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경영 참가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시세 차익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4일 삼성물산 지분 보유와 관련해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의 반대가 합병 무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지분 확보 이면에는 분쟁을 촉발함으로써 실익을 얻으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식을 시킴으로써 주가를 올리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헤지펀드 측은 오늘 주가 상승만으로도 큰 폭의 수익을 얻은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분을 7% 확보했다고 해서 합병 결의를 무산시킬 가능성은 떨어지며 삼성그룹 지분이 낮다고 하지만 삼성 측이 이에 대한 준비 없이 합병을 진행했을 가능성도 작다”며 “그렇다면 결국 주가 상승으로 이익을 내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현재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인 15만6,493원과 5만7,234원을 웃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보다는 보유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내면 된다.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이 19%대에 머물러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세력이 합병 반대에 필요한 지분을 모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헤지펀드의 속성상 경영 참여가 실제 목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합의를 하든지 배당을 얻어내든지 어떤 식으로든 이익을 내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기존에 삼성물산 주식을 약 773만주(4.95%) 보유하고 있었고, 3일 추가로 339만주(2.17%)를 매수했다. 이로써 지분율 5%를 넘기면서 지분 내역 공시 대상이 됐다. 이에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4일 공시했다. 총 매입금액은 7,065억원에 달한다. 3일 삼성물산의 거래량은 417만여주였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매수량 339만여주는 이날 거래량의 81.2%를 차지한다.
삼성물산은 최근 거래량이 급증했다. 100만주 미만 거래량이 이어지다가 지난달 26일 거래량이 948만주 규모로 뛰었다. 이날 종가가 6만3,500원이었다. 27일에는 1,241만주로 거래량이 더 늘었고 이후 꾸준히 100만주 이상으로 거래량이 유지됐다. 이후 4일 장 시작 전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지분 보유 사실이 공시됐고, 삼성물산은 이날 장 내내 급등세를 유지하다 10.32% 상승한 6만9,500원에 마감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평균 취득 단가(6만3,500원)의 차이는 6,000원이다. 이에 따라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지분가치는 약 667억원 증가했다. 앞으로도 이번 이슈로 삼성물산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어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수익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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