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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중기지원책과 현실 사이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얘기이다. 술잔이 오고가는 좀 풀린 자리에서 신문기자들이 당시의 어느 재벌기업 사장에게 「돈을 버는 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질문을 받은 그 사장은 거나한 취기에 미소를 짓더니『그거 간단하지. 정부에서 하라는 것을 하지 말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하면 틀림없이 벌지』,『또 신문에 정부나 재벌에서 무엇무엇을 한다고 크게 떠들어대는 내용을 찬찬히 뒤집어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종종 있는 법이야, 그 뒤의 그걸 잘 캐치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이야.』 무언가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하나 얻어들을까 했던 기자들은 멍하니 허공을 쫓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요즘의 신문보도에 의하면 중소기업들은 돈걱정을 전혀 안해도 될 듯싶다. 청와대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확대를 독려하자, 은행마다 경쟁적으로 지원방안을 쏟아놓고 있다. 은행장·임원·담당부장들이 매일 지점과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다니고, 관계장관·한국은행총재·금통위원들까지 실정을 살피고 있다는 소식이다. 어떤 은행장은 지점장들에게 금리를 2% 깍아줄 수 있는 금리감면권을 주고, 중소기업에 나간 대출이 설사 부실화되더라도 일선창구직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뿐만 아니라 본점과 모든 영업점에 중소기업 애로센터를 설치하고, 24시간 금융거래에서 생기는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특별대출을 실시한다는 큼직한 신문광고가 나오는가 하면, 인력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에 1인당 월 60만씩 6개월동안 정부에서 돈을 주는 공공근로인력을 지원한다고 했다. 그밖에 좋다는 것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신문에 나오고 있다. 갑자기 하늘에서 온갖 혜택이 중소기업에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그런가 하면, 은행감독원에서는 검사역 100여명을 동원해 연말까지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실태를 특별점검한다는 신문보도이다. 더 잘 지원하라는 뜻도 있지만, 그 보다는 정부당국과 은행경영진의 거듭된 독려에도 불구하고 일선창구에서는 꿈쩍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상황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은행문턱이 높고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신문의 현장르포가 뒤따르는 실정이기도 하다. 어떤 은행명퇴자는 그렇지 않아도 몸조심 잘하는 소심한 은행사람들이 조그마한 실수라도 자기 기록에 남기려고 하겠느냐고 코멘트했다. 더구나 자기책임 아래 밀어주라는 말의 한계를 짚어보아야 할 것이고, 오히려 그들은 얼마전 은행감독원에서 검찰에 수사의뢰한 퇴출은행 임직원 77명에 대한 결과에 더 관심이 솔려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처럼의 중소기업 지원이 일과성 행사처럼 끝나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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