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잘 나갈 때는 이런 결과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스마트폰 부품 공급 업체들은 2012년과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돌풍을 일으키자 더 큰 수혜를 기대하며 설비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올 들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해지면서 올해 안에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에 의존하며 달콤한 과거를 보냈지만 그것이 부메랑이 돼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부품업체들의 올 2·4분기 실적은 극도로 악화됐다. 삼성전자의 2·4분기 어닝쇼크에 스마트폰 부품 업계의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지만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부진의 골은 더 깊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용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카메라모듈, 플렉시블 인쇄회로기판(FPCB)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기는 올 2·4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떨어진 1조8,60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90.5% 감소한 212억원을 기록했다. HDI 등을 생산하는 코리아써키트의 영업이익도 한 달 전 증권사들은 32.07% 줄어든 110억원을 예상했지만 실제로 성적표를 까보니 74.53%나 감소한 41억원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브라켓을 생산하는 KH바텍 역시 영업이익이 10분의1토막난 23억원을 기록했다. 에스맥도 영업이익이 97.9%나 줄어 2억원에 만족해야 했다. 적자로 돌아선 업체들도 다수다. 플렉스컴과 인터플렉스 등은 외형은 반토막났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부진한 실적은 스마트폰 부품주의 시가총액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코스닥시장 상위 20위권에 들어 있던 스마트폰 부품주의 순위는 올 들어 무더기로 추락했다. 18일 현재 에스에프에이의 시가총액(7,774억원) 순위는 23위로 1년 전보다 12단계 하락했고 파트론(9,540억원)도 13위에서 38위로 25단계 떨어졌다. 솔브레인(5,166억원)과 덕산하이메탈(4,688억원)도 41위와 48위로 1년 만에 순위가 30계단 넘게 밀려났다.
이들 스마트폰 부품주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3·S4가 잘 나갈 때 설비 투자를 늘린 경우가 많아 실적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진한 주가 흐름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부품업체들은 삼성전자가 갤럭시3·4 판매 호조로 베트남 쪽에 공격적인 공장 증설에 나설 때 함께 설비투자 확대에 나선 경우가 많다"면서 "갤럭시S5의 판매부진으로 삼성전자의 공급물량이 줄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플렉스컴의 유형자산 규모는 1,295억원으로 2011년 420억원보다 무려 208.33% 늘었다. 파트론은 지난해 2,861억원으로 2년 전보다 133.36% 증가했고 같은 기간 인터플렉스도 93.65% 늘었다. 에스맥과 삼성전기도 각각 179.46%, 29.47%의 높은 유형자산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갤럭시알파와 갤럭시 노트4 등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대부분 부품업체는 기존의 과잉 공급된 설비투자에 따른 가동률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부품주 투자에 나설 경우 공급업체가 다변화돼 있는 업체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업체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마 때 비를 피해가듯 삼성전자 의존도가 낮은 종목을 따져보라는 것이다. 곽찬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애플이나 중화권 매출비중이 높은 스마트폰 부품업체들은 그래도 실적 차별화를 할 수 있는 요인들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화권 공급처 비중이 30% 이상 되는 업체들로는 이노칩·엠씨넥스·블루콤 등을 꼽을 수 있고 애플 공급 비중이 높은 업체로는 아바텍과 인터플렉스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이어 "센서·외부기기·비콘(근거리 위치인식기술을 적용시킨 무선 센서), 무선 충전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스마트폰 부품주쪽으로 눈을 돌린다면 새로운 투자기회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신제품들이 메탈 소재로 바뀌는 만큼 KH바텍과 에스코넥처럼 메탈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도 주목해볼 만하다. /강광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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