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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순환동향] 기업은 허리띠 조이고 개인은 풀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4분기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기업들은 빚 줄이기에 나서 금융부채를 4조1,000억원 순상환했다. 기업들은 지난 1·4분기중에는 금융부채가 39조7,000억원이나 증가시켜 구조조정보다 돈을 얻어 재테크에 치중한다는 비난을 받았었다.한국은행 정정호(鄭政鎬) 경제통계국장은 『2·4분기중 시중자금의 흐름은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기업의 자금조달과 운용이 바람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鄭국장은 그러나 『개인들이 번 것보다 많이 쓰기 위해 빚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샴페인, 수입보다 많이 쓴다= 지난 6월말 현재 개인부문의 금융기관 대출금 잔액은 231조6,000억원. 전분기보다 4조9,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외상매입, 카드사 차입 등 기타부채 1조8,000억원까지 합치면 개인들이 얻어쓴 돈은 6조7,000억원에 달한다. 개인들의 차입 규모가 늘어만 간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98년 한해동안 개인들이 갚은 돈은 모두 32조4,000억원. 안먹고 안써 빚을 갚았다. 그러다 올 1·4분기에는 대출이 5,750억원 순차입으로 돌아섰다. 다시 빚을 얻기 시작한 셈. 이게 2·4분기중에는 6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문제는 저축과 투자는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4분기중 개인들이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수익증권 및 주식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 돈은 15조4,000억원. 전분기보다 1조1,000억원 감소했다. 저축과 투자가 줄어드는데 대출이 많다는 얘기는 소득 수준을 웃도는 소비지출 때문이다. 경제가 본격 회복되기도 전에 또 다시 샴페인 마개를 따내고 있는 셈이다. 소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에서 벗어나 성장에너지를 잡아먹으며 금리 상승, 물가불안, 부동산가격 앙등 등의 부작용을 낳게 된다. 한은 관계자는 『개인들이 그동안 미뤘던 소비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며 『소득을 웃도는 소비풍조가 지속될 경우 경제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 경기회복에도 돈 안쓴다= 반면 기업 자금 흐름의 양상은 다소 개선되고 있다. 지난 1·4분기중 기업들은 무려 40조원을 빌려 수익증권과 고금리예금에 집중가입하는 등 재테크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2·4분기에서는 전혀 다른 패턴을 보였다. 무엇보다 빌리기 보다 상환에 주력했다. 2·4분기중 차입액은 마이너스 4,086억원. 그만큼 순상환했다. 부문별로는 예금은행 대출금을 1조1,000억원을 늘렸으나 비은행금융기관 차입금은 17조8,000억원을 줄였다. 직접금융에서는 기업어음을 13조9,000억원 순상환한 반면 주식과 회사채를 각각 13조8천억원, 4조6천억원어치를 순발행했다. 이에 따라 부채가 감소했다. 지난 6월말 현재 기업부문의 부채잔액은 592조7,000억원. 3월말의 621조2,000억원에 비해 28조5,000억원 줄어들었다. 또 직간접금융을 통한 외부자금 조달을 줄인 동시에 금융기관 예치금과 유가증권 투자 등 보유중인 운용자산의 처분에 주력, 자금운용규모가 2·4분기중 8조5,000억원 감소했다. 전분기의 자금운용은 22조8,000억원 증가를 기록했었다. 기업들이 돈빌리기와 재테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기업들은 지난 1·4분기에 수익증권 투자와 저축성예금 예치를 대폭 늘리며 재테크에 치중했으나 2·4분기에는 수익증권 투자와 저축성예금 예치금이 각각 2조5,000억원, 3조5,000억원 감소했다. 鄭국장은 『경기회복기에도 기업들이 돈을 안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의식,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의 자금수요가 부진한 만큼 향후 성장도 낙관만 할 수 없다는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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