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들이 원화 강세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자동차와 조선업종을 투매하면서 관련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와 조선 업종이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어서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운송장비업종은 전날보다 2.87% 하락했다. 현대차(-3.79%), 현대모비스(-3.24%), 기아차(-0.83%) 등 현대차 3인방이 나란히 약세를 보였고 현대중공업(-4.15%), 현대미포조선(-4.72%), 삼성중공업(-1.95%), 한진중공업(-1.69%), STX조선해양(-1.27%) 등 조선업종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자동차와 조선업종의 약세를 주도한 것은 기관이었다. 기관은 이날 현대차(-1,829억원), 기아차(-870억원), 현대모비스(-376억원), 현대중공업(-200억원) 등을 대거 순매도했다. 지난달 기아차(-4,745억원), 현대차(-3,467억원), 현대모비스(-1,158억원), 삼성중공업(-799억원) 등 자동차와 조선업종에서 1조원 이상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에도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와 조선업종을 대거 내다파는 이유는 수출 부진과 원화강세에 따른 실적 우려 때문이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원 오른 1,092.3원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1,100원을 밑돌고 있다. 반면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1달러당 80엔을 돌파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대식 B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영업이익이 1,000억원가량 줄어든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져 수익성 우려가 커진데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차와 경쟁에서도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덕승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종은 수주와 인도 시점의 괴리가 2~3년가량 되는데 원화 강세 추세가 이어지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현재 외화부채보다 외화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환율 하락시에는 외환손실이 발생하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조선과 자동차 업종의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 빅3의 올해 예상 수주액은 3,59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수주량 4,550억달러에 비해 21.1%가량 감소한 것이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종의 밸류에이션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신규수주"라며 "현재 상선 발주 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으로 신규 수주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고 선가 하락 추세가 이어져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3ㆍ4분기 파업여파로 실적이 감소한 데 이어 4ㆍ4분기와 내년 업황도 밝지 않은 편이다. 남경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4ㆍ4분기에도 영업이익률이 1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강세와 내수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선진국의 경제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원ㆍ달러 환율이 평균 1,068.8원 수준으로 전망돼 국내 자동차업계의 영업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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