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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기준금리 인상과 옵션 만기라는 악재 속에서도 나름대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증시의 맷집이 세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기조와 기업들의 실적을 감안하면 당분간 증시의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47포인트(0.26%) 내린 2,089.48에 장을 마쳤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0.25% 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격 단행한 데다 옵션 만기일을 맞아 1조2,515억원 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서도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6,308억원, 1,278억원을 사들이며 지수 낙폭을 줄였다. 이날 오전 코스피 지수는 외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오전 한 때 사상 최고치인 2,109.34포인트까지 치솟았으나 금통위의 금리인상 소식이 전해지며 기관이 순매도 우위로 돌아서자 2,083포인트까지 고꾸라지는 등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오후 들어 장을 떠받친 것은 이날 꾸준한 매수 기조를 보인 외국인과 하락세를 틈타 매수세로 돌아선 개인이었다. 전문가들은 개인 대기자금과 수급 주도권을 이어나가고 있는 외국인이 현재의 상승 추세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약간의 조정 기미만 나타나도 빠르게 유입되는 국내 대기자금이 지수의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유입된 개인 자금 중 상당수는 자문형 랩 자금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국내 증시가 외국인 자금에서 국내 자금으로 수급 주도권이 넘어올 것으로 보는 근거가 바로 랩어카운트”라고 설명했다. 연말연초 단기 급등으로 과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한 단계 레벨업 되는 과정에서 부분적 과열에 대한 부담은 불가피하다"며 "현 시장은 일중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업종간 순환매로 과열을 해소하며 전형적인 강세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 수준의 가파른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기금과 은행ㆍ보험권 등 기관 대기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려면 3~5% 수준의 단기조정이 필요한데 증시가 쉬지 않고 상승할 경우 대기자금의 유입이 멈칫거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풍부한 자금이 증시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지만 현 수준에서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다”며 “시장이 때로는 쉬어가야 중소형주의 매기도 살아나고 대기자금도 유입되면서 시장의 리밸류에이션이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기준 금리의 추가인상 폭이 커지고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증시에는 부담이다. 강현철 연구원은 “임금 인상 압력은 물가상승 압력이 가장 높아졌을 때 나오는 뉴스라는 점에서 최근 금리 인상 압박이 더욱 강해졌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유지하던 정부가 물가상승 부담을 크게 느끼고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옵션만기와 금통위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졌지만 현재로선 시장 에너지를 끌어내릴만한 악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자금의 위험선호도나 자금흐름, 경기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나 글로벌 악재 등이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국내 증시는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경기를 타기 시작했다”며 “경기 중에서도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기가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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