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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스토리] 5월 증권파동과 미국 기밀문서

위문복 하나대투증권 e-Business지원부 부부장

1962년 5월 증권파동의 주도주였던 연합증권금융 주식에 관한 미국 기밀문서


1962년 5월 어느 날 새벽 미국 대사관. 모두가 퇴근한 시간, 한 직원의 타이핑 소리가 적막을 깨고 흘러나왔다. 미국 본국에 보고된 핵심 내용은 1962년 5월 '증권파동'으로 미국 대사관에서는 그해 연말까지 국내 증시 상황을 연일 보고했다. 이렇게 전달된 내용은 미국 기밀문서 등급상 '미합중국 국제관계를 위태롭게 한다'는 수준의 '비밀(Secret)'로 분류됐다.

미국조차 긴장하게 만든 '5월 증권파동'은 군사정부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시행 전 농협이 보유하고 있던 12개 상장회사 지분 가운데 하나인 한국전력 주식을 공매도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1962년 4월 대한증권거래소 출자증권(대증주)과 연합증권금융 주식(연증주)이 폭등했다. 하지만 다음 달인 5월 공매도 물량 580억환 가운데 352억환을 해옥(증권거래에서 정상적 결제가 어려울 때 계약 당사자들이 합의해 일정 가격으로 매매계약을 정리하는 행위)하지 못하는 결제 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면서 증시는 말 그대로 폭락했다.

'5월 증권파동'의 결과는 참혹했다. 미국 대사관이 추정한 작전세력의 부당이득만 3,060만달러(1달러=130원, 40억원)로 대한증권거래소는 물론 증권금융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일부 투자자들은 충격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에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사태를 수습하고자 대한증권거래소 장기 휴장 조치를 내리고 적발된 작전세력을 육군보통군법회의에 송치했다. 하지만 1962년 6월25일 작전세력 전원이 무죄선고를 받는 등 결국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났다. 이후 196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5월 증권파동은 중앙정보부가 공화당 창당자금 확보를 위해 일으킨 횡령 사건'이라는 사실이 폭로됐으나 끝내 의혹은 해소하지 못했다.



1962년 '5월 증시파동'의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세력의 탐욕이 사태를 낳았다"는 사실만은 자명하다. 지난해 정치 테마주 등으로 증시가 시끄러웠다. 세월은 흘렀지만 여전히 증시를 향한 인간 탐욕은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인 듯 보인다. 지난 2일 탐욕의 결과이자 증시 왜곡의 주범인 작전세력을 근절하고자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문을 열고 본격 행보에 나섰다. 증시 역사는 말한다. "과거 실패한 사례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고. 1962년 용두사미의 결과가 다시 도출될지, 선택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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