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우채권단회의 의미] 채권은행, 사실상 경영지배
입력1999-07-27 00:00:00
수정
1999.07.27 00:00:00
김영기 기자
「은행의 경영지배」.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27일 4개 은행장에게 밝힌 대우그룹 구조조정 방안은 대우그룹에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준용하는 경영형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우쇼크로부터 발생된 현재의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채권단이 경영의 주도권을 잡아 구조조정을 이끌어가라는 메시지다. 여전히 대우그룹의 정상화에 신뢰를 갖지 못하는 「시장」에 다시한번 확신을 불어넣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그러나 정부의 이번 방침은 주주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워크아웃 기업은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사실상 대주주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우는 아직도 오너와 일반주주의 「생명」이 살아있는 상황이다.
◇들이댄 채권단 칼날= 정부는 대우에 대한 출자전환이 이뤄지기도 전에 「구조조정 전담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더이상 대우의 자체 의지를 믿지 않겠다는 의도다.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을 구체화시킨 첫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25일 관계장관 회의때까지만해도 정부는 현 상황의 「두가지 뇌관」인 대우와 투신사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데 대책을 촛점을 맞췄다. 시장은 그러나 「시스템」상의 접근이 없는 대우해법에 여전히 불신을 가져왔다. 지난 26일 주가의 추가폭락이 이를 반증했다. 시장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확신 심어주기가 필요했던 것.
구조조정 전담팀은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채권단 주도로 신속한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일종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방침이 지닌 또다른 의도중 하나가 투명성 제고.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이끌 경우 「밀실」의 기운은 사라진다. 더욱이 외국 컨설팅 회사들까지 참여해 국제적인 투명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워크아웃」기업 방식 준용= 현행 워크아웃 기업의 경영방식은 채권단이 기업에 경영관리단을 보내고, 모든 의사결정을 이를통해 매듭짓는다. 여기엔 사외이사라는 완충장치도 마련돼 있다.
이번 전담팀은 대우그룹에 직접 설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실상 대우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을 책임짓는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감독기관으로 그룹에 대한 간접감독의 역할을 맡게 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의도는 사실상 채권은행이 대우그룹을 지배, 일선에서 구조조정 작업을 이끌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김영재 대변인도 『대우가 1년 이상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지만 시장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어 채권단이 짧은 시간안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전담팀, 어떤 절차를 밟나, 그리고 할일은= 전담팀은 출자전환이 이루어진 기업에 태생되는 일종의 부실처리전문회사(CRV)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채권단과 외국 컨설팅회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그렇다.
전담팀은 우선 해외부채를 포함, 국내 본사와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자산부채실사 작업을 벌인다. 대우그룹의 정확한 가치평가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를통해 구체적인 구조조정방안이 마련된다. 워크아웃이 확정된후 회계법인을 통해 기업의 계속가치와 청산가치를 평가하는 것과 비슷하다.
실사작업 기간중에는 70개에 달하는 대우전자의 해외법인과 40여개의 대우자동차 해외법인 및 사무소에 대한 실사작업도 이루어진다. 金대변인은 필요하다면 이 과정에서 외국 채권금융기관도 참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전담팀을 통해 실사작업과 병행해 ㈜대우와 대우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의 분리 및 매각, 합병, 분사 등 모든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일부 계열사에 대한 출자전환 작업도 추진하게 된다.
채권단이 그룹에 대한 정확한 실사작업, 이를통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게 되면 8월15일 체결하게 될 수정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반영된다.
이 과정에서 대우그룹은 단지 참고인 역할만을 하게 된다. 은행의 경영지배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그룹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서도 채권단이 결정하게 되는 이상 김우중(金宇中)회장을 비롯한 기업의 주인(주주)들은 허수아비가 된 셈이다. 金대변인은 『대우에게 시간을 줬는데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주주들에게 맡겨놓을 수 없다』며 『현재는 비상시국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