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드라마, 모바일쇼핑, 중고차 등'
B2B(기업 대 기업 비즈니스)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왔던 국내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새롭게 뛰어들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으로 공공부문 입찰에서 배제된 SI업계가 기업 대 기업(B2B)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기업 대 개인(B2C)으로 진출 분야를 확대하면서 SI 산업 지형에 일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IT)를 무기로 운식의 폭을 넓히면서 다른 B2C 기업 간의 경쟁도 예고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물류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고, LG CNS는 모바일 방송과 쇼핑, SK C&C는 중고차, 포스코ICT는 에너지·환경 등 B2C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선 삼성SDS는 올해 경영목표로 전년 대비 25%의 매출 성장과 해외 매출 비중 50% 달성을 추진중이다. 일찌감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업 분야를 스마트타운, 스마트매뉴팩처링, 스마트컨버전스, 스마트 시큐리티 등 7개로 재편하고 B2C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목표다. 유통·의료·교육·복지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도 대상이다.
특히 삼성SDS는 지난해 물류 분야 매출 1조8,370억원(전체 매출 30%)의 성과를 발판삼아 '조달·공급물류'에서 '판매·특화물류'로 넓혀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진출 국가도 신흥국에서 선진국까지 포함시켜 글로벌 시장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LG CNS는 IT와 마케팅을 결합한 '망고채널'과 '망고보트' 등의 서비스를 잇따라 내놨다. 망고채널 애플리케이션(앱)은 1,700여편의 해외 드라마 주문형비디오(VOD)를 제공하는 것으로 미국 워너브라더스와 폭스, 그리고 영국 BBC 등 3개 메이저 방송사 판권을 확보해 서비스 중이다. 신개념 쇼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망고보트는 투표(Vote)를 소통방식으로 채택한 '쇼핑 특화 SNS'다. 온라인 쇼핑 시 지인들에게 실시간 투표를 붙여 구매하고자 하는 물품에 대한 의견을 물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모바일 청구서인 '엠포스트'와 친환경 전기차 셰어링 '씨티카' 등을 통해서도 시장에서 고객과 직접 만나고 있다.
SK C&C의 경우 정철길 사장이 글로벌 사업과 'Non-IT' 분야의 신성장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온라인 중고차 전문기업 '엔카'가 대표격. SK C&C는 엔카 닷컴의 글로벌 버전인 '글로벌 엔카'를 통해 영국·미국·러시아·중국 등에서 신규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최근 호주 1위 온라인 자동차 기업인 카세일즈닷컴과 글로벌 중고차 온라인유통 전문 합작기업(JV) '에스케이엔카닷컴'을 설립하고, 글로벌 중고차 온라인유통 전문기업으로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SK C&C는 자동차 판매자와 구매자가 각각 원하는 정보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 중고차 시황정보서비스, 스마트폰 차량등록서비스, 모바일 진단팩 등으로 모두를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ICT는 비록 B2B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에너지·환경 분야 특화로 차별화를 기하고 있다. 포스코ICT는 산업용 전기집진기인 '마이크로 펄스하전장치(MPS)'를 직접 개발해 중국에 수출했다. 높은 전압으로 발생하는 정전기로 산업현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집진판에 부착시켜 제거하는 방식이다. 포스코ICT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스모그 등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앞으로 5년 이내에 47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각종 산업시설 분진 배출농도의 절반 이상 감축을 추진한다. 때문에 시장 전망이 매우 밝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그룹의 일감을 받고,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해 매출을 올리는 편한 시절은 지나갔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개척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인식으로 인해 전통적인 SI 사업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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