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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더 풀리는 양적완화… 외환당국 운신폭 좁아진다

연말 외환시장 거래물량 적어 대선 이후 7거래일이 분수령 변동성 더욱 커질땐<br>강력한 개입 가능성 불구 쓸 카드 거의 없어 딜레마

원·달러 환율이 닷새 연속 떨어지면서 1,070원선까지 위협받자 13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2층에 위치한 글로벌마켓 영업부 딜러의 모습이 분주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원50전 내린 1,072원50전에 마감했다. /이호재기자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 10일 장중 1,080원선을 돌파한 후 불과 사흘 만에 1,070원선을 위협받으면서 정부의 대응방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연말까지 정부가 직접이고 강력한 시장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반응과 환율 하락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므로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해석이 외환시장에서 충돌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하루 전보다 2원 하락한 1,073원에 마감됐다. 원화는 이날 개장 직후 전일보다 3원60전 떨어진 1,071원40전에 거래 개시돼 환율 1,070원선도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날 환율 하락은 미국의 4차 양적완화 발표 여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외환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낙폭이 축소되기는 했으나 하락 압력은 당분간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미국의 경기부양과 중국의 경기지표 호전과 같은 요인은 이날 외환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영을 마쳤지만 엔화의 환율 수준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달러화는 원화를 비롯한 위험통화보다는 약세를 보였지만 엔화에 대해서는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원ㆍ엔 환율이 하락세를 타면서 100엔당 1,300원선이 무너지는 등 추가 하락 기대감이 생긴 탓에 역외시장 참여자들은 당분간 '달러ㆍ엔'은 사고, '달러ㆍ원'은 파는 조합으로 쇼트포지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전문가들은 전했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당초 원ㆍ달러 환율이 연내 1,070원 밑으로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지만 요즘 엔화의 환율 수준을 보면 연말까지 앞으로 남은 약 2주간 1,070원선이 돌파의 시험대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응카드의 효과가 다소 제한적이고 그 실행 타이밍이 가변적이라는 점도 환율하락 흐름을 점치는 근거로 꼽힌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선물환포지션 한도 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은 일부 은행의 외화차입 규모를 줄이는 효과를 내면서 부수적인 효과로 환율에 영향을 줄 뿐 직접 외환시장의 수급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같은 제도적 규제보다는 정부가 (외환의 과도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간헐적으로 하고 있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의 실행 여부와 그 강도가 더 변수"라며 "그에 대한 경계감이 역외투자자들에게 작용하고 있기는 한데 아직은 환율하락에 더 베팅을 하는 쪽으로 심리가 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당분간은 적극적인 환율 대응에 대해 손을 놓은 게 아니냐는 견해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물량이 평상시의 60%가량 밖에 되지 않아 정부가 적극 개입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도 장 마감 결과는 환율 하락 쪽으로 기울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견해라는 게 보다 일반적인 해석이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시장 개입의 타이밍을 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외환시장에 대한 대응을) 하나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경우 복합적으로 강력한 대응카드를 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인 오는 20일부터 연말까지 약 7거래일의 기간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개입해서 보다 큰 효과를 내려면 상대적으로 시장의 거래량이 많지 않은 시기일수록 유리한데 외국계 금융사들의 외환딜러들이 연말까지 남은 휴가일수를 쓰는 기간이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선 기간은 우리의 외환대응 계획과 무관하다"고 밝혀 사정에 따라서는 그전에라도 강력한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환율 수준으로 보면 수출업체들의 최근 손익분기점인 달러당 1,059원을 위협받는 수준이 정부의 최후 방어선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이른바 '재정절벽' 위험이 다시 불거질지 여부도 우리 외환시장의 추세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내년에 미국의 재정긴축으로 경기 충격 위기감이 한층 강해지게 되면 이것이 증시의 조정을 불러오고 그 여파로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은 재정절벽을 둘러싼 악재가 극적으로 타결될 지 여부가 불확실해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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