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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업 이장면] 두산 계열사 통합
입력1998-11-03 00:00:00
수정
1998.11.03 00:00:00
9월 1일. 한국 기업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 발생했다.9개 계열사를 하나로 통합된 회사가 공식출범한 것. ㈜두산이다.
요즘 두산의 홍보·기획관련 부서 사람들은 매우 바쁘다. 쇄도하는 외국 언론사들의 인터뷰 요청 때문이다. 「즐거운 비명」이다.
두산은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타임, 뉴스위크를 비롯 LA타임, 블룸버그통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파이스턴 이코노믹리뷰, 아시아위크, 일본 아사히TV, 일본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신문 등 해외 유력 언론사들로 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10월 29일. 박용오(朴容旿) ㈜두산 회장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구조조정 모범기업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청와대 만찬에 초청됐다. 金대통령의 왼쪽에 배치된 朴회장의 좌석은 이날 행사에서 두산의 의미를 새롭게 하기에 충분했다.
「9·1 대통합」은 지난 95년부터 추진해온 두산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일단락지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동시에 계열사 늘리기가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재계에 대한 선언이기도 했다. 최근 두산에 대한 외국의 관심은 외국 투자가들이 『빅딜에 알맹이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더 높아지고 있다. 「바쁜 두산」의 모습은 외국 기업들과 언론들이 한국의 기업에 대해 무엇을 바라는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달 말 청와대 만찬은 개혁(구조조정)을 통한 외자유치 및 경쟁력향상이란 새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에서 두산이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을 잘 드러냈다.
「구조조정의 선봉」「재벌개혁의 모범답안」등 두산에 대한 국내외 재계·언론의 표현은 이 기업의 오늘을 잘 설명해 준다. 국내 최고(最古)기업인 두산은 창업 100주년(96년 8월)을 앞두고 95년 말부터 「다가올 또다른 100년의 청사진을 마련하자」는 구호아래 구조조정의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두산의 작업은 『선발기업이라며 안주하다 실패한 뒤 회생을 모색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절하됐다. 온갖 루머로 큰 피해를 입은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1896년 「박승직(朴承稷)상점」으로 출발한 두산의 역사에서 이때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두산은 이것을 개혁에 대한 고삐를 죄는 계기로 활용했다.
㈜두산의 출범은 이같은 개혁작업의 하일라이트. 그룹내 유사업종을 대통합한다는 원칙아래 23개사를 ㈜두산·두산포장·두산건설·오리콤 등 4개 핵심 및 주력사업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상사·백화·기계·개발·동아·경월·전자·정보통신·OB맥주 식품부문 등 9개사가 통합된게 ㈜두산. 이 회사는 매출액 2조원으로 그룹 전체 외형의 54%를 차지한다. 그룹이 21세기 핵심사업으로 전자 등 미래형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는 주력기업이다.
이 회사가 주목을 끄는 이유 가운데 또다른 하나는 조직 및 경영체제다.
미국 맥킨지의 자문을 받아 전체 조직체계를 BG(BUSINESS GROUP)·BU(BUSINESS UNIT)로 구성했다. 핵심은 독립사업부문제다. 철저한 책임경영과 성과중심의 선진 경영체제다. 이 역시 우리 기업이 맞고 있는 트랜드에 앞서 부응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두산의 구조조정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성장과 팽창 위주의 확대 경영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자의 과감한 결단과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지난 지난 97년 8월. 기아그룹에 대한 부도유예 결정이 내려진 뒤 처음으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회의. 이날 최대 관심사는 단연 기아와 같은 「거대기업」이 무너지는 경영환경과 함께 이것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회장단 간담회에서 자연스럽게 내려진 결론은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다』는 것이었다. 두산의 朴회장이 말했다.
『우리는 지난 95년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이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불황이 닥친 뒤에야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많은데 늦은감이 있다.』
朴회장의 말속에는 대다수 기업들의 때늦은 개혁에 대한 지적과 함께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의 또 다른 표현으로 받아들여 졌다.
두산이 추진한 구조조정의 핵심은 불요불급한 자산의 과감한 매각. 경영권을 갖지 못한 3M·코닥·네슬레의 지분, 그룹의 성장 근원이었던 서울 영등포의 OB맥주 공장 부지등 불요불급한 부동산 20여건을 시가 이상을 받고 좋은 조건에 매각했다. 음료사업의 영업권 양도, 유가공·자판기·냉동사업 등 수익성 없는 한계사업의 철수도 무리없이 이뤄냈다. 이를통해 두산은 올해 현금 유동성을 1조원 이상 개선, 지난 3년간의 적자경영을 흑자경영으로 돌려놓았다.
앞선 개혁은 외국기업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것은 성공적인 외자유치로 이어졌다. 캐나다 씨그램사와 벨기에 인터브루사로부터 각각 9,000만달러와 2억7,000만달러 등 3억6,000만달러의 외자유치에 성공하는 등 두산은 지난 2년 동안 무려 8억6,000만달러의 외자를 끌어 들였다. 두산은 다음달말 그룹의 발상지인 서울 동대문에 마련한 23층짜리 두산타워로 본사를 이전, 또다른 100년 시대를 연다.
『두산이 남보다 한발 앞선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건강한 체질을 만들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작이다.』
박용오회장이 ㈜두산의 출범과 함께 열린 두산타워의 점등식에서 한 말이다.【박원배·구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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