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위해 마련하고 있는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일명 원샷법)'이 공급과잉 상태에 직면한 업종에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원샷법의 지원을 받으려는 기업은 인수합병(M&A) 이후 일정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순이익률(ROA) 같은 생산성 지표는 물론 재무건전성 목표까지 달성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세부 목표치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법 제정과는 별도의 과정을 거쳐 하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20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원샷법에 가급적 과감한 지원을 담는 대신 지원 대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정부는 지원 대상 선별을 위해 산업연구원에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샷법이 대기업의 변칙적인 지배구조 강화와 2·3세 승계에 활용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 한정하고 합병 이후 기업이 달성해야 하는 생산성 향상과 재무건전성 확보, 고용창출 등의 목표치를 기업규모 등에 따라 세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대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을 차단해 법 제정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우선 디스플레이·조선·철강·석유화학처럼 전 세계적으로 수요·공급의 미스매치가 구조적으로 고착된 과잉공급 업종이 1차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비게이션같이 다른 제품 때문에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업종, 중국 등 신흥국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원가절감이 불가능한 업종 등도 공급과잉 업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사업 진출을 위해 M&A를 하는 경우 공급과잉 문제에 부닥친 기존 사업을 재편해야만 원샷법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하반기에 나오는 가이드라인에는 원샷법 지원 대상 기업이 달성해야 하는 구체적인 성과 목표치도 담긴다. 정부가 원샷법의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은 일본 '산업활력법'의 경우 ROE 2%, ROA 2~3%, 유형 고정자산 회전율 5~10%, 1인당 부가가치액은 6~12%를 높여야 승인을 해준다.
세제혜택과 규제완화는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 요구했던 M&A시 주식매각으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특례의 경우 지배주주 간 주식교환의 경우에만 과세이연(자산을 팔 때까지 세금납부를 연기하는 제도)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상 출자제한 규제도 특혜 소지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부분 완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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