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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환율 급락] 업계 수출 비상
입력1998-12-22 00:00:00
수정
1998.12.22 00:00:00
원화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자 올 무역수지 400억달러 달성은 물론 내년 수출전망마저도 극히 불투명해지고 있다.지난 10월까지도 1달러당 1,330원대이던 원화가치는 현재 1달러당 1,200원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 불과 한달여만에 환율이 8%이상 하락했다.
통상 계약 체결에서 납품, 결제 완료까지 3개월이상이 걸리는 수출의 경우 최근의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기존에 이뤄진 수출 물량은 고스란히 손실을 입고 있으며 신규 수출 상담은 가격 차이로 속속 무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IMF대책팀이 최근의 환율 하락 여파를 조사한 결과 1달러당 1,200원으로 낮아진 현재의 환율로는 수출 전부문에 걸쳐 채산성 및 가격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출 주력 품목인 철강, 자동차, 전자제품, 섬유의 경우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이 1,300~1,350원대로 평가되고 있어 최근과 같은 원화가치 강세 기조가 이어진다면 「수출하는 만큼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신원식(申元植) 무역협회 상무는 이와 관련,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수출에 따른 평균 경상이익률이 8%를 넘지 못한다』며 『최근 환율 하락만으로 8%의 환차손을 입고 있어 기업들이 손실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미 수출 계약이 완료돼 수출 가격이 결정된 것은 환차손만큼 밑지고 있는 셈』이라며 『현지 바이어들은 환율변화를 인정하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현지 경기 위축 등을 내세워 공급 가격을 인하하려 들고 있어 현재로서는 신규 상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완성차업계는 경쟁국인 일본과의 가격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이지만 채산성 확보를 위해 수출단가를 인상시킬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수출을 위한 예상환율을 1달러당 1,350원으로 책정, 운영했으나 내년에는 1,200~1,250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수출 단가 인상과 현지 판촉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회사측은 밝히고 있다.
◇전자제품=가전업계가 채산성 및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환율은 대략 1달러당 1,300원정도.
국내 가전업계의 속성상 수출 가격인상이 힘든 상황에서 최근과 같은 환율로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특히 환율 변동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출 전략 수립 자체를 유보시키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들은 고정 바이어와의 거래가격을 환율에 따라 분기별로 조정하는 환율연동제를 확대 도입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선=신조선 수주와 건조, 납기까지 1년이상 장기간 소요되는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최근의 환율 하락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조선 3사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당 1,300원 내년도 평균환율을 1,100~1,200원으로 예측하고 올해 대량의 수주계약을 체결해 놓아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수주한 선박의 경우 선수금으로 받은 건조자금에 대해 달러당 200원이상의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대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오는 2000년의 환율을 예측해 내년도 수주활동을 펼쳐야 하지만 현재 환율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해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강=포항제철, 삼미특수강 등 대부분의 철강업체들이 최근의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내년초부터 철강제품의 수출가격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냉연강판의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 가격은 현재 톤당 1,100달러선이지만 내년 1~2월중에 이를 1,200달러선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쟁국인 일본(냉연강판 수출가격 톤당 1,150달러), 대만(〃 1,050달러), 태국(〃 1,050달러) 등은 현재의 수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가격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
◇석유화학제품=국제 원자재가격은 하락하고 있으나 원화가치 상승으로 국내 유화업계는 수출 단가를 인상시켜야 할 입장이다.
유화업계의 적정 환율은 1달러당 1,300원선. 이 정도를 유지해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으며 일본 제품과의 가격경쟁이 이뤄진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LG화학측은 『최근 환율이 1달러당 1,200원선으로 하락해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아직 적자수출은 면하고 있으나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심해 수출 상담이 곤경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섬유, 일반 기계 등=섬유는 내년 수출을 놓고 연말에 가장 활발하게 상담을 진행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율 예측이 불가능해 상담을 진전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계업계 역시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였던 중고기계류에 대해 경쟁국인 일본 제품과의 가격차이(평균 20~30%)를 유지하지 못해 가격경쟁력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이밖에 잡화류 등 대부분의 품목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환율 1,200원대가 무너지면 수출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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