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이글기 추락 사고는…" 어이없는 현실
공군 "블랙이글기 추락은 정비사 실수 때문""'상승장치' 차단선 뽑지 않아 발생"
지난 15일 발생한 블랙이글 항공기(T-50B) 추락 사고는 정비사의 실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은 T-50B에 대한 사고조사 결과 담당 정비사인 K 중사가 항공기의 상승ㆍ하강을 조종하는 장치(Pitch 조종계통)를 정비하면서 이 장치에 꽂았던 차단선을 뽑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30일 밝혔다.
통상 정비사는 항공기 이륙 전 Pitch 조종계통의 정확한 계측을 위해 가는 철사 굵기로 길이 10㎝의 차단선을 꼽아 시스템을 정지시키고 나서 정비하고 있으며 정비를 마치면 반드시 이 차단선을 뽑아야 한다.
공군 관계자는 "K 중사가 사고 사흘 전인 지난 12일 Pitch 조종계통 차단선 점검 후 반드시 뽑아야 할 차단선을 뽑지 않는 과실을 범했다"면서 "이 때문에 항공기의 Pitch 조종계통이 정상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사고 부대의 부품대대 계기반원인 K 중사는 지난 27일 정비부서 지휘계통을 통해 "정비 후 차단선을 뽑지 않았다"고 시인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2000년 임관한 K 중사는 12년 경력의 정비사이지만 T-50 정비는 2년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사고조사단은 K 중사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기와 같은 T-50B를 대상으로 Pitch 조종계통 차단선을 뽑지 않은 상태로 모의 실험한 결과 사고 당시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준홍 사고조사위원은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상승하면 조종사가 조종간을 당길 때 압력의 변화가 없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회수된 블랙박스(비행기록장치)에서 압력의 변화가 발생한 자료가 저장돼 있어 조종계통의 잘못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고기는 원주기지를 이륙한 뒤 상승하던 중 기수가 계속 하강하는 현상을 보였으며 조종사 고(故) 김완희 소령은 상승자세 유지를 위해 조종간을 최대로 당겼으나 900여m 상공에서 기수가 급격히 하강하면서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항공기는 이륙 후 1분38초 만에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김 소령은 350여m 상공에서 비상 탈출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탈출 시도 상공에서 9초 만에 지상에 충돌, 순직했다.
박 위원은 "조종사가 탈출을 시도한 시점에서는 항공기가 견딜 수 있는 중력가속도(G)의 한계치를 넘어서 탈출에 실패했다"면서 "조종석이 사출되지 않았고 항공기가 지상에 거꾸로 충돌하면서 충격으로 낙하산이 튕겨 나갔다"고 말했다.
목격자의 증언과 달리 공중 화재는 없었고 사고기의 엔진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등 기체 결함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공군은 Pitch 조종계통 차단선을 뽑지 않은 작업자와 지휘ㆍ감독자를 포함한 업무 관련자들에 대해 별도 조사를 진행한 뒤 엄중히 문책할 계획이다.
사고 이후 중단됐던 T-50 기종의 비행은 다음달 첫 주부터 재개된다. 공군은 유사한 사고 방지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사전 정비결함 인지 시스템을 보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사진 ; 사고 기종과 같은 T-50B 항공기.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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