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6월12일 5,166포인트(종가 기준)까지 올랐지만 이후 급격한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주가가 4,053포인트까지 하락하면서 10거래일 만에 21.5%의 낙폭을 기록했다. 조정의 원인으로 대규모 기업공개(IPO) 실시와 신용감독 강화 움직임, 상하이은행 간 시보금리의 급등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론 중국 증시 과열에 따른 부담감이 해소돼가는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2008년의 급락세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의 조정이 2007년 후반부터 진행된 장기 하락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상하이증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우선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2008년과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의 급락 국면이 중국 내 자산버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중국 금융당국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서 발생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통화정책 방향성은 정반대다. 중국 통화당국은 경기둔화를 방어하고 금융시장 선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통화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유동성 확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가격의 폭락이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 7년 전에 비해 자산시장의 거품이 심각한 수준도 아니다.
둘째, 중국 정부가 증시부양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현 시진핑 정부의 정책적 임무는 3단계 경제 발전론(三步走)의 두 번째 단계, 즉 소비와 분배에 역점을 둔 소강사회를 완성하는 것에 있다. 내수를 부양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중국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정부 입장에서 내수부양을 위해 선택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가계자산의 가치를 높여 소비를 진작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증시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국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투자는 일종의 사치재의 성격을 지니는 만큼 가계의 소득 수준과 증시 투자 자금은 상당히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최근 중국 가계의 소득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중국의 1인당 국민 총소득(GNI)은 2013년 기준으로 6,560달러다. 전 세계 1인당 소득의 61% 수준에 불과하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2010년 이후 전 세계 1인당 소득의 연간 증가 속도가 평균 4.5%인 반면 중국은 15.7%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상반기에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던 중국의 경제지표들이 하반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5월 발표된 수출·생산·소비 등 주요 부문 경제지표들의 하락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도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상반기 중 발표된 징진지 프로젝트, 장강 중류 도시권 발전계획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돼 투자 사이클 또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증시가 기존에 축적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조정 국면에 진입한 만큼 당분간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국 증시의 상승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책적 의지와 구조적 변화가 유효한 상황인 것 역시 분명하다. 하반기 중국 경제지표들이 회복되고 기업 이익 부진에 대한 우려가 경감되면 중국 증시는 재차 상승 추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