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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예술의 힘/임종건 부국장겸 사회부장(데스크 칼럼)
입력1997-10-24 00:00:00
수정
1997.10.24 00:00:00
임종건 기자
지난주 서울경제신문과 건설교통부, 대한건축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자들과 함께 유럽 3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유럽관광은 대개가 성당으로 시작해서 성당으로 끝난다. 스페인의 톨레도성당으로부터 시작한 이번 여행도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으로 끝났다. 일행이 건축의 설계와 시공의 전문가들이어서 관찰하는 시각은 달랐지만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도 이처럼 아름답고 웅장하며 튼튼한 건축물을 만들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였다.
이들 성당은 하나같이 수백년에서 1천년 이상된 유서깊은 건축물이다. 건물 하나하나에는 역사와 문화가 배어있고 규모 또한 보는 이를 압도하리 만큼 웅장하다. 이들 성당안에는 예외없이 역사적인 인물의 무덤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머물게했는데 이는 건축물을 의인화하는 효과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이들 건축물은 그것이 위치한 도시는 물론 국가 재정의 주수입원이다. 스페인은 관광수입만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보충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작년에 무역적자가 1백50억달러였는데 관광수입이 2백60억달러나 됐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한해 관광수입이 5백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렸던 92년 한해에 스페인을 찾은 관광객은 8천2백만명, 작년에는 5천5백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관광은 흔히 굴뚝없는 산업이라고 한다. 외화가득률 1백%에 유형 무형의 선전효과까지 더하면 파급효과가 엄청난 산업이다. 관광산업은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의 10.2%, 노동인구의 11%를 점유하는 최대산업이다.
여기에 우리 관광산업의 현실을 비춰보면 부럽기에 앞서 부끄러운 수준임을 감출 수 없다. 오래되고 웅장한 역사유물을 갖고 있는 나라들에 비해 우리의 관광자원은 빈약한 게 사실이다. 오는 11월중 우리나라는 지난 56년 관광객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후 41년만에 외래 관광객이 5천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관광수지는 여행자유화가 실시된 이후 계속 적자를 보여 올해도 8월말 현재 22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자원은 개발 육성하기 나름이다. 우리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고 문화유산도 적지 않으며 여기에 자연경관이라는 빼어난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문화유산들이 목조건물인데다 숱한 전란통에 대부분 멸실됐음에도 경주 불국사 석굴암이나 해인사 팔만대장경같은 세계인이 찬탄하는 걸작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다.
우리는 이를 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여왔던가. 기존자원의 활용에 못지않게 예술의 천재를 발굴 육성하는 노력은 얼마나 기울이고 있는가. 로마의 베드로성당은 미켈란젤로의 명화로 인해,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은 다빈치의 모나리자로 인해 관광명소의 조건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볼 때 관광산업은 결국 예술, 특히 건축의 문제로 귀착된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작품을 보고난 뒤 그 점을 더욱 실감케되었다.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의 작품말고도 피카소 미술관이 있고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상깊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라톤영웅 황영조 선수가 뛰었던 몬주익공원의 올림픽관련 각종 조형물들이 있다.
이중에서도 가우디의 작품은 압권이었다.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의 70%이상이 바르셀로나를 찾고 그들은 모두 가우디를 만나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온다.
가우디의 작품은 그의 설계대로 지금도 건축이 진행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교회를 비롯해 구엘공원, 밀라의 집 등이 꼽힌다.
가우디(1852∼1926)는 금세기를 살다 간 건축가다. 다른 성당들이 1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건축물이지만 가우디의 작품들은 1백년 미만의 역사밖에 안된다. 그럼에도 그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으며 그의 작품은 누천년을 두고 스페인을 살찌울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됐다.
그의 작품들도 초기엔 이단으로 백안시됐다. 프랑스의 클레망소총리는 밀라의 집을 「공룡의 집」이라고 혹평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무엇보다 구엘과같은 지역의 자본가들이 그의 작품활동을 지원했다. 1952년 미국의 역사학자 조지 콜린스가 뉴욕에서 그의 작품전을 연 것을 계기로 그의 천재성은 뒤늦게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우리도 그런 천재가 태어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건축의 위대한 힘을 새롭게 자각해야 한다. 일행중 한 사람은 가우디의 작품앞에 서서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충격의 소감을 말했다.
건축물하면 「부실」을 연상하게 됐을 만큼 우리의 건축현실은 황폐하다. 건축주나 시공자, 설계 및 감리자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했던 나머지 예술로서의 건축, 역사로서의 건축은 발붙일 틈이 없었다. 일행은 여행을 마치며 저마다 마음속으로 「한국의 가우디」가 되자고 다짐했다. 기자도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이같은 건축인들의 염원을 꽃피울 싹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다지며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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