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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법정관리·부도처리 등 “들쭉날쭉”/부실기업정리 원칙이 없다

◎지표경기·무역수지 호전 불구 주가폭락 등 결정적 원인으로/“시장우선주의 명분 좋지만 현실과 괴리된 책임회피용”부실기업정리에 기준이 없다. 정부의 편의에 따라 어떤 기업은 부도처리하고 어떤 기업은 법정관리, 또 다른 기업은 화의에 들어가는 등 들쭉날쭉이다. 또 다른 기업은 정치적 고려에 따라 정상화 자금을 지원, 부도를 면케 해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아의 처리다. 기아의 경우 신용평가사에서 조건부 회생가능성 판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법정관리를 고집, 사태해결이 장기화돼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하고 있다. 기아사태가 장기화, 이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성장도 지표상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연쇄부도가 이어지면서 증시가 폭락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금융계와 재계는 지표경기가 양호한 상황에서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재생산되는 이유는 정부의 원칙없는 부실기업정리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 경제팀의 시장우선주의가 명분은 좋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일 뿐이고 그것도 상황에 따라 변하는 책임회피용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시장다운 시장도 없는데 강경식 부총리는 시장원리와 당사자 책임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재벌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자금시장에서 자금난 소문만 돌면 금융권의 무차별적인 자금회수로 회생 가능한 기업들도 맥없이 넘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특정기업에는 지원을 서슴지 않는 이중성을 보여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금융기관도 덩달아 부실채권이 누증된게 경제난의 근본원인이고 위기는 경쟁력강화를 통해 돌파해야 하며 부실경영은 당사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재계와 금융계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 국민경제 전반의 위기국면이란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주장은 부작용만 양산한 책임논쟁일 뿐, 정부의 역할방기를 합리화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시장원리만 강조하다 보니 금융시스템의 위기, 외환위기 등을 막기 위한 정부정책이 정당성을 갖지 못하고 일관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아에 대해서는 법정관리를 선호하면서 쌍방울은 화의를 이끌어내고 다른 기업은 협조융자를 실시하며 태일정밀은 부도유예협약을 적용하는 등 원칙이 뭔지 모르는 부실기업 처리 때문에 정부가 겉으로 외치는 시장경제논리와는 달리 기업처리문제에 개입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 등을 내세우며 우리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현재의 정책기조도 국제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역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직접 돈을 꿔주는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문제지 이해관계가 없는 IMF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 금융기관들이 우리 금융기관에 대한 외화대출을 꺼리는 것이나 최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는 데에는 개별기업들의 책임도 있지만 할일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서 정책마저 일관성을 잃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석달이 넘도록 해결방안을 찾지못하고 질질 끄는 기아사태, 부실채권에 대한 철저한 분석도 하지 않아 어느 금융기관을 살리고 어느 금융기관을 도와줘 회생시킬지 가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지급보증을 서겠다고 공언하는 모습 등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 처리에 대한 원칙이 없어 정부를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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