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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낮과밤] 정크본드의 제왕, 마이클 밀켄
입력1999-03-07 00:00:00
수정
1999.03.07 00:00:00
성공이란 남들이 보지 못한 곳에서 기회를 포착,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법이다.「정크 본드의 제왕」라고 불리는 마이클 밀켄은 이런 점에서 시대의 맥박을 누구보다 빨리 짚어냈던 인물이었다.
70년말까지 미국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은 1,000개사 정도에 불과했다. 때문에 중소기업은 대부분 은행에서 높은 이자와 대출 수수료를 물면서까지 단기자금을 차입해야만 했다. 하이테크 산업의 선두 주자였던 인텔도 당시는 마찬가지 신세였다.
밀켄은 이런 틈새를 간파하고 중소기업들에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로 결심했다.
밀켄은 자신이 운영하던 드렉셀을 전면에 내세워 정크 본드가 곧바로 고수익 채권이라는 등식을 투자자들에게 역설하고 다녔다. 그래도 불안해하는 투자자에겐 원하면 언제라도 자신이 정크 본드를 되사주겠다는 약속까지 제시했다.
이렇게 해서 밀켄은 80년초 정크본드 시장을 새롭게 일구는데 성공했다. 시장이 일단 형성되자 채권 발행 및 인수시장은 드렉셀의 독무대이자 노다지였다.
그 덕택에 70년 중반까지 윌가에서 2류 회사에 머물렀던 드렉셀은 80년대 문턱을 넘어서면서 일류 투자금융회사로 급부상했다. 밀켄도 86년 한해 동안 5억달러를 거머쥐는 등 천문학적인 부를 쌓았다.
밀켄은 이를 바탕으로 83년부터 정크 본드를 M&A(기업 인수 및 합병)의 무기로 전용했다. M&A 시장의 후발주자였던 드렉셀은 적대적 합병을 추진하는 회사 사냥꾼들에게 정크 본드를 무기로 안겨주었고 순식간에 큰 손으로 부상해버렸다.
하지만 밀켄과 드렉셀의 운은 정크본드 시장이 만개했던 96년부터 벌써 기울기 시작했다. 밀켄의 투자고객이었던 이반 보에스키가 내부거래 혐의로 연방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밀켄도 내부자 거래를 했다고 제보했기 때문이다.
밀켄은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2년간에 걸친 검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드렉셀의 경영진들은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검찰과 합의, 기소 항목중 6개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그리고 검찰에 밀켄을 퇴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밀켄이 떠나자 정크 본드시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영진의 구사 노력에도 불구하고 드렉셀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해 문을 닫고 말았으며 밀켄도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밀켄이 시장을 떠나고 때마침 정부가 정크 본드 구매자였던 S&L(저축대부조합)를 대상으로 정크 본드 투자를 규제하자 정크본드 시장은 급격히 가라앉았다.
드렉셀을 통해 정크 본드를 발행했던 회사들이 잇따라 파산했고 투자자들도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 바람에 정크 본드시장은 90∼91년 동안 내내 찬바람을 맞아야만 했다. 하지만 정크본드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정크 본드를 발행했던 회사들이 자기회사 채권을 환수하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정크본드 시장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92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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