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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공세로 설땅 잃어

■ 자급제폰 도입 1년<br>구매 휴대폰 모델 제한따라<br>1년간 가입자 12만명 그쳐<br>넥서스4 돌파구 될지 관심


#. 최근 업무상 휴대폰이 하나 더 필요해진 회사인 김모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15만원대의 자급제(블랙리스트)폰을 사려다 그만뒀다. 가격이 싼 대신 운영체제(OS)가 구글 안드로이드 옛 버전인 진저브레드가 깔려 최신 애플리케이션 작동이 원활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좀 더 사양(스펙)이 높은 자급제폰을 골랐지만 이번에는 해당 대리점에 물량이 없어 구매를 포기했다. 김씨는 결국 자급제폰 대신 이동통신사 보조금이 지원되고 가격도 낮아진 스마트폰을'세컨드폰'으로 장만했다.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가전 대리점, 대형 마트에서 직접 휴대폰을 구입해 개통할 수 있도록 한 자급제(블랙리스트)가 지난해 5월 시행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구매 가능한 휴대폰 모델이 제한적인데다 이통사 보조금까지 더해져 자급제폰에 비해 비교우위의 고사양 보급형 휴대폰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자급제폰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1년간 가입자 고작 12만여명=21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이통사에서 판매하지 않은 휴대폰으로 개통한 가입자는 약 12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휴대폰 가입자의 0.2% 수준이다. 제도를 도입한 주무부처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로 집계한 자급제폰 이용자수(9월말기준)는 8만6,000명(전체 0.16%)에 불과했다.

일부 초저가형 휴대폰들이 판매초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수요층이 초·중학생들이나 해외 여행객들로 한정돼다 보니 자급제폰의 빠른 확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내 유통되는 자급제폰은 출고가 14만원대 아이리버 울랄라폰부터 89만원의 아이폰5까지 총 11종. 초저가용보다는 40만~50만원대 고사양 자급제폰들이 수요 확산에 적합하지만 올해 초부터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사양은 이전 모델과 다르지 않지만 가격만 낮춘 보급형폰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밀리는 형국이다.

LG전자가 지난달초 출시한 스마트폰 옵티머스LTE3는 1년전 내놨던 옵티머스LTE2와 사양이 같다. 2기가(GB)램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듀얼코어를 넣었다. 같은 사양인데 가격은 지난해 90만원대에서 올해는 옵티머스LTE3로 바뀌어 65만원으로 낮아졌으며 LG전자는 최근 이 가격을 59만9,000원으로 더 내렸다. 팬택이 이달초 출시한 베가S5스페셜도 지난해 7월 베가S5와 같은 모델이지만 가격은 95만원대에서 51만원대로 40만원이상 낮췄다. 제조사들이 사실상 이름만 바꿔 고사양제품을 보급형으로 재판매하는 셈이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40만~50만원대 보급형에 이통사들이 보조금(상한 27만원)을 얹으면 소비자는 사실상 20만~3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어 비슷한 가격대인 자급제폰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라며 "이통사에서도 자급제폰을 신 경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넥서스4가 남아있는 변수=이달말 출시가 예상되는 LG전자의 넥서스4가 정체된 자급제폰 시장의 유일한 변수다. 구글 레퍼런스(기준)폰인 넥서스4는 스냅드래곤4S프로 프로세서와 2GB램, 800만화소 후면카메라등 고사양에도 가격이 저렴해 미국, 영국 등에서 매진행진을 이어간 빅 히트작. LG전자가 만들지만 정작 구글과의 공급협의가 지연되면서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았었다. 자급제폰으로 출시되면 해외보다 10만원이상 비싼 50만원 중반대가 예상된다. 국내 휴대폰에는 끼워주는 추가 배터리나 멀티미디어방송(DMB)기능은 없다.

그동안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이 국내 출시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판단은 유보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급형 휴대폰 시장이 열리면서 예전처럼 자급제폰이 가격만을 내세워 승부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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