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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투와 산은총재
입력1999-11-03 00:00:00
수정
1999.11.03 00:00:00
「그나마 다행이지 뭐, 우리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이 대주주의 장(長)이 되니까.」 「아냐, 아는 사람이 더한다고 더 세게 나올 거야.」요즘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극약처방을 목전에 둔 한국투신의 직원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이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3년전까지만 해도 한솥밥을 먹었던 전사장에 대한 기대와 까닭 모를 우려가 뒤섞인
얘기의 당사자는 바로 이근영(李瑾榮) 한국산업은행 총재. 공적자금 투입후 한투의 최대주주가 될 산업은행의 수장이 바로 李총재다. 정부의 명령(?)에 따라 명목상의 최대주주가 되지만 대주주의 장으로서 한투 구조조정에 어떤 식으로든 총대를 멜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그가 한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후 진행될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자신들의 일자리보전에 큰 영향력을 미칠 윗분이니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李총재는 지난 94년 3월부터 96년 8월까지 2년 5개월 동안 한국투신의 사장으로 일했다. 인연도 참 묘한 인연이다.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에 점령군 사령관(?)으로 오게 되니
한투 사람들이 갖는 李총재에 대한 시각은 그렇게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대대적인 조직 물갈이에 나섰는데 이때 무슨 라인이니 하는 정실주의가 알게 모르게 생겨 후임 사장이 이를 불식시키는데 애를 먹었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한다. 모든 일을 크게, 과감하게 추진한 것은 좋은데 그게 조직의 발전에 보탬이 되지 못한 채 부실을 키우는 요인의 하나가 됐다는 지적이 붙는다는 것이다. 李총재 자신도 마음이 착잡할지 모른다. 공적자금까지 받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낙인 찍힌 한국투신의 전사장이라는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니.
이런 멍에에서 벗어나려면 李총재는 한국투신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최대주주의 수장으로서 사심없이 임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李총재를 우리 사장님으로 생각하고 있는 한투 사람들에게, 새롭게 태어나는 한투에 징검다리 역할을 한 조정자로서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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