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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개혁무풍일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됐다. 통화관리의 주무기관이기 때문이다. 개정된 한국은행법은 금융통화신용정책의 최후의 보루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은 한은총재로 규정하고 있다. 한은은 더이상 재경부 남대문출장소가 아닌 것이다. 최근 열린 금통위가 재경부가 요청한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은 그 책임과 위상에 걸맞는 제목소리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그러나 한은이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 주무부서인 재경부와 거시경제정책을 놓고 지나친 갈등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선진국들에서도 흔한 현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아직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견제와 균형은 필요하나 손발이 맞지않으면 자칫 경제가 산으로 갈 수 있다. 특히 해묵은 감정대립에서 비롯됐다면 매우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 한국은행과 재경부의 예산삭감을 둘러싼 대립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것같다. 양측은 또 외환은행에 대한 대주주인 한은의 출자문제를 놓고도 4개월째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한은이 재경부의 경비성예산 20% 삭감 요구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는 간다. 다른 정부기관의 경비성예산은 10% 삭감하면서 한은에는 지나친 요구라고 반발할만도 하다. 재경부는 10%정도만 인원을 줄여놓고 한은엔 훨씬 더 많은 인원을 줄이라는 것도 지나친 감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갈등을 이제 정리할 때가 됐다고 본다. 한은도 구조조정에 예외일 수는 없다. 한은은 재경부보다는 다른 금융기관과 국민을 상대로 현재의 자기 모습을 살피는 것이 옳다고 본다. 3만명 이상의 금융기관 직원들이 지난해 실직을 했고 올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엄청난 급여삭감을 당하기도 했다. 비록 은행감독업무가 금융감독원에 넘어가기는 했지만 한은이 금융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여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재경부의 구태의연한 중앙은행 간섭이 있다면 그것은 정부개혁 차원에서 시정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개혁은 다시 하기로 예고되어 있다. 재경부탓만하며 한은이 거듭나기를 게을리하면 국민들은 실망할 것이다. 외환은행 증자문제도 한은은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대승적차원의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중앙은행은 금융개혁을 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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