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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만우절 가짜기사와 현실정치
입력1999-04-21 00:00:00
수정
1999.04.21 00:00:00
崔禹錫 (삼성경제연구소 소장)방송위원회는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의 만우절 가공기사를 사실처럼 보도한 KBS, MBC 양방송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일본 아사히신문 4월 1일자를 찾아보니 과연 양방송이 깜빡 속게 되어있다. 6면 머릿기사로 「수상, 각료에 외국인 등용」이란 컷을 뜨고 「빅뱅 법안, 곧 국회 제출」「정계의 인재난에 위기감」「대처 등 물망」이란 제목을 달았다.
지면의 3분의 2를 차지한 특집기사엔 일본의 국난극복과 정계개혁을 위해 개혁적 외국인을 등용키로 방침을 정했다는 기사와 그 파장에 관한 해설, 물망인사의 프로필까지 실었다. 이러한 빅뱅 내각의 출범으로 일본의 개혁의지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국내 정계엔 큰 자극을 준다는 것이다.
기사엔 외국각료등용법을 10년 시한법으로 해서 외국각료는 3명 정도 둔다는 것, 이들을 국가기밀을 다루는 국가안전보장회의엔 참석시키지 않는다는 것까지 다뤄 신빙도를 더했다. 등용 대상 인물로는 구소련 개혁의 기수 고르바초프, 철(鐵)의 여성수상 대처, 동남아 지도자 싱가폴 리관유 전 수상, 협상의 명수 캔터 전 미 통상대표 등을 들었다.
해설기사에선 외국인각료 등용이 일본정치의 세계화와 투명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나 전혀 풍토가 다른 일본에서 이들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1면 지면 소개난에 「오늘 가공의 기사가 1건 있습니다. 잘 찾아보십시오」라는 안내기사는 있으나 대부분의 독자들이 다소 놀래면서도 사실대로 믿었다 한다. 만약 이 기사가 사실이었다면 1면 톱으로 싣지 6면으로 보낼 기사가 아니라는 것이 힌트라면 힌트다. 그러나 기사 내용이 너무나 사실적이고 또 일본의 정치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외국의 소신있는 정치가들을 수입하자고까지 했을까. 지지부진한 개혁, 질 낮은 정치가, 리더십 없는 국가지도자에 대한 싫증과 절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KBS와 MBC의 주의부족을 크게 탓할 수 없게 되어있다.
만약 한국신문에도 이만한 유머와 풍자정신이 허용되어 만우절 기사를 싣는다면 비슷한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요즘 한국신문의 기사들을 보면 너무나 끔찍하고 실망스러워 이것들이 만우절 기사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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