 오용’ 이라고 제소했다. UMB는 CEOC가 다른 자회사로 ‘ 뻔뻔스럽게 증여’ 한 자산 규모를 ‘4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했다. 윌밍턴과 마찬가지로, UMB의 목표는 거래를 취소하고 자산을 다시 CEOC의 소유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2014년 12월 15일, CEOC는 후순위채권 45억 달러에 대한 2억 2,500만 달러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 CEOC가 이자나 원금을 일정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재무제표상으로 15억 달러가 넘는 현금이 있었는데도, CEOC는 문제의 이자 지급에 대해 ‘유예 기간(grace period)’을 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4일 후, CEOC는 ‘수개월 내 파산을 신청하고 후순위채권 45억 달러에 대한 원금 및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일부 선순위 채권자와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애팔루사의 테퍼를 비롯한 CEOC의 후순위 채권자들에게 이는 지나친 조치였다. 2015년 1월 12일, 존스 데이 Jones Day 로펌의 브루스 베넷 Bruce Bennett 변호사가 대표로 나선 CEOC의 후순위 채권단은 델라웨어 주 챈서리 Chancery 법원에 CEOC를 상대로 비자발적 파산을 신청했다. 동시에 베넷은 아폴로, TPG, 시저스 경영진이 2008년 9월 이래로 실행한 50여건의 거래 조사를 전담할 조사관을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베넷은 고소장에서 ‘모든 거래는 비밀의 베일에 싸인 채 진행됐다. 주요 사실이 거의 혹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가치를 시장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명백한 시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대형 파산 사건에서 사건의 전모와 가장 큰 피해자를 밝혀내기 위한 한 가지 수단으로, 법원이 임명한 조사관이 개입하는 경우가 흔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고 재판 절차 진행이 늦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건을 맡은 조사관의 경우, 13개월간 자신과 소속 로펌이 진행한 조사 업무의 보수로 약 5,000만 달러를 받기도 했다.

3일 후 CEOC는 시카고 법원에 자발적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CEOC는 과거에 공개했던 구조조정 계획을 진행하길 희망하며, 선순위 채권자의 약 80%가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CEOC의 예전 계획이란 시저스를 운영회사와 상장기업인 리츠 두 개로 쪼개고, 리츠 산하에 새로 부동산 자회사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또, 채권자에게 액면가 86억 달러 상당의 신규채권을 발급해 CEOC의 채무 184억 달러 중 100억 달러를 소멸시킨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렇게 하면 연간 이자 지출이 17억 달러에서 4억 5,000만 달러로 줄어들 수 있었다.

이 제안은 로언이 새로 제안한 금융공학적 시도가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나왔다. 그 시도란 시저스 성장 파트너스를 상장된 모회사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해 기업가치를 35억 달러로 키운다는 안이었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는 합병을 통해 시저스 성장 파트너스가 보유한 약 10억 달러의 현금을 사용하고, 구조조정 계획안 실행에 필요한 재정 마련을 지원할 수 있었다.

이 계획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3월 25일, 시카고 파산법원은 웨일 가셜 Weil Gotshal 로펌 소속 변호사이자 워터게이트 사건의 담당 검사 중 한 명이었던 리처드 데이비스 Richard Davis를 조사관으로 임명했다. 그의 임무는 CEOC가 ‘명백한 자기거래 혹은 이해관계의 충돌에 연루’됐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데이비스는 자신이 평소 받는 보수보다 100달러 적은 시간 당 850달러에 이 사건을 수임했다고 밝혔다.

변호사와 인수합병 전문 은행가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시저스 사태의 진정한 승자는 애팔루사의 데이비드 테퍼와 엘리엇의 폴 싱어뿐인 듯하다. 시저스에 대한 두 사람의 도박은 성공을 거뒀다. 테퍼는 시저스의 후순위 채권을 가격이 바닥을 찍던 작년 가을에 매수했다. 채권 가격은 이후 반등했다. 싱어는 CEOC의 은행부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역주: 채권 발행 주체가 부도가 나더라도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구입했는데, 구조조정 협상이 펼쳐지면서 CDS의 가치는 약 60%나 급등했다.

러브먼은 이제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2월 초, 그는 7월 1일부로 CEO직에서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후임은 렌터카 업체 허츠 Hertz의 CEO 출신 마크 프리소라 Mark Frissora. 러브먼은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와 CEOC의 회장직은 유지한다. 그는 그 동안의 고생 탓에 정신적으로 탈진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러브먼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며 “다시는 카지노 업계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완전히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러브먼은 “앞으로 예측하기 정말 힘든 사건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로언은 자신이 사태 진행 내내 참선수행자와 같은 평정심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폴로가 잘 해야 투자액의 절반 정도를 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래도 전쟁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로언은 “사람들이 아폴로를 좋아하든 말든, 우리는 굴하지 않는다”며 “끝까지 파고들어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CEOC의 후순위 채권자들이 분노하는 원인 중 하나는 몇 년간 이어진 속임수나 다름없는 금융기법에도 불구하고 아폴로와 TPG가 여전히 최초 투자금액을 일부분 지켰다는 것이다. 두 사모펀드는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지분 60.6%와 시저스 성장 파트너스 지분 일부를 갖고 있다. 로언은 아폴로 소유 지분의 현재 가치가 원래 투자금액 1달러당 20센트 수준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CEOC 후순위 채권의 현재 거래가격 수준이다. 후순위 채권단의 회수율이 차입매수에 실패한 사모펀드의 회수율과 유사한 수준인 경우는 흔치않다. 일반적으론 순위를 막론하고 어느 채권자라도 원금을 100% 돌려받지 못할 경우, 사모펀드는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한다. 시저스 사건이 인수합병 관련자들 사이에서 향후 몇 년간 회자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로언과 아폴로가 이 정도 대규모 차입인수 실패 사례에서 보기 드물만큼 최선을 다해 영리하게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로언은 현재 CEOC의 후순위 채권자들에겐 아무 가치가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후순위 채권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로언은 “후순위 채권자들에게 줄 돈이 이미 떨어진 상태”라며 “시저스는 좀 더 계획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일방적인 교환거래’인 그들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사모펀드 업계 최고의 명석한 인재들과 위기에 빠진 세계 헤지펀드 업계 최정상 두뇌들 간의 분쟁은 과연 어떻게 끝날까? 소송이나 힘겨운 협상, 어쩌면 두가지가 모두 진행된 후에야 결과가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이 사태는 이미 씁쓸한 교훈 몇 가지를 안겨주었다. 아무리 정교한 월가의 금융공학이라도 핵심 사업이 무너지면 별 수 없다는 교훈이다.

로언은 테퍼와 싱어를 제외한 모두가 돈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아폴로와 TPG에는 이제 천재가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대제국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교묘한 금융기법으로 시저스의 기업구조는 매우 복잡해졌다. 5개국에 소재한 자회사 3곳이 수십 개의 카지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지주회사(2010년 해라스에서 사명 변경)로 상장기업이다. 기업가치는 약 15억 달러에 달한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운영회사(CEOC)
시저스의 가장 큰 자회사로, 2015년 1월 15일 파산법 11장에 근거해 파산을 신청햇다. 당시 채무 규모는 184억 달러였다. 미국에 19곳, 그 외 지역에 9곳의 카지노를 보유하고 있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부동산
해라스 애틀랜틱 시티 카지노 등 카지노 6곳과 높이 약 168m의 대관람차를 보유한 라스베이거스의 링크 호텔 단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시저스 성장 파트너스
2013년 설립된 자회사로, 같은 해에 CEOC의 카지노 6곳을 20억 달러에 매입했다. 그 다음 해에는 18억 달러에 CEOC 산하 카지노 4곳을 추가로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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