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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강세/수출업계] 올 경상수지 40억弗 감소 우려
입력1999-06-10 00:00:00
수정
1999.06.10 00:00:00
김형기 기자
수출 전선이 또 다시 환율때문에 휘청이고 있다.미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1달러당 1,160원대로 올라가면서 수출기업들이 환율 상승분 만큼의 채산성 악화로 신음하고 있다.
가뜩이나 이달부터 선박운임이 대폭 올라 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환율까지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어 하반기 무역수지 관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국내 경기가 회복되면서 시설재 또는 소비재 등의 수입은 늘어나는 반면 수출은 당초 목표에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며 『현재의 환율수준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당초 무역수지 목표액에서 대략 40억달러 가량의 흑자폭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환율 여건이 불리해지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노마진 수출을 감내하는 상황이며 일부 기업들은 수출 채산성을 상실한 일부 품목들의 생산 자체를 포기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업종별 적정환율(마지노선)과 실제 환율의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현재의 환율 수준은 각 업종의 주요 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마련하면서 최저 채산성을 겨냥한 환율 마지노선과 최대 100원이상의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초 무역협회가 업종별 적정 환율을 조사한 결과 산업용전자는 1,253원, 전자부품은 1,255원, 가정용전자 1,285원, 철강 1,279원, 일반기계 1,264원, 석유화학 1,237원, 플라스틱제품 1,230원, 타이어 1,246원, 섬유직물 1,271원 등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에서 적정 환율을 가장 낮게 잡았던 자동차의 경우가 1,140원, 선박은 1,194원으로 나타나 이미 현재의 환율수준으로는 자동차업종을 제외한 전업종의 환율 마지노선이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국내 수출품이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1달러당 1,200~1,250원 선은 유지돼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환율 수준은 사실상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이 출혈수출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유입 증가, 기업 수출대금 유입 등 복합적인 달러공급 요인을 분석할 때 원고(高)상태가 올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상당수 기업이 시장 관리를 위해 노마진 수출을 감수하고 있다=X-레이기기 등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D사는 최근 해외시장에서 의료기기를 수입 판매하는 에이전트와 하반기 수출에 대한 협의를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D사의 입장에서는 수출가격을 인상조정해야 채산성이 확보되는 반면 에이전트 측에서는 현지 바이어로부터 공급 가격을 깎아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의 수출가격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 수출한다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의료기기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노마진수출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원단 수출업체인 E상사 역시 노마진 수출을 강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국내 원사가격은 연초에 비해 크게 상승했으며 수출원가요소인 선박운임도 대폭 인상했지만 수출 단가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며 『원단 수출의 채산성은 평균 3~5%를 넘지 못해 환율 변동폭만으로도 채산성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부분이 오랜 기간 거래관계를 유지한 고정 바이어이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측의 원가상승 부담을 인정, 공급가격 인하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며 『수출채산성이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은 수출물량 확보를 서두르지 않고 관망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무역 전문가들은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우 여유자금 부족으로 「울며 겨자먹기」 식 출혈 수출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며 연말까지 현재의 환율 강세 추세가 이어진다면 노마진 수출, 적자 수출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 채산성 잃은 품목에 대해 생산 포기를 검토한다=환율 여건이 갈수록 열악해지자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더이상 출혈수출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아래 채산성을 상실당한 품목들에 대한 「솎아내기」에 들어갔다.
감시용카메라, 통신기기 등을 전문 수출하고 있는 K사의 경우 최근 적자수출 상품의 일부에 대해 생산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여타 주력 품목의 경쟁력을 보완해주기 위해 구색상품으로 수출하던 통신기기 품목중 일부를 솎아낼 방침』이라며 『그동안에도 적자수출을 감수했으나 현재의 환율수준으로는 더 이상 적자수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라면, 스낵, 음료 등을 수출하는 식품업체 Y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Y사 관계자는 『아직은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도 주요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적자 수출을 감수하고 있지만 환율이 좀더 떨어지면 일부 품목의 수출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원화와 일본 엔화의 환율 격차가 아직 크게 좁혀지지 않아 일본제품과 경합하는 품목들의 수출경쟁력에는 타격이 적겠지만 일본과 경합하는 상품은 전체 수출품목의 40%선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60%의 수출품목은 환율 변동의 직격탄에 꼼짝없이 노출돼 있다』고 강조, 환율관리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형기 기자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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