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로 촉발된 '차이나 쇼크'로 지난 한 달간 한국 증시에서 5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아시아 신흥시장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 유동성 변수에 취약한 한국 증시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강력한 경기부양정책을 쓰고 기업들은 배당을 확대해 체력을 키우고 투자 매력을 높여야 외국인투자가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10일 세계 금융시장과 블룸버그 통계 등에 따르면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한 지난달 11일 이후 이달 9일까지 약 한 달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자금은 41억7,333만달러(4조9,808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인도(-35억7,808만달러)와 태국(-12억2,280만달러), 대만(-11억6,886만달러), 인도네시아(-7억981만 달러) 등 다른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5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2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장 기간 순매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한 달간 삼성전자(005930)(-8,729억원)와 SK하이닉스(000660)(-5,349억원), 현대차(005380)(-1,899억원) 등 한국 증시 대표주들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대외 변동성 확대로 투자 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증시 거래대금도 급감했다. 위안화 평가 절하 이전인 지난 7월 11조1,763억원에 달하던 국내 주식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8월 9조16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7조7,400억원까지 떨어졌다. 위안화 절하 이후 아모레퍼시픽(090430)(-16.61%)과 LG생활건강(051900)(-11.75%), 하나투어(039130)(-20.68%) 등 대표적 중국 소비주들인 화장품과 여행업종 주가가 급락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위안화 절하로 중국 투자 관련 상품에도 불똥이 튀었다. 중국본토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이 -16.14%로 연초 이후 얻은 성과를 대부분 반납했다. 자금 유출도 심했다. 지난달에만 765억원이 중국펀드에서 빠져나갔으며 특히 위안화로 투자를 하는 중국본토펀드에서만 549억원이 유출됐다. 국내에서 발행되던 해외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의 70~80%를 차지하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활용한 ELS는 발행과 판매가 전면 중단됐다.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면서 증권가에서는 대외 유동성 변수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투자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이 대외변수에 급격히 휩쓸리지 않도록 정부 당국이 강력한 경기부양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기업 배당을 늘려 외국인 자금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고 적극적인 환율정책으로 외환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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