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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관리기준 강화의 명암

왜 우리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수준을 회복치 못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빚투성이인 재무구조 때문이다. 과잉투자를 해소하고 부채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외국신용평가회사들의 반응은 차가울 뿐이다. 한국의 재벌그룹중 하나가 붕괴할 수 있다는 최근 외국신용평가회사의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우리 대기업의 재무구조에 대한 외국의 불신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 기업들의 신용도가 국제적으로 의심을 받고있는데 경제회생이 본격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달부터 은행 여신관리기준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은 이런 점과 맥을 같이한다. 지금까지 은행의 여신관리대상은 대출과 지급보증만 따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등 유가증권의 매입과 연체에 따른 미수이자 등도 여신한도관리를 받게된다. 돈을 빌려간 사람이 갚지못하게 될 경우 금융기관이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모든 자금이 한도적용을 받게되는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회사채나 CP 발행을 통해 여신한도와 관계없이 자금을 마련해오던 관행은 이제 사라지게 되었다. 한 기업에 빌려줄 수 있는 돈(동일인 여신한도)과 한 재벌그룹에 빌려줄 수 있는 돈(동일계열여신한도)이 대폭 줄어들게되는 것도 기업들의 자금사정을 압박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오는 6월에는 금융기관의 여신건전성분류가 미래상환능력 위주로 바뀌게될 예정이다. 한마디로 원리금을 제대로 갚을 수준이 넘는 과잉부채 체질은 이제 청산해야 된다는 뜻이다. 대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이 발등의 불인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필요한 조치다. 대기업들은 돈줄 마련에 비상이 걸릴 것이지만 은행대출창구를 통한 간접금융방식은 지양할 때도 됐다. 기업 스스로의 신용으로 증시에서 유상증자, 사채발행 등을 통해 직접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대다수 선진국 기업들은 당연히 그렇게 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지나친 은행자금 독식이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자금난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은행돈 이용이 어렵게 되더라도 핵심역량사업에 자금을 집중하면 대기업들의 경쟁력은 오히려 더 강화될 수도있다. 더욱이 기존의 높은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기로 한 만큼 은행돈에 크게 의존할 명분도 적다. 아직 허약한 우리의 증시여건을 감안할 때 대기업에 직접금융시장 의존도를 높이라는 것은 아직은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그것은 정부와 증권업계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은행의 여신관리기준 강화가 대기업들이 재무구조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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