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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려운 민주주의

제7대 대통령선거 전날인 1971년 4월27일 필자는 서울 형사지방법원의 영장담당판사였다. 오후 7시께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들어왔다. 김대중 후보의 비서실장인 김상현(현 국민회의 소속 국회의원)이 선거운동 시한인 당일 오후 6시 이후에도 자기 차량에 김대중 후보의 선전 플래카드를 부착하고 주행함으로써 선거법을 위반하고 있으니 그 차량을 압수해야 겠다는 것이 영장청구 사유였다.필자는 그 영장청구를 기각하였다. 영장청구서나 관계서류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압수할 차량을 특정할 만한 내용(차량번호 등)이 없었고, 만약 그 영장을 발부한다면 그 영장으로 아무차나 압수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야당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소위 3선 개헌을 강행하고 출마해 장기집권으로 가는 선거였고, 김대중 후보는 40대 기수로서 박대통령이 총통제 개헌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하는 치열한 선거전이었다. 거의 모든 공직자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3선에 발벗고 나선 선거였다. 필자는 과감하게 영장을 기각하고 판사로서의 보람을 느꼈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사람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은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했다. 필자가 영장을 기각한 것처럼 각자 자기 맡은 바를 제대로 하면 민주주의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후 우리의 헌정사는 필자의 생각이 틀렸음을 너무도 확실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서 더욱 그렇다. 검찰은 소위 「세풍」사건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유일 야당인 한나라당의 후원회 예금구좌를 1991년 1월1일부터 뒤졌다. 세풍사건 수사는 1997년 7월부터의 예금거래만 수사해도 충분한데 1991년 1월1일부터의 것까지 뒤진 것은 1992년 대선자금은 물론 14대, 15대 총선자금까지 조사한 것이다. 세풍사건의 수사범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이렇게 영장을 청구하고 수사한 검찰이나 이런 영장을 발부한 법관이나 영장발부에 관한 한계를 넘은 것으로 불법적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이런 영장을 발부함으로써 야당의 안방 장롱까지 뒤질 수 있도록 법관은 도와준 것이다. 한마디로 법원과 검찰이 야당의 정치자금을 불법사찰한 것이다. 이러한 풍조가 계속되는 한 민주주의의 정착은 요원하다. 야당을 후원할 수 없는 풍조이니 민주주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우리 헌법은 복수정당제를 보장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검찰은 정면으로 헌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국가가 되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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