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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금매각 계획 백지화

기금 규모를 늘리기 위해 보유 금을 매각하려던 IMF는 이 방안 대신 보유금 가치를 재평가하는 형태로 재원을 마련키로 입장을 선회했다. 세계 금 시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 매각을 반대해온 국제 금 산업계와 미국측에 사실상 굴복한 셈이다.이에 따라 경제위기국에 대한 구제금융과 세계 최빈국 부채 탕감을 위한 재원으로 쓰겠다던 계획까지 차질이 불가피해, IMF 회원국들의 또다른 반발이 예상된다. IMF는 7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보유 금 1억300만온스 가운데 1,000만온스(25억6,000만달러어치)를 매각하려던 계획 대신 가치를 재평가하는 방식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재무부 인터넷 사이트에 미리 뜬 IMF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보유금을 매각하려면 회원국 85%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해 보유 금 가치를 재평가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절차적인 문제보다는 보유금 매각계획이 흘러나온 뒤 금값 폭락 등 금 시장의 동요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금 생산국들의 반대, IMF 최대 지분국인 미국 의회의 부정적인 시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MF와 영국, 스위스 중앙은행 등도 금 매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달 25일 2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인 온스당 252.05달러까지 폭락했던 금값은 이날 뉴욕 상품거래소(NYMEX)에서 즉각 온스당 1.70달러가 뛰는 등 호재로 환영받았다. 보유금을 당초 구입가격대로 온스당 47달러로 장부상에 평가해 놓고 있는 IMF는 1,000만온스를 재평가할 경우, 온스당 209달러씩 총 11억달러 가량 차익이 생기며 이를 최빈국과 과다채무국 지원 재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IMF는 오는 2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은행·IMF 연차총회에 이 안을 상정할 방침이지만 벌써부터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우선 금매각 반대에 앞장 섰던 미 의회의 짐 삭스톤 상·하원 경제위원회 부의장은 IMF의 새로운 계획이 「모호하다」고 혹평하고 『미 의회는 IMF에 납세자들의 돈이 들어가는 어떤 안에도 반대해야 한다』며 당장 다른 방안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이다. 금 매각 계획이 클린턴 대통령의 국제 경제정책을 실현하는데 핵심적인 수단이라고 칭찬해 마지않던 미 행정부도 떨떠름한 기색이다. 이같은 재평가작업이 단지 장부상의 평가익을 만드는데 불과, IMF에 실제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호주 맥커리 은행의 카말 나크비 분석가는 『IMF가 장부상에 나타나는 차익을 어떻게 현금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아냥댔다. 또 차익으로 IMF의 크레딧 라인(신용대출) 여력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규모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IMF 내부에서는 각국의 주요 중앙은행이 이 금을 재평가 가격으로 산 뒤 IMF에 되파는 방법으로 차익을 현실화할 수 있다며 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의 중앙은행들과도 이미 물밑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여튼 재원 확대를 위한 금 매각 계획이 무산되는 바람에 IMF는 과다 채무빈국(HIPC)의 부채 탕감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내놓겠다고 한 약속마저도 지키기 어렵게 됐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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