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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1000시대] 증권.투신위주 금융산업 재편
입력1999-07-12 00:00:00
수정
1999.07.12 00:00:00
정구영 기자
③증시 패러다임이 바뀐다주가 1,000포인트시대가 개막됐다. 지난해 6월의 최저치 280포인트로 부터 보면 불과 1년 남짓한 사이에 3.5배 이상 오른 것이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는 이제 네자릿수 주가시대의 시발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올해안으로 1,400포인트 돌파에 이어 내년에는 1,700포인트까지 갈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 이로인해 증시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 1,000포인트 진입이 한국 경제의 현주소에 비해 과대평가됐다는 일부지적도 있지만, 이는 과거의 잣대로 증시를 바라 본 진단이라는 것. 즉 이번 1,000포인트 돌입은 지난 89년 및 94년과는 달리 저금리시대 정착과 기업의 구조조정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일과성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최근의 금융시장은 저금리시대에 갈 곳을 잃은 뭉칫돈들이 투신과 증권사로 몰리고, 기업들은 증시를 통해 자기자본을 조달하는 선순환이 일고 있다.
증시 관계자들은 기업이 증권시장에서 자기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한 은행은 과거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최근 분석자료에 따르면 환매채(RP)·기업어음(CP) 등 단기금융시장과 채권 및 주식시장에서의 금리 민감도가 높아져 금융기관간 자금이동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투신·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금융산업의 역학구도가「은행 역할 축소, 증권·투신 비중 확대」로 전환되는 등 자본의 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패러다임이 바뀌기는 기업도 마찬가지.
IMF를 거치는 동안 기업의 경영목표는 외형성장 및 설비투자 중심에서 내실과 효율 중시로 옮겨가고 있으며, 부채비율 200% 등 건정성확보 원칙은 기업의 부채규모를 축소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증권시장에서 양질의 대규모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의 투자가치를 높이는 경영에 나서고 있다. 배당증대와 이윤의 주주 환원 등 주주가치 향상을 도외시하고는 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자릿수 은행금리에서 얻는 수익보다 기업의 주주로 참여해 얻는 배당과 기업가치 향상의 기대수익이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 역시 증시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저축자산의 대이동이 본격화된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은 증시 주변환경뿐 아니라 증시 내부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등 큰 손들이 장세를 좌우하는 기관화장세가 심화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매매패턴 역시 기관화장세에 동승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행보를 읽지 못하면 아무리 발빠른 매매를 해도 장기적으로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는 그동안 주식 매매시점 포착에만 열중해 실적호전주 발굴 등 정석투자를 하는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에 비해 항상 낮은 수익률을 얻는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매시점보다는 좋은 기업을 고르고, 싼값에 사기보다는 비싸도 좋은 종목을 사려는 투자관행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기관화장세는 개인투자자의 매매패턴 변화뿐만 아니라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에 맞설 만큼 직접투자에 자신이 없는 개미군단이 서둘러 말을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말 8조3,155억원이었던 주식형 수익증권 수탁고는 지난 8일 현재 34조4,432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는데, 이중 상당부분이 바로 직접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본 개인투자자 자금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정구영 기자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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