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합병(M&A) 최대어로 꼽히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전에 삼성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인수적합 후보로 꼽히던 삼성이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대기업 가운데 어느곳이 KAI 인수에 뛰어들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25일 KAI인수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아니다. 내놓은 지분을 왜 다시 사느냐"고 부인했다. 삼성 측은 이후 공식브리핑 자리를 통해 "검토도 한 적 없다. 절대 아니다"라며 KAI인수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자금력이 풍부하고 사업 연관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삼성 측을 인수 적격기업 가운데 한 곳으로 꼽아왔다. 삼성테크윈이 방산업체라 항공기 부품 및 완제기를 만드는 KAI의 사업성격과 맞는데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고도 1조원을 넘어서는 KAI매각가를 부담할 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히 삼성테크윈은 현대자동차ㆍ두산그룹과 함께 KAI 지분을 10% 가지고 있는 주주기도 하다.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테크원ㆍ현대자동차 등 현 대주주들이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KAI 인수전의 경우 외국기업의 참여가 10%로 제한된데다 소요 자금 규모가 커 사실상 국내 대기업 외에는 참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이 인수전 불참을 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기존 주주인 현대자동차가 인수 여력을 갖춘 업체로 평가 받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인수 이후의 투자 여력도 충분한데다 인수 이후 상대 국가와 항공기 등의 매각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분야 상대국 투자 등 이끌어낼 수 있는 카드가 많다"며 "KAI내부에서도 이 같은 이유로 현대차에 우호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차는 그러나 KAI 지분 인수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기존 주주인 두산의 경우 예전 밥캣 인수 이후 자금조달과정에서 KAI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라 인수후보로는 배제된 상태다.
대한항공을 통해 항공부품 사업을 하고 있는 한진그룹도 유력한 인수 참여 후보로 꼽힌다. 한진그룹은 실제 지난 2004년 등 두 차례에 걸쳐 KAI의 지분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최근 이와 관련, "모든 것은 협상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다만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이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해 진행할 만큼 인수 자금 여력이 부족하고 KAI임직원들의 분위기가 비우호적이라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이와 함께 한화와 대우조선해양ㆍ현대중공업 등이 업계에서 인수전 참여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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