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은행 돈줄 죄는 속도 너무 빠르다

경기침체에 부실채권 비상 대출 증가율 최대 40% 축소<br>수출기업 늘고 중기는 줄여 자금 부익부 빈익빈 더 심화<br>지방은행 대출 증가율도 9%서 5%로 뚝



실물경기 침체가 깊어지는 가운데 부실채권 비율 목표치 수성에 비상이 걸리면서 일부 은행이 하반기 대출 증가율을 상반기에 늘어난 규모보다 최대 40% 가까이 줄일 것으로 파악돼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방의 돈줄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지방은행이 집중적으로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알려져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은행이 수출기업에는 돈을 그런대로 대주는 대신 내수를 기반으로 한 중소기업에 대한 돈줄은 조일 방침이어서 돈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에 새롭게 편입돼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외환은행을 제외하고는 시중은행이 상반기 대출 증가율을 모조리 3% 이내에서 억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최대 2% 이내에서 억제하거나 오히려 줄일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은 이미 상반기에 -0.3%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대형 시중은행에 이어 비교적 넉넉하게 돈줄을 풀었던 지방은행까지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부산과 경남은행의 경우 상반기 증가율이 9.3%와 8.9%로 비교적 컸던 데 반해 하반기에는 5%대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증가율로만 따지면 40% 이상 꺾인 셈이다. 광주은행과 대구은행의 대출 증가율 역시 5%선을 넘지 않는다.

전체적인 대출 규모가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더라도 내수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돈줄은 오히려 줄일 계획이다. 한 대형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은 "실물경기 위축이 계속되고 있어 무턱대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자금 수요가 일어나는 수출기업 위주로 대출을 집중할 계획이고 이렇게 되면 내수 중소기업은 외면 받겠지만 올해 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7월까지 은행권의 중소법인 대출은 전년동기보다 3조2,000억원 줄었다. 2ㆍ4분기에도 도소매업, 숙박ㆍ음식업의 대출은 3,229억원이나 감소했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은행권이 수출중소기업 중심으로 대출을 집중하는 동안 내수 중소기업의 돈줄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의 대출 옥죄기와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부실채권 비율과 연체율 등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49%로 1ㆍ4분기에 비해 0.02%포인트 하락했다. 지표가 소폭 개선된 것은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부실채권 정리에 나선 결과지만 절대적 수치는 여전히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부실채권 비율은 1.3%로 지난해 목표치보다 0.2%포인트 강화됐다.

문제는 대다수 은행이 적정 수준을 초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은행별로는 우리은행(1.77%), 국민은행(1.64%), 산업은행(1.64%) 순으로 평균을 웃돌고 있고 기업은행(1.48%), 경남은행(1.42%), 부산은행(1.41%), 외환은행(1.37%), 신한은행(1.31%), 등 순으로 수치가 높다.

부실채권 비율이 높다는 것은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은행들은 2ㆍ4분기에 대규모 신규 부실이 발생하자 선제적으로 부실채권을 떨궈냈다. 그러나 7월 말 현재 원화대출 연체율은 1.36%로 6월 말에 비해 0.27%포인트 상승하는 등 충당금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부실채권 비율과 연체율이 이상신호를 나타냄에 따라 은행들은 기존 여신 관리와는 별개로 신규 여신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 역성장을 감수하면서까지 '보신주의'에 매달렸던 은행들이 하반기에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대출증가율 8.9%를 기록했던 신한은행의 상반기 대출증가율은 -0.3%로 지난해말에 비해 오히려 줄었고 국민은행 역시 2.2%로 지난해(6.40%)보다 절반 이상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깐깐해진 여신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일부러 줄인다는 것은 아니고 불투명한 경기전망을 감안해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신 우량 여신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은행 관계자 역시 "하반기에는 우량 중소기업 중심으로 5% 내외의 적정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적정성장을 통해 순이익 하락을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