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4분기 실적발표 이후 LG그룹주와 현대차그룹주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LG그룹주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힘입어 주가 재평가 국면을 맞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주는 경기침체와 원화강세가 맞물리면서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연일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는 전 거래일보다 4.99%(3,100원) 급등한 6만5,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디스플레이는 7.63%나 급등한 3만2,450원까지 치솟으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LG전자도 2.74% 상승하는 등 LG그룹의 주력 회사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지주회사인 LG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6일 실적발표에서 영업이익 2,530억원을 기록하면서 8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4ㆍ4분기에는 4,500억원대까지 이익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LCD 업황이 상승 사이클로 진입하고 있어 4ㆍ4분기와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이 1조7,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 역시 3ㆍ4분기 영업이익이 2,200억원에 달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선데다가 스마트폰의 경쟁력 회복으로 시장의 신뢰가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LG화학 역시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정보소재 부문에서 견고한 실적이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만족시킴으로써 LG그룹주의 강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기관의 매수세는 LG그룹주에 집중되고 있다. 기관은 9일 이후 15거래일 연속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사들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순매수 금액은 각각 3,932억원, 2,137억원으로 기관의 순매수 상위 1ㆍ3위를 차지했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그룹주는 LG전자의 휴대폰 사업부에 대한 믿음이 다시 살아났고 디스플레이 역시 흑자전환으로 재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떨치면서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LG그룹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한층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주는 3ㆍ4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원화강세와 함께 실적 우려가 부각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날 기아차는 전 거래일보다 4.01%(2,500원) 하락한 5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가 5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도 3.09% 하락하며 21만9,500원까지 밀려났고 현대모비스도 2.89% 하락했다. 현대차 3인방은 이달 들어서만 모두 10% 넘는 하락했다.
현대차그룹주들이 최근 동반 하락한 이유는 3ㆍ4분기 실적악화와 원ㆍ달러 환율 하락,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 우려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상님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주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일본 자동차업체와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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