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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배당확대를 유도하고자 했던 국민연금의 계획이 유보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는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열린 2015년도 제1차 회의에서 국내 기업의 배당확대를 위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기금 배당 관련 추진방안' 안건에 대한 의결이 위원들 간의 격론 끝에 보류됐다고 밝혔다. 기금위는 오는 5월 2차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에 기금위에 올라온 배당 관련 안건은 국민연금이 기업의 적정한 배당 수준을 판단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단계별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의 자체적인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배당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에 자율적인 대화의 방식으로 소명을 요청하고 해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비공개 중점 감시기업'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기업이 배당을 개선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해당 기업의 명단을 공표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주주 제안을 활용하게 된다.
해당 안건이 기금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는 우선 기금위 위원들 다수가 배당확대를 위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강화 행보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금위의 한 위원은 "국민연금이 내부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기업에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에 간섭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기금위에 참석한 한 위원에 따르면 기금위 도중 9~10명의 위원들이 개인적인 일정을 이유로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위에서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20명 중 과반수 이상이 참석해 출석 의원 중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많은 위원들이 회의 도중 자리를 뜬 탓에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아 이 안건은 아예 표결에 부칠 수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금위에서 배당 유도 추진 방안이 보류되면서 정부의 기업 배당확대 유도 방침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반면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연기금 등의 배당확대 요구를 우려했던 기업들도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편 이날 기금위는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헤지펀드에 신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헤지펀드의 투자 위험을 고려해 초기에는 시장 규모가 크고 투자 체계가 잘 정착돼 있는 해외 헤지펀드에 우선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 대상은 여러 종류의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해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인 재간접헤지펀드(펀드 오브 헤지펀드)이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헤지펀드에 대한 실제 투자금 집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기금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분산시켜 안정적인 수익창출에 기여하고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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