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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후폭풍] "정당한 청탁통로 함께 터줘야" 로비스트법 도입론 다시 물위로

로비스트 양성화 되면 정책 투명성 높아져 경제 효율성에도 도움

"혈연·지연 중시 사회서 힘있는 집단 의견만 반영"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 국회 통과와 맞물려 '로비스트법'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구식 제도 이식의 어려움이나 로비스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지만 부정청탁을 엄격히 단속하는 김영란법이 도입된 만큼 정당한 청탁의 길도 열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재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차제에 미국처럼 로비스트들이 기업의 대정부 업무를 맡아 투명하면서도 활발한 소통을 주고받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이에 맞서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청탁 음지화' 우려에 로비스트법 재부상=박종학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 변호사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로비스트법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부정청탁을 금지한 만큼 이제는 정당한 청탁의 통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비스트 제도화 논의는 2000년대 들어 간헐적으로 이뤄져왔다. 로비스트 제도의 장점은 우선 정부와 국회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집단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기업이나 사회단체 등의 입장에서는 각자의 이해관계와 의사를 합법적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할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또 지금처럼 각종 청탁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목소리 크고 힘 있는 특정 집단이 정책 결정 과정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로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지만 로비가 양성화되면 보다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미국처럼 로비스트 제도가 활성화된 나라에서는 등록 로비스트들이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활동하며 활동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투명하고 공정한 정책 결정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 있는 집단만 의견 반영' 반대 논리도=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로비스트의 역할은 결국 법 제정을 보조하는 '입법보조'인데 이를 민간 영역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입법보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면 국회의 입법조사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 기능을 로비스트에 맡기는 식으로 '민영화'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결국에는 자본력과 정보력을 갖추고 로비스트를 고용할 수 있는 집단만 정책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혈연과 지연·학연 등이 중시되는 우리나라에 서구식 로비스트 제도를 그대로 이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결국 현재의 불법로비를 합법화시켜주는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이 밖에도 미국 같은 경우 의회의 권한이 커서 로비스트 제도가 필요하지만 한국은 의회보다 행정권이 더 커서 굳이 외국 제도를 들여올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로비스트 제도를 반대하는 대표적 단체는 변호사단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로비스트 제도가 생길 경우 퇴직 관료들이 대거 기업이나 로펌의 로비스트로 등록하고 현직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로비에 나설 것"이라며 "관피아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도 로비스트 제도에 호응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로비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국회의원들의 정책결정권이 약화되고 그간 가려져 있던 정책 결정 과정이 공개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로비스트 활동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미국은 1876년 '로비스트 등록제'에서 출발, 현재 전 세계에서 로비스트 제도가 가장 잘 갖춰진 국가로 꼽힌다. 누가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 각종 로비 스캔들을 거치면서 1946년 정식으로 '로비활동규제법'이 제정됐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로비 활동을 규제한 첫 번째 법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에는 외국인, 외국 정부가 불법 대미 로비에 나선 것이 적발되는 등의 사건이 발생했고 1978년에는 우리나라에서 미국 국회의원 등에게 부적절한 금품을 제공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로비의 범위 등을 보다 상세히 규정한 로비활동공개법이 1995년 제정된 후 오늘날까지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등록된 로비스트들은 자신 혹은 고객을 위해 로비 활동을 진행한 내역과 지출비용·수임비용 등을 보고하고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또 정책에 대한 의견 전달 등 로비스트가 할 수 있는 활동과 그렇지 않은 활동도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5만달러 이하의 벌금이나 3년간 로비스트 활동 금지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미국 로비스트 제도의 최대 취약점은 '의견 반영의 형평성'이다. 최영진 교수는 "미국은 미국만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또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로비스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로비스트 제도는 결국 로비스트를 고용할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만 유리한 제도로 입법의 빈익빈 부익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로비스트 제도에 대한 논의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장치'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로비활동공개법 역시 로비스트를 '독립 로비스트' '영리법인 로비스트' '비영리법인 로비스트' 등으로 구분하면서 비영리법인 로비스트에 한해 보다 느슨한 규제를 적용해주고 있기도 하다. 자금력·정보력이 약한 사회단체 등을 배려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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