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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피셔 부총재의 숨가빴던 24시간

□20일PM 4:00 이 한은총재 회동 5:00 박영철 원장 협상 저녁 부총리 방문환담 □21일 AM 9:00 한은간부 접촉 9:30 IMF에 최종보고 11:30 부총리 최종담판 스탠리 피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가 공식적으로 한국에 머문 시간은 정확히 23시간 35분. 그는 하루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조건 등을 놓고 한국정부측과 치열한 줄다리기를 거듭했고 전광석화처럼 모든 일을 마무리지었다. 피셔 부총재의 본격 행보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일 하오 2시40분. 서울 힐튼호텔에 여장을 풀면서였다. 가방만을 남겨둔채 곧바로 4시께 이경식 한은총재를 찾은 피셔 부총재는 1시간여의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측 관리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그의 방문 소식을 알지 못했다. 정부측은 철저히 함구상태였다. 피셔의 방문이 대외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일 하오 4시30분께. 피셔가 구제금융 지원협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 힐튼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객실과 전화통화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인기척조차 없었다. 일정때문에 당연히 호텔에 없을 것이라 예상됐다. 19층 로비에서 기다리기를 30분여. 엘리베이터만을 뚫어지게 바라볼 즈음 바바리차림의 한국인 중년신사(박영철 금융연구원장)가 피셔 부총재가 머무는 객실의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자 피셔의 모습이 나타났다. 보안을 위해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끊었던 것이다. 방안에서는 1시간여에 걸쳐 고성이 섞인 협상이 시작됐다. 10분쯤후. 『최고 6백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이 필요하다.(We need at most 60 billion dollars)』(박원장)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피셔부총재는 갖가지 조건들을 내놓았다. 박원장은 그리고 21일 상오 8시30분에 만나기로 약속한후 방문을 나왔다. 이미 구제금융에 관한 대체적인 의견접근에 이른 상태였다. 피셔 부총재는 취재진을 피해 부총리가 대기중이던 롯데호텔로 향했다. 림부총리는 이자리에서 한국정부측의 공식입장을 밝혔고 피셔부총재는 1시간여 의견을 듣고 호텔로 돌아왔다. 밤11시께. 피셔 부총재의 IMF와의 본격 연락이 시작됐다. 체어맨(캉드쉬 총재)을 찾았다. 한국측의 공식입장을 놓고 총재에게 최종지원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21일 상오 9시께. 피셔부총재의 방으로 신현철 한국은행 국제협력실장이 다시 찾아왔다. 30분여 이야기가 오갔다. 소음이 심했지만 안에서는 『가능하다(Possible)』라는 말이 연거푸 나왔다. 신실장이 나간후 피셔 부총재는 IMF와 숨가쁘게 전화통화를 해댔다. 11시30분께. 뜻밖에도 임부총리가 나타났다. 피셔 부총재와의 마지막 담판을 위해서였다. 약 20분후. 피셔 부총재가 부총리와 손을 잡고 나란히 복도를 걸어나왔다. 피셔 부총재의 모든 일정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95년 한국은행 설립 45주년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지한파로 알려진 피셔 부총재. 유럽계인 캉드쉬 총재를 대신 IMF의 미국계 대표로 자타가 공인하는 피셔 부총재는 이렇게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을 확정지었다. 피셔가 한국에 오기 직전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이 『IMF없이 미국의 단독지원은 없다』라고 밝힌 것도 이미 IMF와 미국정부의 협의가 끝났음을 시사하고 있다. 피셔 부총재는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과 한바탕 승강이를 벌였고 21일 하오 2시15분 네덜란드 KLM866편으로 한국땅을 벗어났다.<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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