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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멋내기에서 힐링까지… 향기에 취한 대한민국

■ 향의 경제학 아시나요<br>나만의 독특한 향으로 개성 표현… 조말론·봉쁘앙 등 고가 향수 불티<br>휴식·편안함 원하는 생활문화 정착… 천연재료 향초·디퓨저 매출 쑥쑥<br>양키캔들 등 전문 매장도 증가세





아늑한 라벤더 향, 상큼한 시트러스 향, 신비로운 머스크 향, 기품 있는 불가리안 로즈 향….

우리는 매 순간 숨을 쉬며 공간이 지닌 향을 맡는다. 특정한 냄새를 인지하게 되는 무의식적인 과정은 대개 분자량이 비교적 작은 향기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는 데서 출발한다. 이 물질은 후각신경을 거쳐 호르몬과 반응한 후 대뇌까지 전달돼 하나의 '향'으로 인식된다.

전문가들은 향이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과학적으로 원리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임상 결과를 통해 알려진 것은 향이 감정을 진정시킬 수 있으며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향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아로마테라피의 경우 영국ㆍ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민간 치유법으로 자리잡아왔다. 집안 곳곳에 아로마 오일을 담아 나무막대를 꽂은 디퓨저를 놓아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것은 그들이 즐기는 일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향기에 흠뻑 취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단순히 주방세제나 비누ㆍ화장품 등에 들어 있는 향을 맡아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남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향을 찾음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올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향초와 기성 제품의 아성을 넘보는 프리미엄(부티크) 향수들은 이 같은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미국의 향초 전문 브랜드 양키캔들은 향기 열풍의 진원지다. 장마철 습기제거는 물론 산뜻한 향이 잡냄새를 잡아줘 선물용으로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3040 주부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양키캔들 매장에서는 오션워터ㆍ튤립ㆍ워터가든ㆍ체리블로섬 등 수십 가지 향초뿐 아니라 디퓨저ㆍ액세서리 등 다양한 관련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향초 전문 매장을 여는 동시에 백화점ㆍ면세점에 입점하며 한국 사업을 시작한 양키캔들은 올 들어 가맹점ㆍ드럭스토어 등으로 유통 채널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가맹사업을 시작해 1년이 채 안 된 현재 4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세가 빠르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드럭스토어 '롭스'에도 입점해 있다.

양키캔들의 한국 사업권자인 아로마무역의 매출은 2010년 16억원에서 올해는 15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유상석 아로마무역 마케팅팀장은 "사회적으로 '힐링'이 부각되면서 향초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20대 후반~40대 여성이 주고객층이며 남성들은 차량용 방향제 위주로 소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양키캔들이 불러온 향초 열풍에 힘입어 새롭게 시장에 뛰어든 브랜드도 있다. 지난달 정식으로 국내 판매를 시작한 영국 브랜드 '헤이랜드&위틀'은 천연재료를 사용한 핸드메이드 향초와 디퓨저ㆍ천연비누 등을 선보였다. 천연 소이왁스를 사용한 이곳의 향초는 파라벤이나 황산염 등 유해물질을 함유하지 않아 영ㆍ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이 팔리는 백화점에서는 프리미엄(부티크) 향수와 욕실용품이 인기다. 특히 자연 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향수는 일반 향수보다 최대 10배가량 비싼 10만~50만원대에 이르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조말론ㆍ딥티크ㆍ크리드ㆍ아쿠아디파르마ㆍ바이레도 등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꽃ㆍ아보카도오일ㆍ송진 등 40~50여종의 천연 원료를 사용해 전문 조향사가 직접 만들어 독특하고 풍부한 향을 낸다는 점을 특징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 입점한 프랑스 향수 브랜드 '조말론'의 경우 일부 상품은 반년 가까이 기다려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점에 지난해 8월 입점한 '봉쁘앙' '바이레도' 역시 20만~30만원대의 고가인데도 독특한 향과 패키지 디자인으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꼽힌다.

신세계백화점에서 프리미엄 향수 제품군 매출은 2010년 이후 매년 60~100% 이상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같은 기간 화장품 매출 성장률이 매년 감소하는 추세와 대조를 이룬다. 2011년에는 프리미엄 향수 제품군 매출이 일반 향수 제품군 매출을 뛰어넘으며 인기를 증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향수의 인기를 반영해 의정부점에도 프리미엄 향수ㆍ향초 전문 편집숍인 '퍼퓸샵'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소득 수준 향상으로 독특한 향기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개성 있는 프리미엄 향수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자연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욕실용품이 인기다. 올 1~8월 욕실용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났다. 유기농과일과 채소ㆍ꽃 등 자연재료를 이용해 만든 화장품ㆍ욕실용품을 선보이는 '러쉬'는 롯데 본점에서 올해 1~8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22% 늘어나는 등 롯데백화점의 욕실용품군 매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또 다른 욕실용품ㆍ화장품 브랜드인 '썬힐'도 같은 기간 매출이 20% 가까이 늘어났다. 불을 붙이면 향기와 함께 장작 타는 소리가 나는 향초로 인기를 얻고 있는 향초 브랜드 '우드윅'은 지난해 9월 본점을 시작으로 청량리점ㆍ일산점 등 롯데 주요 점포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이 많은 인터넷 오픈마켓 등에서도 향 관련 제품이 잘 팔린다. G마켓에서 최근 한 달(8월10일~9월9일)간 아로마방향제ㆍ디퓨저 제품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넘게 늘어났고 향초의 일종인 티라이트와 촛대 매출도 89% 증가했다. 아로마 램프에 사용되는 '유로 아로마 에센셜 오일'을 비롯해 천연오일이 함유돼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있는 '콜로니 리드 디퓨저' 등이 G마켓에서 대표적으로 인기를 끄는 향 관련 제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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