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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선진국 배당주에 주목하라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위원


투자자들에게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을 추천하면 "너무 많이 올라서 비싸다"는 대답이 가장 많이 돌아온다. 타당한 말이다.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8배 수준이다. 국내 대형주들의 평균 PER는 11배 수준이고 10배 이하의 기업들도 많다. 상대적으로 PER가 높은 선진국 기업들에 투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PER가 18배 수준인 한 기업의 배당성향이 30%라고 가정한다면 배당수익률은 1.7% 수준일 것이다. 배당에 대해 세금이 없다고 해도 배당을 통해 투자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약 58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정도면 형편없는 투자 결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를 포기하기 전에 다음의 세 가지 다른 조건들을 한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우선 기업의 이익은 성장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10~20년 뒤에 한 기업이 주는 배당은 지금보다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둘째는 금리수준이다. 현재 시중금리는 아무리 높아야 연 2% 수준이다. 배당수익률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셋째는 주식투자의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기적인 자본차익의 가능성이다.

일단 성장성부터 따져보면 현재 PER 18배인 기업의 순이익이 연 5%씩만 성장한다고 가정해도 원금 회복까지 걸리는 30년(배당성향 30% 기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그동안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는 비관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연 3.3%의 수익은 벌어들인 셈이다. 저금리 수준을 생각할 때 꽤 괜찮은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첫째는 주주친화적인 배당성향이다. 기업이 돈을 벌면 일정한 수준의 배당을 주주들에게 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구조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흔들리지 않는 시장 지위를 가진 기업이 아니라면 이러한 전제조건을 지키기가 결코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능력이다. 앞으로 수십 년간 기업의 생존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면 장기적인 관점의 배당투자 자체가 아예 무의미하게 된다.

주주친화적인 배당성향과 막강한 시장지배력, 그리고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업력을 보유한 기업은 선진국의 대형주다. 특히 배당성향이 높은 것으로 널리 알려진 제약과 소비 관련주들은 더욱더 큰 투자매력이 있다. 안정적인 성장 기조와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이 없는 '저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 다소 주가가 비싸더라도 선진시장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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