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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국 SF영화 '자귀모' 감독 이광훈씨 인터뷰
입력1999-08-10 00:00:00
수정
1999.08.10 00:00:00
이용웅 기자
올 여름시장을 놓고 한국영화들의 공세가 점점 드세지고 있다. 지난달 말 개봉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유령」이 개봉 9일째인 8일 현재 각각 22만8,000명, 17만7,000명을 끌어들이면서 촉발된 한국 영화 붐은 이번 주말 관객을 찾아가는 「자귀모」에 의해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같은날 개봉하는 할리우드영화 「런어웨이 브라이드」와 「유니버설 솔져」가 잡은 서울 개봉관 수가 각각 19개, 9개관에 불과한 것에 비해 「자귀모」는 무려 33개 관에서 개봉되어 「고질라」의 30개 관을 능가하는 신기록을 세운 것. 지난 9일 기자시사회를 가진 한국형 SF영화 「자귀모」를 연출한 이광훈(41) 감독을 만나 자신의 영화에 대한 소회를 물어보았다. 김희선, 이성재, 차승원, 이영자등이 출연한 「자귀모」는 자살한 귀신들이 구천을 떠돌면서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 또는 복수를 실현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특수효과가 할리우드영화를 빰치는 수준으로까지 올라간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자귀모」는 어떤 장르에 포함되는가.
공포, 멜로, 코미디등 3개 장르가 복합되어 있다. 「자살한 귀신들의 모임」의 약자인 「자귀모」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코미디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으나 촬영이 진행되면서 멜로와 공포 분위기가 적절하게 배합되어야 함을 느꼈다.
-영화에서처럼 귀신의 존재를 믿는지.
살다 보면 이상한 일을 많이 겪게 된다. 집이 분당에 있는데, 출퇴근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그럴 때마다 저 사람은 사고를 당하고, 나는 왜 사고를 당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생기면서 죽고 사는 것을 지배하는 운명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이 있다면 귀신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또 기초자료를 수집하면서 무속인이나 전생 경험을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보았는데, 그럴 때마다 영혼이 실재할 것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출연진이 너무 많아 이야기에 일관성이 없고,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화 속에서 자살한 사람이 많은 점은 인정한다. 그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사유를 설명하다 보니 드라마가 다소 처지게 됐다. 그러나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관객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영화 속에서 김희선은 차승원에게 배반당해 치를 떨고, 영원한 사랑을 은근히 기대했던 이성재는 연인의 결혼에 충격을 받는데.
사랑이라는게 대가를 바라면 그만큼 퇴색되기 마련이다. 내 영화의 주인공들은 결국 주기만 하는 사랑에 적응하게 된다.
-도심 한복판에 저승열차가 중첩되는등 컴퓨터 그래픽(CG) 부문이 이제까지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특수효과를 연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대목은.
저승세계를 묘사하는게 힘들었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대목이 아닌가. 다소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됐는지 모르겠다. 또 물귀신을 연출하는 대목이 조금 아쉬웠다.
「자귀모」는 감독의 말대로 코미디, 멜로, 공포 분위기가 트라이앵글처럼 견고하게 결합되어 있는데, 특히 컴퓨터 그래픽은 한국영화의 표현영역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데뷔작 「닥터 봉」으로 승승장구하다가 「패자부활전」으로 주변의 관심에서 다소 밀려났던 이광훈 감독의 신작 「자귀모」에 대한 관객의 평가가 주목된다. /이용웅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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