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올라 가뜩이나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가계지출 가운데 세금이나 건강보험료ㆍ이자비용 등 이른바 '비소비 지출'이 지난해 역대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비소비지출이 늘어나면 가계가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줄어들어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27일 통계청의 '가계 수지 동향'을 보면 지난해 2인 가구의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67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7.6% 늘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808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이는 소득 증가율(5.8%)이나 소비지출 증가율(6.4%)보다 높은 것으로 그만큼 비소비지출에 대한 부담이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체 소득 중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5%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높았다. 항목별로는 이자비용이 7만7,800원 늘어 전년 대비 16.2%나 증가했다. 국민연금 지출은 9만4,800원으로 전년보다 9.7% 증가했고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 지출도 9만700원으로 9.7% 늘었다. 연금 및 보험요율이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소득세와 재산세 등 경상조세는 지난해 처음으로 10만원대를 돌파하며 10만5,000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저소득층인 1분위의 경상조세와 연금ㆍ사회보험ㆍ이자비용 항목이 고소득층인 5분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 전년도 대비 증가율은 경상조세 20.1%, 연금 15.8%, 사회보험 20.1%, 이자비용 28.1%였는데 5분위는 경상조세 14.2%, 연금 7.8%, 사회보험 8.1%, 이자비용 18.3%로 대부분 항목에서 훨씬 높았다. 비소비지출은 세금과 국민연금ㆍ건강보험ㆍ이자비용 등처럼 가계가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고정비용' 성격의 지출이다. 가계가 일반 소비생활에 필요한 돈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계청 관계자는 "비소비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경기회복에 따른 취업자와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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