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커피전문점 진동벨' 알고보니…
최재성 큐블릭미디어 대표 "진동벨+영상광고 대박 났죠"LCD스크린장착 '큐비' 개발… 누적 광고주 100곳 넘어
김태성기자 kojjang@sed.co.kr
한때는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 직원이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품었던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은 회사를 박차고 그를 창업전선에 뛰어들게 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누구도 만들지 않았던 '알짜배기' 아이템으로 영상광고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큐블릭미디어의 최재성(28·사진) 대표의 얘기다.
올해로 창립 4년째인 큐블릭미디어의 주력 제품은 광고를 담은 페이저(pager·대기고객에게 진동을 통해 차례를 알려주는 무선호출기)인 '큐비(cuby)'다. 아이폰과 같은 3.5인치 크기의 LCD스크린이 달린 큐비에는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 동안 탑재된 영상 광고가 끊임없이 나오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현재 큐비는 엔제리너스(롯데)와 투썸플레이스(CJ),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SPC) 등 국내 대표 외식 기업들이 운영하는 150여 카페형 매장에 공급되고 있다. 이들 매장에는 페이저를 무료로 공급하고 대신 광고를 원하는 기업들로부터 영상 광고를 유치하고 수익을 얻는 형태다.
최 대표는 "광고주가 원하는 매장만 골라서 광고를 할 수 있는 '맞춤식' 영업으로 현재까지 누적 광고주만 100여곳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광고주의 면면도 다양하다. 젊은 고객들을 겨냥한 온라인쇼핑몰이나 여성의류 브랜드, 화장품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온라인게임과 영화, 연극과 드라마 등 영상을 통해 홍보효과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들의 광고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1년 단위의 장기 계약도 적지 않다고 최 대표는 귀띔했다.
지금은 어엿한 청년CEO지만 몇 년전까지만 해도 최 대표는 국내 대표 IT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SK텔레콤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그러나 '더 늦으면 창업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불과 3개월만에 사표를 던지고 동년배 친구 둘과 사업 아이템 찾기에 나섰다.
당시 자금도, 변변한 사무실도 없던 예비창업자들의 회의장소는 매번 동네 커피숍이었다. '뭘 할까' 고민하며 마신 커피잔이 산을 이룰 정도던 어느날, 매일 보던 커피숍 진동벨이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착안했다.
최 대표는 "커피숍은 20~30대 여성층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라며 "타깃 고객이 확실한 만큼 커피숍 매장 자체가 광고를 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해 진동벨에 광고를 결합한 '큐비'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여름에 탄생한 큐비는 그해 겨울 커피빈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돼 현재는 주요 외식브랜드 9곳의 서울 지역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제품 구매를 원하는 곳도 늘어나 현재 KT와 렉서스 A/S매장, 성형외과와 건강검진센터 등 전국 50여곳이 큐비를 자체 영상홍보물로 이용 중이다.
국내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 공략도 타진 중이다.
그는 "일본 현지 광고사와 손잡고 다음달부터 삿포로 내 매장에서 제품을 테스트해 본격적인 현지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설립한 미국지사를 통해 연간 400억원 규모의 현지 시장도 잡겠다는 포부다. 디지털사이니지(광고용 전광판) 개발도 추진해 빠르면 올해 안에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계획이 순조롭다면 올해 매출은 50억원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최 대표는 보고 있다.
"회사 설립 전 반년간 성공했든 실패했든 창업에 나섰던 인생선배들을 두루 만나며 기업 경영의 노하우를 익혔다"는 최 대표는 "그 노하우를 발판삼아 영상광고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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