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업체를 인수한 것은 스마트폰 시장 정체에 따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다. 냉장고·TV 등 정보기술(IT) 기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데다 시장성장 초기 단계인 사물인터넷 분야의 기술 표준화와 생태계를 장악하면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IoT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최고경영진의 판단에서 비롯한다. 사물인터넷이 곧 삼성전자의 미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차세대 리더인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사물인터넷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잇따라 만난 것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사물인터넷 글로벌 1위 업체인 시스코의 존 챔버스 회장과 만났고 최근에는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대표와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최근 잇따라 글로벌 IT 기업들의 최고경영진과 접촉하고 있는 것은 삼성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며 "이 부회장과 플랭크 대표의 만남은 애플이 나이키의 웨어러블 기기와 동맹해 사물인터넷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맞서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사물인터넷 시장은 글로벌 IT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미래형 먹거리 1순위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 정체로 한계돌파가 시급한 삼성전자로서도 사물인터넷 시장선점은 서둘러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다.
다행히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점할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의 최고의 경쟁력이다. 이는 경쟁사들에 진입 장벽이 될 시장 선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 '기어2' '기어핏' 등 가장 많은 웨어러블 기기를 판매 중이다. 독자적인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개발해 소프트웨어(SW) 경쟁력도 확보했다. 갤럭시 1등 신화로 증명된 우수한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은 삼성전자의 최고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이 모든 경쟁력을 하나로 묶을 사물인터넷 업체인 스마트싱스까지 인수하면서 사물인터넷시장 선점을 위한 날개를 달게 됐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사물인터넷 시장 장악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올해 초 'SAMI(Samsung Architecture for Multimodal Interactions)'라는 사물인터넷 전담팀을 꾸리고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며 "스마트싱스의 인수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표준화 선점 경쟁은 물론 기술 동맹, 인수합병(M&A)을 통해 세를 불리는 행보의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물인터넷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구글·애플 간 3파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들 3개 업체의 한판 승부는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가전제품과 모바일 기기, 인터넷을 연결하는 스마트홈 시장이 1차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