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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스토리] 증권가의 12·12 사태

무제한 주식매입 조치를 다룬 서울경제신문 1989년 12월12일자 1면


12·12사태 후 10년째인 1989년 12월12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무제한으로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재무부 장관의 메가톤급 발표가 있었다.

코스피가 1,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7개월 만에 840선으로 떨어지자 노태우 정부는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한은의 본원통화를 무제한 방출하겠다는 사상 초유의 조치를 전격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정부의 '증시부양대책'은 주가가 안정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30%의 시가발행 할인율 적용과 1%의 고객예탁금 이자율을 5%로 대폭 올리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대한투자신탁(현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자증권), 국민투자신탁(최근 한화증권에 인수) 등 3투신은 시중은행으로부터 당시 시가총액(95조원)의 2.8%에 이르는 2조7,000억원을 차입, 무제한 주식매입에 나섰다. 투신사들의 대규모 주식매입에 따라 주가는 단기적으로 100포인트 이상 반짝 상승했으나 2주 만에 정부가 자금지원을 전격 중단하자 증시는 폭락세로 돌아섰다. 결국 증시는 이듬해 600선까지 폭락하며 10월10일 '깡통계좌 정리'의 사태를 빚었고 4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기금'이 투입됐음에도 1992년에는 456포인트까지 폭락했다.

결국 12·12 조치는 주가가 내려가는 속도를 지연시키는 효과밖에 없었고 물가가 급등하고 부동산투기가 재연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증안기금도 급락하던 증시의 버팀목이 되기도 했지만 증시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해산했다.



은행차입금으로 무제한 주식매입에 나섰던 투신사들은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차입금 이자로 결국 파산상태에 이르렀으며 7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특히 12·12 조치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발권력 동원'을 내세움으로써 주가가 내려가면 정부가 증시부양을 해줘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며칠 후면 12·12 조치가 발표된 지 24년이 된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부와 증권업계는 관치금융에 의한 변칙적인 부양책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증시가 자생력을 갖도록 증시 주변 여건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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