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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그룹/아시아자동차 까마사리공단:8끝(한국기업의 21세기비전)
입력1997-07-21 00:00:00
수정
1997.07.21 00:00:00
정승량 기자
◎72만평 무상대여… 99년 완공·생산 “계획대로”/브라질 「타우너· 토픽 돌풍」 이상없다/현지인차 45%가 노후… 2000년 240만대 수요예측/중남미 무관세진출 이점… 레저용 지프개발도 박차『내딸이 한국 아시아자동차라는 회사의 「타우너」를 타고 다닙니다.』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한 김영삼대통령은 페른난도 까르도주 브라질대통령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대통령의 딸이 국내에서 경상용차로 분류되고 있는 타우너를 타고 다닌다니. 그러나 아시아자동차의 현지시장에서 위상을 알면 그리 놀랄일도 아니다.
지난 93년초 브라질에 수출을 시작한 아시아자동차는 올 6월까지 4년 6개월만에 브라질 총 수출이 5만2천6백33대로 국내업체로는 첫 5만대를 돌파했다. 그것도 승용차가 아닌 타우너(2∼5인승)나 토픽(16인승) 등 상용차를 이 정도 수출한 것은 국내 자동차 수출사에 올릴만한 기록이다.
아시아는 현지에 공장을 갖고 있지 않고 자동차수입판매만 하는 업체들(일명 아베이바·ABEIVA) 가운데 지난 95년 이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예를들어 지난해에는 총 1만5천8백19대를 수출해 2위인 푸조(8천3백78대)와 큰 격차로 1위를 지켰다. 미쓰비시(4위), 도요타(6위), 아우디(9위) 등 쟁쟁한 세계적인 업체들을 제친 것이다.
『타우너는 깜찍한 외형에 저렴한 연료비가 먹혀들었고 토픽은 스쿨버스나 관광용차로 각광을 받으면서 「돈벌어주는 차」로 각인돼 있다』고 상파울로에서 만난 한 딜러는 말한다.
아시아의 대브라질 수출대수가 93년 1천3백42대를 시작으로 94년 5천3백53대, 1만5백42대(95년), 1만5천45대(96년)로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아시아가 기존 브라질 수입판매상인 AMB(아시아 모터스 도 브라질)과 51대 49의 지분비율로 5억달러를 투자해 현지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기업의 생리상 당연한 결정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브라질 정부는 옛영광을 찾고자 각 지역에 경제특구를 지정해 각종 특혜를 주며 해외기업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현재 상파울로에서 북동쪽으로 2시간 30분을 비행기로 날아가야 도착하는 바이아주 살바도르시 까마사리 공단 72만평을 공장부지로 현지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것도 이같은 브라질정부의 지원과 의지를 뒷받침한다.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대상으로 지정된 뒤에 『인도네시아의 국민차사업과 브라질 투자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 사업에 대한 기아의 의지를 확인케한다.
아시아는 이곳에서 1단계로 오는 99년 10월부터 연산 6만대의 타우너(3만6천대)와 토픽(2만4천대)를 뽑아내 현지에 공급할 계획으로 기초공사작업이 한창이다. 2단계로는 지프형차와 현재 개발중인 레저용차도 투입해 차종 다양화로 브라질 고객들에게 다가선다는 포석이다.
브라질은 70년대만해도 선진국의 하나로 꼽혔던 곳. 세계경제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주저않고 말았지만 수도인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로 등 주요도시 거리 곳곳에서는 과거 경제대국의 냄새가 아직도 강하게 풍긴다. 서구풍의 화려한 주택과 고급승용차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아직도 빈부격차는 크지만 기초과학기술과 엔지니어링이 발달해 있고 비즈니스 스타일도 상당히 합리적』이라는게 현지에서 만난 조왕제 아시아자동차 브라질프로젝트팀장의 설명이다.
남한의 87배가 넘는 광활한 국토와 인구는 약 1억6천만명에 달하는데 보유대수는 1천4백만대 정도에 불과, 11.5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갖고 있지 못한 인구사회학적 특성도 아시아에겐 매력덩어리다. 연간 시장규모는 1백72만대(95년 기준)지만 오는 2000년에는 2백40만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시장예측도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하다. 특히 시내에 굴러다니는 45%가량의 차량들이 10년이상된 노후차량이어서 대체수요까지 가세할 경우 파이는 무한정 커진다.
브라질 현지공장은 브라질은 물론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시장벽을 쌓아가고 있는 중남미공동경제구역(메르코슈르·MERCOSUR)를 무관세로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피아트, 폴크스바겐, 포드, GM, 벤츠(현지 빅5)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이 현지에 앞다퉈 자동차 공장을 세웠거나 다른 업체들도 현지공장을 짓기위해 안달을 하는 것도 이같은 브라질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아시아에 이어 현대가 연산 4만대 규모의 그레이스 공장 건설 승인을 획득, 오는 99년 10월부터 공장가동에 들어간다.
물론 난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이 이미 현지공장체제를 갖춰 체계적으로 시장을 공략해 들어가고 있어 후발업체로서 어려움도 예상된다. 『그러나 선발업체의 장점과 단점을 벤치마킹하고 현지서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면 오히려 쉽게 브라질에 아시아자동차를 깔 수 있을 것』으로 조팀장은 낙관하고 있다.
오는 2000년까지 전세계 25개 자동차업체가 27억5천만달러를 투자키로 결정된 브라질. 그곳에서 아시아의 작은나라 한국의 아시아자동차가 거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인터뷰/김승안 아시아자 대표이사 부사장/“과감한 기술이전·적극적 문화투자… 한국이미지 제고에 최선”
『브라질 공장은 아시아의 첫 현지공장이다. 앞으로 세계경영과 현지공장 운용의 표본이 될 것이다. 또 이곳에서 생산된 차종을 곧바로 중남미와 아프리카에도 수출, 이 지역 진출의 교두보 역할도 부여받고 있다.』
아시아자동차 김승안 대표이사 부사장은 『브라질에서 아시아자동차 이미지는 국내업체는 물론 현지진출업체 가운데 최고』라며 『이런 이미지를 업고 현지시장을 아시아차로 깔아보겠다』는 계획을 야심차게 설명했다.
-국내업체들도 모두 브라질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데 아시아가 첫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그동안 아시아자동차를 수입판매해오며 돈독한 관계를 쌓아온 현지수입상인 AMB사의 역할이 컸다. 한국교포를 포함해 3명의 개인 대주주로 운영되는 AMB는 철저한 시장관리로 아시아의 이미지를 현지인과 정부에 확고하게 심어주었다. 현지공장을 AMB와 합작으로 짓게 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토픽과 타우너 등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이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거나 수입판매업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노후모델을 투입하고 기술이전에도 소극적이었다.
이런 행태에 현지인들이 거부감을 느꼈고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과감한 기술이전을 약속한 아시아에 대한 기대감이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경쟁업체들도 현지수출을 하고 있지만 「아시아가 최고」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앞으로 아시아공장을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철저한 현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돈만벌어 떠나가는 서양업체와 달리 적극적인 현지문화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아시아의 이미지는 곧 한국의 이미지라는게 브라질에 와서 느낀 소회다. 「아시아=한국」이미지를 만들어 보겠다.
김본부장은 기아그룹의 굵직굵직한 해외프로젝트만을 맡아 챙겨온 해외프로젝트의 해결사다. 미국현지법인(KMA), 독일 카만에서 스포티지 조립생산 등이 그의 작품이며 아시아에 오기전까지 기아 인도네시아 국민차프로젝트를 총괄해왔다.
당시에는 국내기업인 가운데 가장 여러차례 세계적 케이블방송인 미국 CNN뉴스를 탔던 인물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한 국가산업의 대변인이다. 선진국 가운데 자동차대국이 아닌 나라가 어디있는가. 국내 메이커가 미국 일본 등 자동차선진국을 제치고 한나라의 국민차로 지정된 것을 국내에서는 다소 과소평가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김본부장은 『앞으로 브라질에서도 인도네시아 처럼 아시아 붐을 일으켜 보이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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