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7개월째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가뭄으로 농산물 가격은 급등해 서민 경제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84로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0.8%를 기록한 뒤 7개월째 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상승률은 지난달(0.5%)보다 0.2%포인트 높아 두 달째 상승 폭이 커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등유(-25.5%), 자동차용 LPG(-22.6%), 경유(-14.9%), 휘발유(-14.9%) 등 유류제품에서 저유가 영향이 지속됐다. 또 남자학생복(-19.1%)과 TV(-12.6%) 가격 등도 많이 하락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0% 상승해 6개월 연속 2%대를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2.2% 상승해 역시 6개월째 2%대를 보였다.
문제는 불황형 저물가 기조에도 불구하고 식탁 물가는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6월 농산물 가격은 극심한 가뭄으로 5.1% 상승했다. 특히 파와 배추 가격이 전년대비 각각 91.9%, 90.9% 급등해 상승세를 주도했다. 신선식품도 6월 들어 6.1% 올랐다.
특히 예년보다 뒤늦게 장마가 시작됐음에도 해갈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식탁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소비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점도 급등세인 식탁 물가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뭄 탓에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메르스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덜 오른 측면이 있다"며 "이달에 (농산물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후반부로 갈수록 전체적인 소비자물가의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재훈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고 실물경제가 개선돼 수요 측 물가 하방 압력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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