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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소재를… 한국서 엄청난 일 해냈다
고효율 그래핀 생산 길 열었다정희태 KAIST 교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결정 방향성 관찰기법 개발휘어지는 액정·투명전지 등IT·에너지산업 활용 기대
권대경기자 kwon@sed.co.kr
흰색으로 표시된 그래핀 위에 빨간색의 액정 분자가 그래핀의 방향에 따라 놓여져 있다.(왼쪽) 단결정의 그래핀이 화살표 방향으로 제각각 다른 방향을 향해 있다.(오른쪽) 확대된 부분은 노란색 구조의 그래핀 위에 파란색 형태의 액정이 놓여져 있는 모습을 분자모습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정희태(윗줄 왼쪽 첫번째) 교수와 연구진들이 액정을 통한 그래핀 관찰 기법을 개발한 뒤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제공=카이스트
"우수한 특성을 갖는 그래핀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정면의 영역(도메인)과 경계를 쉽고 빠르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번에 그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7월 수상자로 선정된 정희태(48) 카이스트(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꿈의 신소재로 알려져 있는 그래핀이 갖고 있는 높은 전기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태양광전지 분야에 응용할 경우 우리나라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및 에너지 산업의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우수한 특성을 갖는 그래핀을 제조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단결정(單結晶ㆍsingle crystal)으로 된 그래핀이 모인 다결정 그래핀의 영역과 경계를 쉽고 빠르게 관찰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정 교수의 시각화 기법 개발은 주목된다.
◇액정 이용 그래핀 관찰 가능해져=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 전도성이 뛰어난 소재이지만 넓은 면적으로 돼 있을 때는 이상적인 전도성을 띠지 못한다. 각각의 그래핀으로는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갖지만, 여러 개로 돼 있을 때는 전도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핀 하나하나가 결을 갖고 있는데 이 결이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퍼즐로 치면 서로 맞지 않는 그림을 가진 낱개의 퍼즐이 억지로 끼워 맞춰져 있는 셈이다. 다른 모양의 그림을 가진 낱개의 퍼즐로 구성된 큰 퍼즐로는 뛰어난 전기 전도성을 가질 수 없다.
그동안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그래핀 자체가 여러 개로 돼 있을 경우 전기적 특성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점을 놓고 고민해왔다. 연구자들은 그래핀을 실용화하기 위해 각각의 결정들을 관찰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우수한 특성을 갖는 그래핀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그래핀이 몇 개로 돼 있는지, 각각의 그래핀이 어떤 방향성을 띠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정 교수의 액정(Liquid Crystal) 이용 시각화 기법을 활용하면 단결정의 그래핀을 관찰ㆍ분석할 수 있다. 액정은 액체와 같이 유동성이 있으면서도 고체적 특성을 갖는 물질로 전기적 특성이 매우 뛰어나 LCD 구동을 위한 핵심 물질로 사용된다. 구체적으로 정 교수의 시각화 기법은 그래핀 위에 액정을 뿌리는 것(코팅)으로 이 액정을 관찰하면 아래에 놓인 그래핀이 어떤 방향으로 몇 개가 놓여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정 교수는 "지금껏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못했는데 이번 시각화 기법을 이용하면 그래핀이 몇 개의 조각으로 어떤 방향으로 구성돼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그래핀의 영역과 방향을 알 수 있다는 것은 효율을 극대화시킨 그래핀 활용 제품의 생산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양질의 그래핀 상용화 길 열렸다=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정 교수의 연구가 그래핀의 결정면을 누구나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넓은 면적의 그래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 발판을 마련됐다는 이유에서다. 고효율 그래핀 생산의 원천기술을 개발했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무엇보다 흔히 구부러지는 휴대폰과 같은 제품 생산이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도성을 띠는 세라믹 물질인 'ITO(Indium Tin Oxide)'는 주로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데 빛을 잘 투과시키는 동시에 전기 전도성이 좋다. 다만 ITO는 구부러질 수 없는 게 단점이다.
앞으로 구부러질 수 없는 ITO를 전기적 특성을 극대화한 그래핀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넓은 면적의 그래핀을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마련된 덕분이다. 이외에 이번 관찰 기법은 투명전극이나 태양전지와 같은 전자소자 응용연구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정 교수의 이번 연구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고 권위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의 대표적 자매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러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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