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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모처럼 찾아온 호황 속에 인력감축과 자본확충 등 체질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1·4분기 순이익은 1조원에 달하며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최대수준을 기록했지만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평가액 증가와 거래수수료 증가 등 외부 환경에 의존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006800)이 지난달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퇴직에 150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우증권이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2013년 이후 2년 만이며 5월 홍성국 사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대우증권은 1·4분기 영업이익이 1,425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보였지만 희망퇴직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증권업계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희망퇴직 규모에 놀라는 분위기다. 지난달 중순 대우증권 노사가 희망퇴직 실시에 합의할 때만 해도 신청 인원은 5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1·4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NH투자증권(005940)도 연내 추가적인 인력 감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통합 이후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상반기 약 600명의 인원을 줄인 바 있다. 회사 측이 아직 구체적 인력감축 비율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최대 15% 정도 인원을 감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의 1·4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376% 늘어난 1,233억원, 당기순익은 653% 증가한 84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 중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은 NH투자증권은 임금 등 고정비용 비중이 경쟁사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레버리지비율 규제를 앞두고 자본 확충을 실시했거나 검토하는 증권사도 늘고 있다. 내년부터 국내 증권사들은 총 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레버리지비율이 1,100%를 넘으면 경영개선권고를, 1,300% 이상이면 경영개선요구와 같은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이달 초 메리츠종금증권이 5,3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최근엔 신한금융투자가 레버리지비율이 1,000%를 넘으면서 유상증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지난해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자체 체력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최근 실적 개선이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악화될 수 있는 경영 상황을 가정해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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